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대박 꿈’에 달아오른 장외거래시장… 5년새 시총 30배로

김자현 기자

입력 2019-12-12 03:00 수정 2019-12-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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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속 비상장주식 투자 각광… 거래액 4년새 4배로 급성장
정부 모험자본 활성화도 한몫
거래액 96%가 생명과학 쏠려
기업정보도 부족… 신중투자 필요


“비보존으로 아파트 삽시다.” “전 재산 넣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11일 비상장 주식 투자자들이 모인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보존’에 대한 기대와 전망이 담긴 글들이 줄지어 올라와 있었다. 비상장 회사인 비보존은 이달 말 비마약성진통제 오피란제린의 미국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급격한 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신약 개발이 현실화할 경우, 비보존의 가치가 급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고수익을 노린 비상장 주식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한국장외거래시장(K-OTC)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비상장 기업을 잘 발굴해 초기 단계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행에 따른 투자는 큰 손실을 볼 수도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K-OTC 거래액 4년 만에 4배로 늘어

K-OTC는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던 비상장 중소기업 주식거래시장 ‘프리보드’를 2014년 확대 개편한 비상장 주식시장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프리보드 시절 56개 종목, 시가총액 5000억 원대에 머물던 시장이 K-OTC 출범 이후 5년 만에 136개 종목, 시총 15조 원대로 급성장했다. 2015년 2200억 원에 머물던 거래액도 4년 만에 4배 수준인 8800억 원 규모로 늘었다.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일부 기업은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면서 대박을 터뜨리기도 한다. 올해 10월 코스피 상장 첫날에 종가가 8만3000원까지 오르며 시총 1조 원을 넘긴 가구제조업체 지누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부터 소액주주의 중소·중견기업 양도소득세를 면제하는 등 정부가 비상장 주식 거래 활성화와 창업 및 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일부 종목 편중 심각…투자자 주의 필요


하지만 여전히 일부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하고 상장 기업에 비해 기업 정보가 부족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K-OTC 전체 거래액 가운데 비보존의 거래액이 8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리바이오, 와이디생명과학 등 상위 5개 종목으로 넓히면 전체 거래액의 96%에 이른다. 이런 몇몇 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어서 거래가 줄어들기라도 하면 시장 전반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K-OTC는 상장 기업들에 비해 기업 공시 등 투자 정보가 부족해 주가를 예측하기 어렵고, 추후 상장에 실패할 경우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상장 주식의 특성상 당사자들끼리 가격을 협의해 거래하기 때문에 투자금을 즉시 회수하지 못할 위험도 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비상장 주식은 상장했을 때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크고 기업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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