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덩치로… 신세계百, 지역상권 지배하다

신희철 기자

입력 2019-12-11 03:00 수정 2019-12-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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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압도적 규모로 승부’ 전략 통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초대형 점포로 출점 지역에선 무조건 1등이 된다.”

10년 전인 2009년 신세계백화점은 부산 센텀시티점을 열며 이 같은 목표를 세웠다. 점포 수를 늘리는 데 주력하기보다 각각의 점포를 초대형으로 만들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오프라인 유통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조 단위의 투자를 약속하며 경영진의 결정을 지지했다. 옛 수영비행장 부지였던 허허벌판에서 연매출 1조 원이 넘는 세계 최대 규모(41만8000m²)의 백화점이 등장한 배경이다. 센텀시티점은 기존 부산 지역 매출 1위였던 롯데 부산본점을 제치고 지역의 대표 백화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초대형 전략’으로 잇달아 지역 매출 1위를 탈환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 대구에서 기존 1위 백화점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꾸준히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광주점에 이어 이번엔 충청권까지 공략하기로 했다. 2021년 대전에 신규점을 열어 기존 1위인 한화 갤러리아 타임월드점을 뛰어넘겠다는 포부다.

신세계의 초대형 전략은 압도적인 크기의 점포를 짓고 고객을 끌어들일 만한 콘텐츠를 가득 채우는 것이다. 영업면적의 25∼30%가량을 엔터테인먼트 시설로 채워 경쟁 백화점(업계 평균 5∼10%)과 차별화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또 광역 상권 고객을 끌어들이기에 유리한 입지를 선정하는 것도 특징이다.

서울의 경우 2016년 2월 강남점 증축 완료 후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며 2017년 40여 년 만에 부동의 1위였던 롯데백화점 본점을 앞질렀다. 국내 최대 수준의 브랜드 수(1000여 개)를 갖추고, 럭셔리·아동·생활·신발 등으로 나뉜 업계 최대 규모의 전문관 등을 운영한 것이 인기 비결이었다. 신세계 강남점의 매출은 지난해에도 약 1조8030억 원에 달해 롯데 본점(1조7460억 원)을 웃돈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오픈한 대구점은 오픈 1년 만에 지역 매출 1위로 올라섰다. 대구 지역 최대 규모(33만8000m²) 점포에 아쿠아리움, 스포츠 테마파크, 맛집 거리 등을 넣어 가족단위 고객의 방문을 이끌었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던 대구점 인근 동구 지역 상권마저 활성화됐다. 신세계가 대구은행의 BC신용카드 사용 명세를 조사한 결과,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대구은행 BC카드 결제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동대구역(7.3%)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도시철도 동대구역 이용객(하차)도 32.5%나 증가했다. 대구 출신인 30대 여성 이모 씨는 “크고 새 건물인 데다 아기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시설이 많아 자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초대형 전략 효과는 고객 체류 시간과 객단가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신세계백화점을 찾은 고객의 체류 시간은 평균 2.6시간이지만, 부산 센텀시티점은 4.8시간, 대구점은 5.0시간에 달한다. 객단가 면에서도 전국 신세계백화점의 고객 1명이 평균 100만 원을 쓸 때 센텀시티점의 고객은 125만 원, 대구점의 고객은 124만 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쇼핑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즐기며 오래 머무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출액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021년 대전 유성구에 28만3466m² 규모의 신규점을 오픈하기로 했다. 충청권 전체를 배후 수요로 보고 명품 브랜드를 비롯해 다양한 체험시설을 넣어 지역 1위를 탈환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대전 지역 매출 1위였던 한화 갤러리아 타임월드를 비롯해 청주의 현대백화점 충청점 등이 모두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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