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도 암수술은 로봇이… 복잡한 병상배치는 AI가 척척

박재명 기자

입력 2021-04-23 03:00 수정 2021-04-23 11:12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대한민국 ‘디지털 혁신 병원’ 현주소

국내 의료 현장에서는 이미 로봇수술 등 ‘미래형 의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서울병원 의료진이 로봇수술기 ‘다빈치 SP’를 활용해 단일공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로봇수술기를 사용하면 기구 및 카메라가 수술 부위 근처에서 여러 방향으로 갈라지며 정교한 수술이 가능해진다. 이대서울병원 제공

의사가 로봇 팔을 들고 수술에 나선다. 산부인과부터 시작해 대장암, 전립선암 등 암 수술에도 로봇이 활용된다. 양성자로 암세포 주변 정상조직을 그대로 둔 채, 암세포만 공격해 치료하기도 한다.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던 종합병원 병상배치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몇 초 만에 끝내는 병원도 생겼다. 병원 내 방역도 로봇이 담당한다. 모두 미래 병원 모습이 아니라 지금 현재 한국 병원의 모습이다. 대한민국 의료의 ‘최첨단’에 있는 주요 병원들의 모습을 살펴봤다.


로봇 수술에 양성자 암 치료까지


병원 현장에 도입된 다양한 첨단의학 사례. 국립암센터의 양성자 암 치료 모습. 국립암센터 제공
이대서울병원 로봇수술센터는 단일공 전용 로봇 수술기인 ‘다빈치 SP’를 도입했다. 그동안 외과 수술은 배를 가르는 개복 수술에서 구멍 하나를 내 수술하는 단일공 수술로 차츰 진화해 왔다. 로봇 수술은 이런 단일공 수술 가운데서도 가장 진보된 형태다.

이 센터는 그동안 산부인과 부문에서 로봇을 활용한 수술을 500건 넘게 진행했다. 로봇을 쓰면 2.5cm가량만 절개한 뒤 좁고 깊은 수술 부위까지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다. 의사가 일반 수술에 비해 10배 정도 넓은 시야를 통해 수술할 수 있다. 장기 손상, 출혈, 수술 후 통증도 적다. 문혜성 이대서울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은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외과 등 다양한 임상 과가 협력해 국내 로봇수술의 새 장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암센터는 2007년부터 양성자 치료기를 활용해 암 치료에 나섰다. 양성자 치료는 방사선 치료의 일종이다. 하지만 기존 방사선 치료에 비해 부작용이 적어 암환자를 위한 ‘마법의 탄환’으로도 불린다. 원리는 암세포를 집중 공격하고, 주변 정상조직의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하는 식이다. 국내에 2대만 도입됐다. 폐암, 식도암, 안구암 등 여러 난치암은 물론 생존율이 낮은 간암, 췌담도암 등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도록 양성자 치료의 문턱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이 방역하고 AI 예약


병원 현장에 도입된 다양한 첨단의학 사례. 용인세브란스병원 방역로봇 ‘비누’. 용인세브란스병원 제공
수술 외적인 측면에서도 병원은 바뀌고 있다. 연세대 의대 용인세브란스병원은 SK텔레콤과 협업해 ‘5G 방역로봇 솔루션’을 구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더욱 중시되는 병원 내 감염 차단에 로봇을 활용하는 것이다.

스스로 방역하는 로봇의 이름은 ‘비누(BINU)’. 로봇이 사람의 얼굴을 자체 식별해 마스크 착용 여부를 판단하고, 체온을 측정한다. 병원 안에서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 있으면 소리를 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요청하기도 한다. 자외선을 이용해 병원 내 소독도 실시한다.

한림대 성심병원은 AI를 활용해 병원 입퇴원과 검사 대기시간을 줄였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커맨드센터 진료 상황 실시간 예측 AI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환자의 질환, 나이, 중증도 등을 고려해 입원 우선순위를 정한다. 중환자실에 들어갈 때도 환자가 의료진에게 일일이 전화할 필요 없이 AI가 입원 시기를 정해 준다. 한림대 병원 측은 “모든 병원 현황에 AI 모델을 도입해 디지털 혁신병원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투자 나서는 병원



병원 현장에 도입된 다양한 첨단의학 사례. 고려대의료원이 건설 중인 서울 강남구 청담캠퍼스 조감도. 고려대의료원 제공
최첨단 병원으로의 변화에는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대형 병원들이 부쩍 늘고 있는 이유다.

고려대의료원은 최근 고려대 의과대를 비롯해 안암, 구로, 안산 등 3개 병원을 진료를 넘어 연구와 교육을 동시에 하는 캠퍼스로 재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 서울 강남구 청담캠퍼스, 성북구 정릉캠퍼스도 짓고 있다. 청담캠퍼스는 정밀의료, 정릉캠퍼스는 바이오메디컬 연구의 기지로 삼을 계획이다. 이들 구상이 완성되면 고려대의료원은 수도권에 5개 캠퍼스를 지닌 의료기관이 된다.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5개 캠퍼스가 협력해 고려대 의대 100주년인 2028년 세계 초일류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평성모병원은 지난달 서울 은평구 본관 안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을 열고 장기이식 역량을 모으는 데 나섰다. 병원 안에 장기 및 조직기증 신청 핫라인을 열어 장기이식 문화 확산에도 나선다. 경희대병원은 기존에 설치된 ‘내시경 역행성 췌담관 조영술실’의 리모델링을 진행해 내시경을 활용한 고난도 질환 치료에 나서고 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