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계좌로 광고수입 챙겨… 수억원 탈세한 유튜버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20-05-25 03:00 수정 2020-05-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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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1인 미디어 탈세 단속나서… ‘구독자 10만’ 유튜버 5년새 12배로
고소득자 늘며 납세 회피도 증가… 차명계좌 쓰고 수입 쪼개 신고 피해


#. 시사 교양 정치 이슈를 다루는 유튜버 A 씨의 구독자는 약 10만 명이다. 구독자가 늘수록 광고 수입도 많아졌지만 그는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소득을 빼돌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유튜브 채널 계정을 미성년자인 딸 명의로 바꾼 뒤 광고 수입도 딸의 계좌로 받고 이를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았다. 계정주와 광고 수입을 받을 계좌 명의만 같으면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로부터 광고료를 받을 수 있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국세청은 A 씨가 차명계좌로 받은 유튜브 수입을 적발하고 소득세 수억 원을 추징했다.

#.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20만 명에 이르는 B 씨는 아프리카TV와 유튜브 등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며 인기를 모았다. 그는 해외에서 국내로 송금되는 1만 달러 이상의 소득만 당국에 노출되는 점을 이용해 소액 광고료를 신고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억 원을 탈루했다가 당국에 적발됐다.

국세청은 이처럼 유튜버 등 1인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들이 늘면서 이들의 세금 탈루 사례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며 고소득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집중 점검에 들어간다고 24일 밝혔다. 광고 노출 빈도와 조회수 등에 따라 구글 등 해외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받는 광고 수익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유튜버를 찾아내 소득 내역을 파악할 방침이다.

당국은 유튜버들이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해 막대한 수익을 거둠에도 차명계좌를 동원하거나 소액으로 광고 수입을 쪼개 받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부 유튜버는 아예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수십억 원의 소득을 숨겨 오다 최근 세무조사에서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유튜버들은 구독자 1000명 이상, 연간 시청시간 4000시간 이상의 조건을 채우면 동영상에 광고가 붙고 수익이 생긴다. 기업 협찬이나 사용 후기 등 간접적인 광고 수익도 있다.

당국이 201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유튜버를 세무조사한 결과 총 7명의 유튜버가 45억 원의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세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소득액만 1인당 6억4000만 원이었고 이미 신고한 금액을 더하면 실제 소득은 더 늘어난다. 지난해 서울 강남에 95억 원짜리 빌딩을 매입한 어린이처럼 초고소득을 올리는 유튜버들도 많다.

국세청은 유튜브의 인기가 치솟으며 구독자가 10만 명이 넘는 고소득 유튜버가 늘자 지난해 ‘미디어 콘텐츠 창작업’이라는 별도의 업종 코드를 만들어 검증을 강화해 왔다. 2015년 367명에 불과했던 구독자 10만 명 이상의 유튜버는 지난해 3720명으로 10배 수준으로 늘어난 뒤 올해 5월 현재 4379명까지 급증했다. 1인 미디어 시장 크기도 2018년 3조8700억 원에서 올해 5조1700억 원으로 약 34% 확대될 것으로 추산된다.

당국은 올해부터 1건당 1000달러, 연간 1만 달러가 넘는 외환거래 자료를 정밀 분석하고 국가 간 금융정보 교환 자료 등 과세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차명계좌 송금 등 지능적인 조세 회피를 걸러낼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고소득 크리에이터를 중점적으로 검증해 누락된 소득이 확인되면 세무조사를 하는 등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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