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다리 본떠 심혈관 질환 찾아낸다”

조영달 기자

입력 2023-03-23 15:32 수정 2023-03-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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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 공동연구팀, 거미 다리 모사 의료용 센서 개발
네이처 자매 저널 ‘npj 플렉시블 일렉트로닉스’ 게재
진동 감지 포식·위험 인지… 맥박 등 작은 생체신호 측정
웨어러블 헬스케어 분야, 심혈관 질환 진단·예측 기여


아주대 제공


아주대·서울대 공동연구팀이 거미의 다리 기능을 본뜬 의료용 센서를 개발했다. 호흡이나 근육의 움직임 같은 생체 신호부터 미세한 맥박까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어 인체 내 직접 삽입 없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의료기기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주대는 23일 서울대 공동 연구팀과 함께 “거미의 다리 기능을 모사해 민감도 조절이 가능한 의료용 센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성과는 전자공학 분야 최상위권 저널이자 네이처 자매지인 ‘npj 플렉시블 일렉트로닉스’(npj flexible electronics) 9일 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거미의 슬릿 기관 기능을 모사한 민감도 조절 가능 의료용 센서’(Spider-inspired tunable mechanosensor for biomedical applications). 연구에는 아주대 기계공학과 김태위 연구원과 박사과정의 홍인식·노연욱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했다. 기계공학과 강대식·고제성·한승용 교수와 서울대 의대 구본권 교수가 교신저자로 함께 했다. 자연 모사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아주대 연구진과 서울대 의과대학 연구진이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최근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유연한 재료와 전극 구조 설계를 이용한 ‘소프트 센서’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소프트 센서는 기존의 의료용 장치가 측정할 수 없었던 아주 미세한 압력과 진동 같은 기계적 신호와 온도 등을 측정할 수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과 스탠포드대학 등 전 세계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소프트 센서에 대해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센서 고유의 부드러운 특성 덕분에 피부에 부착했을 때 피부 경계면의 자극을 적다는 장점도 있다. 환자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고 정밀한 생체 신호 모니터링이 가능한 의료용 전자 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

이전에 개발된 센서는 측정할 수 있는 범위와 민감도 사이에 ‘트레이드 오프’ 관계를 가지고 있어 측정하고자 하는 부위에 따라 별개의 센서가 필요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트레이드 오프는 두 개의 목표 중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려고 할 때 다른 목표의 달성이 희생되는 관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강한 외력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는 민감도가 급감해 낮은 외력을 측정할 수 없고, 반대로 민감도가 높은 센서는 강한 외력을 측정할 수가 없었던 것과 같다.

아주대 제공


이에 아주대 공동 연구팀은 이러한 센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거미의 감지 기관인 슬릿을 주목했다. 거미는 다리 관절마다 미세한 슬릿(slit) 기관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거미줄의 진동을 감지해 먹잇감을 포식하거나 포식자로부터 탈출할 수 있다.

먹잇감을 잡을 때는 다리를 펴서 슬릿 기관을 민감하게 만들고, 거미줄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진동을 감지한다. 이와 반대로 외부의 포식자들이 발생시킨 큰 진동을 포착하면 다리를 구부려 슬릿 기관이 큰 외력에만 반응하도록 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거미 다리의 구부림 이완을 통한 슬릿 기관의 민감도 조절에서 영감을 받았다. 연구팀은 유연한 폴리이미드 필름 내에 금속을 증착 후 나노 스케일의 크렉을 형성시켰다. 이때 외부 스트레인 설정이 가능한 프레임을 늘려주면 센서의 민감도는 급상승하게 되고 초미세 압력까지 감지할 수 있다. 프레임을 다시 풀어주면 센서는 이완되고 상대적으로 더 큰 압력을 측정할 수 있다.

이처럼 민감도 조절이 가능한 센서는 호흡과 인체 근육처럼 움직임의 범위가 큰 거동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또 손목 맥박과 같이 작은 생체 신호도 측정 가능하다. 이렇게 측정된 맥파는 머신러닝을 이용해 심혈관 질환을 진단하고 예측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공동 연구팀의 강대식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의료용 센서를 통해 다양한 크기를 가진 생체 신호를 단 하나의 센서로 측정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건강 상태를 자가 진단할 수 있는 웨어러블 헬스 케어 장치의 구현이 가능하고 수술 중에도 혈압 등 생체 신호를 실시간 측정할 수 있는 의료용 센서로 다각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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