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도 ‘코로나 쇼크’… 1분기 실적 ‘깜깜’

서동일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입력 2020-02-19 03:00 수정 2020-02-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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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글로벌 기업 ‘코로나 피해’ 가시화


베이징=AP 뉴시스
애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애플은 17일(현지 시간) 홈페이지에 투자자들을 위한 실적 전망치(가이던스)를 발표하며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이날 새로운 매출 전망치를 내놓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 규모를 아직 파악조차 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애플은 1분기 매출을 630억∼670억 달러(약 74조9000억∼79조6500억 원)로 예상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 918억1900만 달러보다 300억 달러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당시 애플은 코로나19에 대한 우려 때문에 과거보다 매출 전망치를 최소와 최대치 간 40억 달러의 차이가 날 정도로 넓게 잡았지만 현재로서는 이마저도 달성이 어렵게 됐다.

이날 애플이 실적 전망치를 낮춘 이유는 두 가지다. ‘생산 차질’과 ‘중국 내 판매 감소’다.

애플은 아이폰의 90%를 중국에서 만든다. 중국 내 최대 규모의 아이폰 조립업체인 폭스콘의 경우 10일 재가동을 시작했지만 정상적인 공장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폭스콘이 이달 말까지 중국 내 생산을 50%, 다음 달 중순까지 80%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 역시 “모든 설비가 재가동됐지만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증산이 더디다”며 “세계 아이폰 공급이 일시적으로 제한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 역시 실적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중국 내 매장을 닫았다. 최근 일부 매장이 문을 열었지만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등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1분기(1∼3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0∼12월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영업이익 53억6300만 달러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전체 영업이익의 약 20%에 이른다. 브레이디 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2월 실적에 따라 예상치를 더욱 낮춰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애플의 실적 둔화 경고로 국내 기업은 물론이고 전 세계 기업들의 ‘코로나 쇼크’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애플은 중국과 바이러스가 기업에 미치는 연쇄 효과의 어려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표한 최초의 기업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에 대한 두려움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CNBC도 글로벌 비즈니스 리서치 회사 던&브래드스트리트를 인용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전 세계 500만 개의 기업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중국 내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완전히 철수해 당장 생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공개 행사나 마케팅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시장 점유율이 5위권 밖이지만 여전히 프리미엄 및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도 최근 “중국은 삼성전자에 중요한 시장이다.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침체와 더불어 각 기업별 신제품 출시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등 시장조사업체들은 올해 1분기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5% 안팎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당수 스마트폰 부품 제조사 공장이 중국 후베이(湖北)성 등 코로나19 발생 지역 내에 있어 일부 제조사가 이미 부품의 공급부족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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