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로 피부에 약물 주입… 바늘 주사기보다 통증 덜해[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22-12-07 03:00 수정 2022-12-0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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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젯
바늘 없는 레이저 주사기



전진우 제이에스케이바이오메드 대표가 바늘 없는 레이저 주사기(미라젯)를 보여주며 그 원리와 사용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제이에스케이바이오메드 제공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최근 ‘바늘 없는 주사기’가 속속 나오고 있다. 통증이 상대적으로 작고 바늘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피부 미용 분야에서 사용자가 점차 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나온 것이 레이저를 이용한 바늘 없는 주사기인 ‘미라젯’이다. 미라젯은 의료기기업체인 제이에스케이바이오메드가 서울대의 기술을 이전받아 개발한 레이저 유도 방식의 바늘 없는 약물 주입 기구다. 2020년 8월 유럽 의료기기 품목허가인 ‘CE-MDD(Medical Devices Directive)’를 처음 획득한 데 이어 2021년 초엔 미국 의료기술 전문매체인 메드테크 아웃룩이 선정한 ‘APAC(아시아태평양지역) 2020 올해의 기업’으로 선정됐다.

통상 점을 빼는 의료기기로 알려진 레이저가 어떻게 바늘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는 것일까. 레이저는 물과 만나면 순간적으로 폭발해 강한 압력을 만들어 낸다. 노즐에서 강한 압력이 분사될 때 약물을 함께 태우는 방식이다. 강한 압력은 노즐에서 약물과 함께 나오게 되는데 이때 환자의 피부층에 액상 형태의 약물을 정확하게 균일한 양으로 주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늘 없는 레이저 주사기의 약물 주입 시 통증은 어느 정도일까. 본보 기자가 직접 체험한 결과 피부를 약간 톡톡 치는 듯한 정도에 불과했다. 바늘로 찌르는 통증과는 확실히 차이가 났다.

전진우 제이에스케이바이오메드 대표는 “미라젯은 매우 소량의 약물을 빠르게 반복 주입하는 특성이 있어 현재 여드름 흉터, 기타 흉터, 모공, 탈모, 리주베네이션(피부회춘) 등 미용 목적의 피부질환에 주로 사용된다”며 “바늘 없이도 피부에 약물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약물 전달 시스템과 레이저를 이용하는 방법을 동시에 사용하다 보니 한 번의 시술로도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이창균 청담고운세상피부과 원장은 “얼굴 피부 미용 이외에 최근엔 탄력섬유나 콜라겐 성분이 점차 떨어져 생기는 튼살과 같은 몸 부위의 피부 미용에도 미라젯이 사용되고 있다”면서 “섬세하게 내가 원하는 양을 맞춰 주입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가 잘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라젯은 단순히 약물을 전달할 뿐 아니라 콜라겐 재생을 촉진할 수 있다. 분사 약물이 피부 속에 있는 섬유아세포 등 유효인자들에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이러한 시너지 효과로 인해 한 번의 시술로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임상과 SCI급 논문을 통해 최근 증명됐다”고 말했다.

바늘 없는 레이저 주사기를 사용하는 박준홍 오월의아침피부과 원장은 “피부에 관련된 시술을 받고 싶지만, 바늘 통증에 대한 공포심이 있는 경우에 도움이 된다”면서 “의사 입장에서도 주입이 간편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는 환자에게 사용하기가 좋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미라젯은 특별한 부작용은 없다. 다만 다른 의료기기처럼 여드름 흉터나 튼살처럼 강한 시술을 할 경우 약간의 멍이 들고 붉은 자국이 생길 수 있다”면서 “멍은 대개 1주일 정도 지나면 사라지고 붉은 자국은 2, 3주 뒤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미라젯은 앞으로 미용 목적뿐 아니라 주사기를 사용하는 다른 치료에도 응용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전 대표는 “앞으로 백신, 인슐린 투여, 항암제 국소 전달 등 각종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응용 분야로 사용을 확대할 예정”이라면서 “차세대 경피약물전달시스템(TDDS) 표준을 만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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