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반환점]‘일 중독’ 사회에 ‘워라밸’이 몰고온 변화

뉴스1

입력 2019-11-08 17:15 수정 2019-11-0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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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사보이바에서 퇴근한 직장인들이 스윙댄스를 추고 있다.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주당 법정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 됐다. 직장인들에게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워라밸( Work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이 확산 됐다./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2017년에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많은 연평균 근무 2024시간을 기록해 ‘워커홀릭 사회’라는 오명을 안았다.

격무(激務)에 시달리는 일부 직장인들에게 ‘휴식’과 ‘여가’는 달콤한 꿈같은 말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변화의 바람이 조금씩 일기 시작했다. 2018년 2월 국회에서 ‘주(週)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5년만에 통과된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문 대통령의 후보시절 노동 관련 대표 공약이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을 바꿔놓기 시작했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일과 삶의 균형의 뜻하는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 work and life balance)’ 열풍이 불었다.

근로시간이 단축된 만큼 자기계발을 위한 여가 시간 활용도가 높아졌고, 퇴근 후 가족과 보내는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 문화도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 KB국민카드가 지난해 7월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 첫달에 전국 가맹점의 카드 결제내역을 분석한 결과 어학원 등록 금액이 전년 동월 대비 3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 2018년 7월 이후 경제계 전반으로 혼란이 가중된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특히 근로기준 시간을 어길 경우 대표이사가 형사처벌될 수 있는 ‘처벌 조항’으로 인해 각 기업들의 부담이 커진 것이다.

업계 특성상 신작 출시 때에 업무가 몰리는 게임업계나 연구개발(R&D) 비중이 높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같은 전자 기업들도 줄어든 근로시간에 따른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근로자들 입장에서도 근무시간 축소에 따른 여가 확대를 반기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임금 감소를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오는 9일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돌지만 근로시간 단축은 여전히 경제·사회·노동계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문제다.

법 시행 이후에도 근로시간 단축이 완벽하게 자리잡았다고도 보기 어렵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2월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된 300인 이상 기업 317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기업의 24.4%는 “여전히 초과근로가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 1월 1일부터는 고용 300인 미만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도 주 52시간 근로제도가 전격 적용된다. 대기업에 비해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경제 5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등은 공동성명을 통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단축법 시행 자체를 규모별로 1년 이상 유예해달라”고 촉구했다.

올들어서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보완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2월엔 노사정(勞使政) 사회적 대화를 이끄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최대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이같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는 ‘노동 개악’이라며 계속해서 반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비롯해 재량적 유연근무제 등을 도입하는 등의 후속 입법조치가 조속히 이뤄질 것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해당 법안은 국회에 계류중인 상태다.

꿈쩍않던 정부도 경제계의 요구에 조금씩 반응하고 있다. 지난 10월 문 대통령이 대한상의, 중기중앙회, 경총, 무역협회 등 경제 4단체장과 회동한 뒤 주 52시간 근로제의 후속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면서다.

지난 10월 8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300인 이상 기업들의 경우,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도 50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 시행되는 것에 대해선 경제계의 우려가 크다”며 “기업들의 대비를 위해 탄력근로제 등 보완 입법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제계도 20대 정기국회가 종료를 한달여 앞둔 현재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보완책을 꼽고 있다.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져야 노사가 고용과 임금을 함께 높여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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