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길고양이의 빡센 경쟁자들

노트펫

입력 2020-02-20 15:08 수정 2020-02-2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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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우리나라의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생존을 위협할만한 다른 동물이 없는 게 현실이다. 맹수로 분류되는 위험한 야생동물이 대부분 사라진 한국의 현실을 고려하면 길고양이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다른 길고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야생동물이 살고 있는 미국의 사정은 다르다. 미국의 길고양이들은 자신의 생명과 영역을 노리는 힘센 야생동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자신과 같은 동족인 다른 길고양이들도 포함되어져 있다.

미국 야생에서 길고양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대표적 라이벌은 라쿤(Raccoon)이다. 북미가 고향인 라쿤은 그곳 자연환경에 수만 년 동안 적응한 동물이다. 또한 환경 적응능력이 뛰어나서 숲은 물론 도시에서도 잘 살 수도 있다.

라쿤은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동물이다. 설치류, 물고기, 조개 같은 동물성 먹이는 물론 도토리, 각종 열매 같은 식물성 먹이도 즐긴다. 따라서 라쿤은 도시에서 인간들이 버린 음식물을 쓰레기통에서만 뒤져도 자신의 끼니를 때울 수 있다.

그래서 미국 라쿤의 40% 이상이 도시에서 살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라쿤은 영장류와는 혈연적으로 거리가 멀다. 하지만 아메리카 너구리과에 속하는 라쿤의 행동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원숭이와 유사한 측면이 많다.

라쿤은 앞발을 마치 원숭이의 손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그래서 사냥에 성공하면 앞발을 이용하여 물에 깨끗이 씻어서 먹는 깔끔한 모습도 자주 보인다.

또한 라쿤은 손을 이용하여 높은 나무를 쉽게 오를 수 있다. 이런 능력은 주택가 지붕을 자신의 놀이터로 만들어 줬다. 라쿤은 이런 재주를 썩히지 않고 푸마, 늑대 같이 포식자들을 만나면 십분 발휘한다. 재빠르게 높은 곳으로 피신하면 제 아무리 덩치 큰 포식자들이라고 해도 사냥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라쿤 모피가 비싸던 시절, 사냥꾼들은 사냥개들을 동원해 사냥을 했다. 이들은 라쿤의 습성을 알고 사냥개들을 이용하여 라쿤을 나무 위로 몰고 총으로 사냥했다. 라쿤이 높은 곳을 좋아하고 설치류 같은 작은 동물을 사냥하는 이상 길고양이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길고양이에게 라쿤은 상대하기 귀찮은 경쟁자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코요테(Coyote)는 그렇지 않다. 코요테는 늑대와 가까운 친척으로 번식 능력이 있는 새끼까지 낳을 수 있다. 북미에서 발견되는 코이울프(Coywolf)라는 동물이 코요테와 늑대 사이에서 태어난 동물이다.

진돗개 정도 크기의 코요테는 체구와 힘에서 고양이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주택가 근처에도 종종 등장하는 코요테는 사람은 거의 공격하지 않지만 뒷마당(backyard)에서 노는 개나 고양이는 자주 습격한다. 특히 체구가 작은 집고양이들은 갑작스러운 코요테의 습격으로 봉변을 당하기 일쑤다.

아마 코요테는 이런 행동을 사냥의 일종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집고양이든 길고양이든 자신보다 훨씬 덩치 큰 야생동물인 코요테를 상대하기는 벅찬 게 현실이다.

코요테나 라쿤 이외에도 여우, 스라소니 등도 있지만 이들의 개체 수는 많지 않아서 길고양이의 생존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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