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과잉진료 권하는 병원… 진료비 4년새 47%↑

김형민 기자

입력 2019-09-18 03:00 수정 2019-09-1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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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심평원 진료 현황 분석… 많아야 2명 출산에 건강 불안도 커져
초음파-비급여 주사 등 권유 늘어… 0세 진료비 증가폭, 1~9세의 2배
정부 지원 1인당 60만원으로 역부족… 전문가 “의료계 과잉진료 개선 시급”


“태아보험 가입했어요?”

김모 씨(38)가 출산 후 경련 증상을 보인 신생아를 데리고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방문하자 담당 의사는 대뜸 이렇게 물었다. 담당 의사는 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여러 검진을 받아보자고 김 씨에게 권유했다. 심장, 복부, 머리 초음파 등을 권유했고 보험금을 탈 방법까지 알려줬다. 김 씨는 “담당 의사가 여러 검진을 권유했고 혹시 몰라서 다 받았다”며 “정상으로 나와 다행이긴 한데 좀 허탈했다”고 말했다.

송모 씨(35)는 생후 30일 된 아이의 첫 예방접종을 하러 동네 소아과를 찾았다. 간호사는 정부에서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급여 주사와 7만 원이 드는 비급여 주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 씨는 정부 지원 주사를 선택하려고 했지만, 접종 후 남는 주사 자국 모양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송 씨의 아내는 나중에 아이들 사이에서 주사 자국을 가지고 놀림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송 씨는 “혹시 내 아이가 따돌림을 당할 수 있다는 노파심에 비급여 주사를 선택했다”고 했다.

갓 태어난 신생아에 대한 의료비가 해마다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자녀 출산으로 인한 부모의 과잉보호와 이를 이용한 의료업계의 과잉진료가 신생아 진료비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7일 본보가 현대해상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10세 미만 영유아 및 어린이 병원 진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0세 영아의 1인당 병원 진료비는 2013년 162만4389원에서 2017년 238만750원으로 47%나 상승했다. 같은 시기 1∼4세와 5∼9세의 1인당 진료비가 각각 23%, 24% 오른 것과 비교해 증가폭이 2배였다. 2017년 기준, 0세 영아의 진료비도 1∼4세, 5∼9세 아이 진료비보다 각각 2배와 3.5배 높았다.

5세 미만 아이가 병원을 가장 많이 찾은 질환은 면역력이 약해 걸리기 쉬운 감기의 일종인 급성 기관지염, 급성 비인두염 등이었다. 또 병원비가 가장 많이 드는 질환은 ‘(신체·정신적) 발달 결여’였다. 민간보험(실손보험)을 통해 지급된 영아 질환 중 1인당 진료비가 가장 많이 든 질환은 황달이었다. 지난해 현대해상에서 영아의 황달로 지급된 보험금은 1인당 29만1068원이었다.

전문가들은 신생아에 대한 병원 진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료업계의 과잉진료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생아의 경우 비급여인 특수치료가 많고 부모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산전·산후의 비급여 검진을 의사가 무리하게 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70만 원 안팎이 드는 산전 기형아검사(NIPT)의 시장 규모는 기술 도입 첫해인 2014년 이후 2년 만에 4500억 원으로 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의사는 “많은 부모가 한 명, 많아야 두 명의 자식을 낳는데, 병원에서 아이에 대한 부모의 관심을 노린 과잉진료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신생아 의료비에 대한 정부 지원 역시 부모들이 체감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신생아 부모에게 의료비와 육아용품 구입비 등으로 1인당 60만 원씩 지원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아이의 의료비를 충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정수은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박사는 “의료업계의 과잉진료를 개선하고 정부 지원 역시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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