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고에 빠진 삼성… ‘돌파구 찾기’ 길어지는 이재용의 日출장

김현수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입력 2019-07-11 03:00 수정 2019-07-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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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보복 파장]

7일 일본으로 출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출장 일정이 길어지고 있다. 10일 TV아사히는 이 부회장이 일본 대형은행 관계자 협의회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11일에도 일본 정재계 인사 면담이 잡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번 일본 출장길 비행기 티켓을 편도로 끊고, 한국 수행원 없이 홀로 일본에 도착했다. 도착한 후에도 일본 현지 법인에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유력 정재계 인사들과의 면담 일정을 조율하다 급하게 일본으로 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일본 일정 때문에 1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뿐만 아니라 9일(현지 시간) 개막한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에도 불참했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미국 투자은행(IB) 앨런앤드코가 개최하는 비공식 사교모임으로 세계 주요 정보기술(IT), 금융, 미디어 종사자 200∼300명이 모이며 이 부회장은 그동안 꾸준히 참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외교 갈등에서 비롯된 현 사태에 기업이 뚜렷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총수가 일본을 직접 찾아 정재계 인맥을 총동원할 만큼 위기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창립 50년 만에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는 말이 삼성 안팎에서 나온다. 글로벌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혁신에 몰두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악화, 한일 외교 갈등에 따른 공급망 붕괴 등 위기가 겹친 상태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로 리더십의 마비까지 우려되는 최악의 상황이란 분석이 나온다. 3중고의 위기 상황인 것이다.

이달 5일 발표한 2분기(4∼6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6조 원대를 간신히 지켜냈지만 전년 동기보다 56.29% 하락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 탓이다. 여기에 일본이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정밀 타격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수출을 막은 3개 품목은 부품에서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공급망을 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를 돌파할 리더십은 검찰 수사에 막혀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의 협업과 미래 사업을 챙기는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임원 2명이 구속됐고, 나머지 임원들도 잦은 검찰 조사 및 압수수색으로 사실상 사업지원 TF 업무는 마비된 상태다.

삼성의 또 다른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사업도 사실상 신사업 프로젝트가 멈췄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이날도 검찰에 소환됐고,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여러 차례 불려 다니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의 미래 먹거리인 시스템반도체는 일본이 때리고, 바이오산업은 국내 수사 문제로 멈춰 섰다”며 “국내외 문제로 양대 신성장 동력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5대 그룹의 한 임원은 “미중 무역분쟁에 한일 수출 규제 분쟁까지 겹친 상황이라 주요 기업 모두 고민이 크다”며 “잘못한 일이 있으면 검찰 등의 조사를 받을 수는 있지만 연일 압수수색이 이어지거나 소환 조사가 이뤄지면 기업은 경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표 기업들은 제조업 경기 악화에 한일 외교 갈등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점검하는 등 비상 경영에 나선 상태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1.8%), 노무라(1.8%), ING그룹(1.5%) 등은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1%대로 내렸다.

김현수 kimhs@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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