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족 잡아라”… 특급호텔부터 시골농부까지 ‘김치 판매戰’

신희철 기자

입력 2019-11-19 03:00 수정 2019-11-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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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비용 늘고 판매 김치 다양해져 5명중 1명꼴 “사 먹겠다” 응답
호텔-편의점 등 맞춤김치 개발, 소규모 농가들도 판매 채널 넓혀
“절임배추-재료 등 김장세트 할인”… 김포족 마음 돌리기 마케팅도 치열


김치를 직접 담가 먹기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포장 김치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신세계조선호텔김치(위쪽 사진)와 워커힐 수펙스 김치(아래쪽 사진). 각 사 제공
서울 서초구 거주자 정모 씨(56)는 25년가량 동네 주민들과 김치를 직접 담가 왔지만, 올해 처음으로 ‘김장 포기’를 선언했다. 김장 멤버들이 하나둘 떠난 데다 체력적으로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정 씨는 “온라인으로 브랜드 김치를 주문할 계획”이라며 “딸도 김장에 관심이 없어서 김장은 우리 세대가 마지막일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장 비용이 늘고 시중에 판매하는 김치가 다양해지면서 ‘김장포기족(김포족)’도 늘고 있다. 겨우내 먹을 김치를 대량으로 담가 나누던 풍경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포족을 겨냥한 포장김치 상품이 다양해지고 있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김장김치를 직접 담그겠다는 가구의 비율은 지난해 64.9%에서 올해 63.4%로 1.5%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시판 포장 김치를 구매하겠다는 비율은 15.8%에서 19.1%로 3%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이 비율은 2014년 8.1%에서 2016년 11.0%, 2017년 13.1%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올해는 태풍 등의 피해로 배추값이 크게 상승하며 김장 비용도 높아졌다. 4인 가족이 배추 20포기를 이용해 김장을 하는 경우 드는 비용은 28만6000원(12일 기준)으로서 지난해에 비해 8.7% 올랐다.

연구원 측은 “김장을 하더라도 ‘작년보다 적게 담글 것’이라는 비중이 30%, ‘작년보다 많이 담글 것’이라는 비중이 15%여서 김장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다양해지며 시판 김치를 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소비자들은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경로로 대형 제조사 김치부터 소규모 농가 김치 등을 구입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에서 포장김치 매출은 지난해 84% 늘었는데, 특히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 대상 종가집 김치, 노브랜드 김치 등이 인기를 끌었다. 30대 소비자 박모 씨는 “하나로마트에서 전라도식 김치 등 지역별 김치를 골고루 사서 먹고 있다”면서 “시골 농부가 직접 재배한 배추로 담근 김치를 파는 사이트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전했다.

호텔과 편의점 등 새로운 채널에서의 김치 판매도 증가 추세다. 워커힐호텔이 직접 만들어 매년 2000명까지만 배송하는 ‘워커힐 수펙스 김치’는 물량이 부족할 정도다. 이에 워커힐호텔은 지난해 2월 세컨드 브랜드인 ‘워커힐호텔 김치’를 론칭해 판매 채널을 다양화했다. 신세계 ‘조선호텔김치’도 백화점, 온라인 등으로 확장했고, 매년 한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김치 판매가 19.2% 늘자 올해 ‘비건김치세트’까지 내놨다. 젓갈이나 해산물 육수를 넣지 않고 식물성 재료로만 만들어 채식주의자를 겨냥했다.

김포족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업계의 마케팅도 치열하다. 홈플러스는 절임배추부터 김장 재료, 김치통 등을 할인 판매하는 ‘김장백서’를 전국 140개 점포에서 27일까지 진행한다. 쿠팡은 18일부터 김장준비테마관을 열고 김장 재료, 보관 용품, 김치냉장고 등 관련 상품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절임배추를 할인 판매하거나 김장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상품을 대대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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