“좋아하는 일, 회사서 만들어 해라”… SKT 박정호 사장의 파격 리더십

유근형 기자

입력 2020-07-10 03:00 수정 2020-07-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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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속 과감한 결정 화제
대기업 첫 전 직원 재택근무 도입… 이후엔 “집근처 사무실 출근하라”
비대면 기술 R&D에도 적극 투자… SKT 2분기 영업실적 개선 전망


“회사가 시키는 것만 잘하려 하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회사 안에서 만들어 해라.”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사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직원들에게 이 말을 자주 한다. 사석에선 “나는 비주류다. 꽃길만 걸은 것도 아니다. 원하는 일을 찾아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도 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선 관습에 매여 새로운 실험에 나서는 걸 주저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통신사의 전통적 승진 코스로 여겨지는 ‘이동통신(MNO)사업부장’을 거치지 않고도,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박 사장이기에 가능한 말이기도 하다.

9일 증권업계 및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2분기(4∼6월) SKT의 영업실적은 작년 동기 대비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에 컸던 5세대(5G) 이동통신 관련 투자가 줄어든 반면 코로나19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고 미디어부문 자회사들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덕분이다. 특히 박 사장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발상의 전환을 통해 미래 시장에 ‘화두’를 던지는 결정들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3분기는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SKT는 코로나19 초기인 2월 25일 주요 대기업 중 최초로 전 직원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3월부터는 재택근무와 회사 출근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상시 디지털 워크’ 체제를 가동했다. 박 사장은 직원들이 굳이 회사 본사 사옥까지 나오지 않고, 집 근처 10∼20분 거리의 거점 오피스에서 일하라고까지 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근무 형태에 상관없이 기업 생산성과 효율을 유지하는 것이 기업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박 사장은 언택트를 실현할 수 있는 온라인 기술 고도화를 위해 기술개발 투자에도 과감히 나서고 있다.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시너지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이익이 되지 않는 기술 투자지만 ‘T그룹통화’, 클라우드 기반 근무시스템 ‘마이데스크’ 등의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의사결정 구조는 수평적으로 혁신하고 있다. 박 사장은 20대 직원들이 신규 서비스 출시 전 젊은 고객의 눈높이로 사전 평가하는 주니어보드를 신설하기로 했다. 통신사의 경쟁력을 가입자당 월매출, 가입자 수나 시장점유율로만 평가하던 관행을 바꿔 다양한 기준을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박 사장의 다양한 시도는 사내에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미래 사업, 글로벌 비즈니스가 늘면서 직원들이 내수 기업에 다닌다는 마인드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SKT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장 방문객은 급감했지만 콘텐츠 트래픽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T브로드의 합병이 완료되며 초고속 인터넷과 인터넷TV(IPTV)라는 언택트 인프라가 성장하고 있다.

지상파 3사와 연합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도 앞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박 사장의 선제적 언택트 대응이 해외 시장과 기관의 평가를 받고 있다. 5G 시장 안정화에 따른 마케팅 수요가 감소한 것도 2분기 실적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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