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주인 다리에 몸을 문지르는 이유
노트펫
입력 2019-11-18 09:06 수정 2019-11-18 09:07
[노트펫] 개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안다. 외출을 했다가 귀가하면 개들은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그야말로 야단법석 환영식을 펼친다.
맹렬한 기세로 꼬리를 흔든다. 꼬리의 맹렬한 움직임 때문에 몸통이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그리고 개는 펄쩍펄쩍 뛰면서 주인이 자신을 안아주길 요구한다. 주인이 안아주면 그 다음 프로세스인 입이나 뺨을 핥으려고 기를 쓴다.
이러한 열광적인 개의 반김은 개를 키워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며 작은 행복이다. 개가 펼치는 이런 요란한 세리머니 때문에 개를 키운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고양이는 다르다. 고양이는 개에 비해 얌전하고 간소한 환영식을 펼친다. 차갑게 느껴지는 환영식이기도 하다. 고양이는 주인이 귀가하면 조용히 다가온다. 개처럼 요란스럽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리고 얌전히 자기 몸을 주인의 다리에 쓱 문지른다.
두 번도 아니다. 그저 한 번 문지를 뿐이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하던 일을 한다. 그게 고양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환영식이다. 고양이를 키우려면 이 정도 섭섭함은 기꺼이 즐겨야 한다. 고양이는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양이의 환영식을 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주인의 몸에 자신의 몸을 비빌까하는 것이다. 고양이가 하는 이런 행동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람은 고양이가 하는 그 행동의 의미를 100% 알기는 힘들다. 고양이 만이 인식할 수 있는 의미가 숨어있다.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주변 환경에서 고양이 냄새가 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면 심리적 안정과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그 고양이 냄새가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다른 고양이의 냄새이면 안 된다. 그러면 안정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인 체취(體臭)다. 고양이는 그래서 매일 같이 시간이 날 때마다 주변 물체에 자신의 몸을 비비거나 긁으며 냄새를 묻혀 놓는다.
고양이는 사람에 비해 후각이 예민하다. 그래서 사람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고양이 주인에게는 그 고양이만의 독특한 냄새가 난다. 이는 고양이만 아는 사실이다. 그러니 주인은 자기 몸에서 고양이 냄새가 난다는 점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아무리 후각이 예민한 사람이라도 이를 인지하기 어렵다.
그런데 고양이 입장에서는 외출을 하고 귀가한 주인은 평소와는 다른 냄새가 나게 된다. 주인이 점심 때 먹었던 음식이나 커피 냄새가 나기도 하고, 기타 외부의 다른 냄새가 섞여 있기도 하다. 그리고 바람의 영향으로 자기 냄새는 희미하기만 하다.
이는 고양이에게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고양이는 주인의 몸에 자신의 체취를 묻히고 싶은 충동이 발동하게 된다. 이는 일종의 심리적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고, 영역 표시의 일종이라고도 볼 수 있다. 고양이는 주인에게 자신의 체취를 묻히고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복귀한다. 주인의 옆에 더 붙어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당분간 주인에게서 자신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양이의 행동은 다른 고양이들에게 주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이 사람(주인)은 나와 같이 사는 사람이다. 그러니 주변에 얼쩡거리지 말라. 나한테 다칠 수 있다.”
고양이도 개에 못지않게 자신의 주인을 좋아한다. 그런데 그 본심은 위의 속마음이 내포되어 있다. 주인을 생각하는 고양이의 본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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