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살 빼고 ‘명품’ 근육 키우고… 유통업 체질개선

신희철 기자 , 조윤경 기자 , 김은지 기자

입력 2020-02-17 03:00 수정 2020-02-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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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롯데發 다운사이징… 변화 바람




한화갤러리아는 2016년부터 약 5000억 원을 투자해 지은 ‘갤러리아 광교’ 백화점을 28일 경기 광교호수공원 인근에서 오픈한다. 오프라인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롯데쇼핑이 13일 백화점을 비롯해 전국 700여 개 점포 중 30%인 200여 개를 폐점하겠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갤러리아 광교의 오픈 배경을 살펴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수원시청역 인근에서 1995년부터 25년간 운영해 온 ‘갤러리아 수원’을 올해 1월 폐점했다. 온라인에서 구입하기 쉬운 대중 브랜드가 주를 이루던 수원점은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새로 오픈하는 광교점에는 지난해 성장률이 18%에 달한 명품 콘텐츠를 대거 채울 예정이다.

오프라인 매장들이 몸집을 줄이는 ‘다운사이징 시대’가 본격화된 가운데 명품, 신선식품 등 지난 몇 년간 성장성이 입증된 카테고리에 대한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 쇼핑을 통해서도 쉽게 살 수 있는 제품들을 진열해 놓은 과거의 오프라인 매장 시대를 접고, 온라인 쇼핑이 제공하지 못하는 차별화된 경험이나 서비스를 앞세워 고객들의 발길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쇼핑은 융합형 점포 개발에 사활을 걸 방침이다. 주로 백화점의 지하 1층에만 있던 식품관을 여러 층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마트의 패션 매장 규모를 넓히고 백화점 패션 바이어가 기획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도 구상 중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화장품 코너가 주를 이루던 백화점 1층은 성장성이 높은 명품 매장들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는 올해 신규점 출점 없이 40여 곳의 점포를 ‘쇼핑몰’ 형태로 탈바꿈한다. 대형마트의 고유 기능은 점포의 약 40% 면적에서만 담당하고 나머지 60%는 푸드코트, 패션 매장, 카페 등으로 채운다. 이마트는 최근 월계점과 성수점에 지역 맛집을 대거 유치하고 시식 공간도 트렌디한 카페 분위기로 바꾼 푸드코트를 선보였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4일 리뉴얼 오픈한 성수점 푸드코트 방문객은 13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191%, 매출은 100%나 늘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다운사이징 시대엔 백화점 마트 슈퍼 등 기존 업태의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공간 활용법이 중요해진다”며 “집객을 위한 온갖 종류의 체험 콘텐츠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통업체들은 새로 선보이는 매장이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소비 경험을 줄 수 있도록 차별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내년 1월 오픈 예정인 서울 여의도점(가칭)에 도심 속 백화점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대규모 식물원’ 수준의 자연 쉼터를 도입한다. 1층과 5층 한가운데에 위치한 넓은 공간을 매장이 아닌 다양한 식물로 채워 도심 속 힐링 공간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성북구 미아점엔 다음 달 ‘미니가든’ 콘셉트의 오픈형 레스토랑과 카페를 330m² 규모로 선보인다. 경기 용인시 AK플라자 기흥점엔 가족 단위 고객을 겨냥해 동물 60여 마리를 둔 ‘미니 동물원’이 있다.

정보기술(IT)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신개념 체험 매장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랜드월드는 지난해 12월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IT기술을 더한 ‘스파오’ 매장을 열었다. 무선주파수인식(RFID)을 활용해 매장 내 모든 상품 재고를 고객이 직접 태블릿PC로 조회할 수 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경험을 늘릴 수 있는 체험형 공간으로 오프라인 매장들이 바뀌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경험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업체 간 차별화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희철 hcshin@donga.com·조윤경·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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