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새 1만6620t… ‘코로나 쓰레기산’ 4곳 새로 생겼다

고도예 기자 , 포천=신지환 기자 , 이청아 기자

입력 2020-06-30 03:00 수정 2020-06-3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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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이후 일회용품 사용 늘자 선별장 폐플라스틱 가격 폭락
t당 40만원 소각비용 피하려 야산이나 폐공장에 무단 투기
“일회용 적게 쓰고 처리비 낮춰야”


24일 경기 포천시의 한 야산에 뒤덮인 폐기물 더미. 일명 ‘쓰레기산’이라 불리는 이곳은 불법 투기된 스티로폼과 폐플라스틱, 일회용 컵 등이 산더미처럼 뒤엉켜 흉물스러운 광경을 만들고 있었다. 포천=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24일 경기 포천시에 있는 한 야산. 멀리서 보면 풀과 나무 사이로 울긋불긋한 색깔의 봉우리가 독특한 색감을 형성했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가 났다. 폐비닐과 스티로폼 등이 한데 뒤엉켜 작은 산처럼 4, 5개가 솟아올라 있었다. 일명 ‘쓰레기 산’이라 불리는 불법 폐기물 더미다.

무단으로 버려진 폐기물이 쌓인 ‘쓰레기 산’이 올해 2월 이후 전국에서 4곳(1만6620t)이 새롭게 확인됐다. 올해 2월부터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뒤 쓰레기가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2월 감염 방지를 위해 커피숍 등에서 일회용품을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데다 시민들도 집에서 머물면서 일회용품으로 포장된 음식과 생필품을 배달시켰기 때문이다.

포천에 있는 이 쓰레기 산은 2018년경 처음 생겨났다고 한다. 정식 쓰레기 처리시설이 아니라 누군가 인적 드문 야산에 쓰레기를 갖다 버려 처치 곤란한 상태가 됐다. 그런데 최근 이곳엔 새로운 봉우리 하나가 생겨났다. 주민 서모 씨(78)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등으로 형성된 쓰레기 산”이라며 “몇 달 전부터 생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곳의 쓰레기 약 6000t을 소각하려면 24억 원 가까이 든다.


환경부가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실에 제출한 ‘불법폐기물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2월 전수조사를 거쳐 발견된 불법·방치 폐기물 120만여 t 가운데 지난해 11월 말까지 72만6000t(60.3%)을 처리했다. 그런데 지난해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국적으로 27만5000t의 쓰레기 더미가 새로 쌓였다. 새롭게 쌓인 불법 폐기물 더미의 80%는 일회용품 등 폐합성수지다.

경북 성주군에 있는 한 폐공장 안에도 4500t의 쓰레기 더미가 가득 차 있다. 이 쓰레기 산에는 배달음식을 포장할 때 쓰이는 비닐 봉투가 많다고 한다. 포천의 또 다른 한 야산에도 일회용 플라스틱 페트병과 택배용 스티로폼 상자들이 가득 쌓였다. 주민 A 씨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보지 못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쓰레기 산은 코로나19 여파로 점점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재활용품 선별장을 거쳐 ‘재활용’과 ‘소각’ 대상으로 나눠진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국 재활용품 선별장에 입고된 플라스틱 총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4% 늘었다.

하지만 재활용 폐기물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올해 2월 kg당 289원이었던 페트(PET) 가격은 이달 기준 215원으로, kg당 554원이었던 폐플라스틱(PE재생플레이크) 가격은 이달 480원으로 내려갔다. 코로나19 여파로 쓰레기는 더 많이 발생하는데, 역시 코로나19 탓에 해외 판매가 끊기는 등 재활용할 길은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각비용은 t당 40만 원 수준으로 비싸다 보니 무단 투기가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업자들이 소각비용을 들이는 대신 (쓰레기를) 불법 투기하려 할 수 있다”며 “시민들이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고, 정부는 쓰레기 처리시설을 늘려 처리비용을 줄이는 등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도예 yea@donga.com / 포천=신지환 / 이청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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