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치료성적은 세계 최고… 그래도 정기검진 통한 예방이 최선”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21-06-09 03:00 수정 2021-06-0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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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베스트 닥터’ 최규석 교수

칠곡경북대병원 최규석 대장항문외과 교수가 환자에게 대장 모형을 놓고 대장암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제공

최근 기자가 대장암 전문의 20여 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본인이나 가족이 대장암에 걸렸을 때 믿고 의지할 대장암 전문의 5명을 추천해 달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대장암 전문의 20명 중 14명이 추천한 의사가 있었다. 놀라운 건 그가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의사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는 대구 칠곡에 있었다. 바로 칠곡경북대병원 대장항문외과 최규석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대장암 수술 분야에서 의사들의 최다 득표를 얻은, 그야말로 올해의 베스트닥터인 셈이다.

최 교수는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임상로봇수술학회의 회장을 맡아 2016년 첫 국제학술대회를 유치했고 영국 BBC 방송에서 로봇 직장암 수술 권위자로 소개되기도 했다. 미국 로봇 수술 교과서에도 대장암 수술 파트의 대표저자로 실렸다. 그를 직접 만나 대장암 치료의 최신 트렌드와 예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대장암 발생은 최근 어떻게 변화했나.

“대장암은 음식뿐 아니라 생활 패턴이 서구화되면서 급격히 증가하다가 4, 5년 전부터 조금씩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장내시경을 이용해 암의 전 단계인 선종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국가 암검진 등이 꾸준히 시행된 영향이 크다.”

―대장암의 증상은….

“뚜렷한 증상은 없다. 다만, 우선 혈변이 있을 때 검사를 받는 게 좋다. 항문에 가까운 직장암은 선홍빛 출혈이 변에 묻어 나오는 경우가 많고, 우측 결장암의 경우는 잘 나타나지 않거나 검은색 변이 보일 수 있다. 또 변비나 설사, 혹은 이 두 가지가 번갈아 나타나는 등 배변 습관의 변화가 있기도 한다. 변을 보고 나도 시원하지 않아 또 보고 싶은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빈혈이나 체중 감소, 배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통증이 동반될 때에도 병원을 방문해 검사 받는 게 좋다.”

―최신 치료법은….

“우리나라의 대장암 치료 성적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우수하다. 대장암은 선종에서 암으로 진행하는 발생기전이 비교적 잘 알려진 암이지만 여전히 성장이나 전이 과정이 복잡해 다 알기는 어렵다. 치료는 두 가지 방향이다. 조기 암의 경우 칼로 배를 째는 수술 대신 대장내시경이나 국소절제술로 대체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또 다른 하나는 암이 이미 많이 진행해 전이가 된 경우 완치로 되돌릴 수 있는가를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 진행 암은 여러 전문가가 함께 진단과 치료에 참여하는 다학제 치료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직장암에서는 상황에 따라 항암방사선요법을 수술 전에 실시해서 종양을 줄이고 전이율을 감소시키며 항문 보존율 또한 높일 수 있다. 최근엔 항암방사선 치료를 통해 10∼20%의 환자에서 암이 완전히 없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땐 수술을 하지 않고 경과를 집중적으로 관찰하는 ‘워치 앤드 웨이트(Watch & Wait)’를 시도한다.”

―면역치료제도 사용되나.

“결장암은 각종 항암요법의 발전으로 전이암도 표적치료제를 추가하거나 일부 환자에서 면역치료제를 사용해 생명 연장이나 완치 목적으로 수술하기도 한다. 또 최근에는 미세전이를 먼저 제거하는 수술 전 항암요법에 대한 대규모 임상연구가 진행돼 관심을 끌고 있다. 아무리 수술을 잘해도 일부 환자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전이가 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결국 나중에 항암치료를 하더라도 전이나 재발하기도 한다. 새로운 항암요법 임상이 성공하면 조만간 이런 환자들에게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복강경과 로봇 수술 수준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복강경 수술을 자랑한다. 예전과 달리 복강경 의료기기가 좋아져서 깨끗한 수술 시야 확보가 가능하다. 작은 상처만으로 복강경 수술을 할 수 있어 더 빠른 회복이 가능하며,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직장암 등에서는 보다 정교한 로봇 수술도 많이 시행된다. 특히 항문 보존율은 꾸준히 높아져 서구에 비하면 훨씬 많은 환자들이 영구적 장루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대장암 예방법은….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정기 검진이다. 대장암은 대부분 암 전 단계인 선종이라는 ‘씨앗’ 단계를 거치며, 암으로 진행되기까지는 보통 수년이 걸린다. 따라서 주기적인 대장내시경으로 암이 되기 전에 제거하면 대장암은 이론적으로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 대장내시경의 전 처치 과정이 수월하진 않으므로 50세 이후에는 3∼5년에 한 번씩 검진받기를 권한다. 단, 이전에 선종이 있었거나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거나 유전성이 알려진 경우는 더 이른 나이에 자주해보는 것이 좋다. 또 건강한 식생활과 규칙적인 활동도 중요하다. 과도한 육류 섭취, 과음, 흡연, 스트레스는 대장암 유발뿐 아니라 모든 건강의 적이다. 규칙적인 운동은 체력과 면역력을 높이고 체지방, 특히 내장 비만을 줄일 수 있어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건강한 생활 습관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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