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관리하면 큰 문제 없어… ‘범죄자 취급’ 시선이 더 위험”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21-10-21 03:00:00 수정 2021-10-2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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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선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말하는 매체 속 조현병 환자의 오해와 진실
환자마다 증상 달라… 일반화 안돼, 직장생활-학업 가능한 경우도 많아
꾸준히 약 먹으면 증상 대부분 완화… 범죄율 오히려 일반인보다 낮은 편
막연한 선입견 버리고 관심 가져야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중선 교수가 조현병 자녀를 둔 가족의 고통을 다룬 영화 ‘F20’을 소개하면서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인식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이 교수는 “조현병은 잘 관리하면 사회생활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최근 조현병 환자가 주인공인 ‘F20’이라는 한국 영화가 개봉됐다. F20은 의사가 조현병을 건강보험에 입력할 때 사용하는 코드다. 조현병에 걸린 서울대 학생과 그 비밀을 지키려고 하는 엄마의 이야기로 조현병 환자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국내에서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다.

우리 사회에는 조현병과 관련된 편견이 여전히 많다. 조현병의 오해와 진실을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중선 교수와 함께 알아봤다. 이 교수는 대한조현병학회 학술이사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치료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현병에 걸리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나.

“F20 영화에서 조현병 주인공은 서울대 학생으로 나온다. 조현병 발병 전후에 지적능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모두가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직장생활이나 학업이 가능하다. ‘뷰티불 마인드’라는 영화는 존 내시라는 사람의 실제 이야기를 다뤘다. 여기에 나오는 내시는 조현병이 있지만 노벨 경제학상을 받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제가 보는 환자 중에서도 전문직을 유지하는 분이 많다.”

―영화에 조현병 환자가 2명 나온다. 한 사람은 환청과 벌레가 자꾸 보이는 환시가 있다. 다른 환자는 은둔형 외톨이다. 증상이 어떻게 다른가.

“환자마다 증상이 많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외계인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고 믿는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큰 회사의 회장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처럼 환청이 심하게 들리는 사람도 많다. 조현병 초기엔 망상과 환청이 나타나다가 시간이 지나면 우울증에 걸린 것과 비슷하게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집에만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처럼 조현병에 걸린다고 해서 모두가 말도 안 되는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대소변을 못 가리거나,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건 아니다. 조현병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 잘 지낸다. 다만 몇 가지 망상과 환각 때문에 혼란스러워하고 헷갈려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 엄마가 아들이 약을 잘 먹는지 확인한다. 약 복용이 중요한가.

“약을 먹으면 이상한 증상이 많이 없어진다. 발병하면 처음엔 환자나 가족 모두 많이 걱정하고 실망하는데 약을 먹으면 통상 환자의 70∼80%가 좋아진다. 처음 걱정한 것보다 치료가 잘된다. 물론 재발하는 경향이 있어 방심하면 안 된다. 그리고 증상이 좋아져도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한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약을 먹지 않는 사람과 꾸준히 먹는 사람의 경우를 비교하면 재발 비율이 2, 3배 차이가 난다. 보통 정신과 약은 잠을 재우는 약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약이 많이 좋아져 졸리지 않는 것도 많다. 약을 먹었는지 본인이 잘 모를 정도로 부작용도 적은 편이다.”

―사람들이 조현병 환자는 무섭고 공격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병원에서 보는 조현병 환자들은 범죄자들보다 훨씬 순하고 착하다. 조현병 환자들은 나쁜 마음을 먹고 남을 속이거나 해치는 경우가 적다. 범죄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남을 공격하거나 물건을 빼앗지만 조현병 환자는 증상 때문에 외부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폭력적 행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의 10분의 1, 조현병의 경우는 4분의 1 정도다. 물론 살인, 강도, 방화 등 중범죄는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이 일반인보다 2∼8배 높다고 하는데 이것은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막연하게 조현병 환자를 범죄자나 위험한 사람으로 치부하면 환자들이 치료를 꺼리고 이로 인해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조현병 전문가로서 당부의 말이 있다면….


“조현병은 불치병이나 죽을병이 아니다. 평생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병도 아니다. 잘 관리하면 사회생활에 문제가 없다. 조현병은 누군가의 잘못이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그냥 뇌에 생기는 병이다. 전염되지 않는다. 암 환자를 대하듯 하나의 병으로 보고 똑같이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현병이 악화돼 학교나 직장에 병가를 내고 쉬어야 하는데 F20이라는 조현병 진단 코드가 들어간 진단서를 내지 못해 고민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조현병 환자나 보호자는 질병뿐 아니라 사회의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 조현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고,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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