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 불신’… 고령층 접종 예약률 예상치 밑돌아

세종=김성규 기자 , 이지윤 기자 , 김소민 기자

입력 2021-05-12 03:00:00 수정 2021-05-12 16: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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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대상 된 기분” 노인들 접종꺼려… 6일 예약개시 70∼74세 예약률 40%
시간 지날수록 예약 줄어 당국 비상… 전해철 “접종자 5인금지 예외 검토”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한테 혈전 생기면 큰일인데 조심해야지.”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접종 계획을 묻는 기자에게 이모 씨(72·충남 당진시)가 말했다. 70∼74세 접종을 위한 사전예약이 시작된 지 6일째, 하지만 이 씨는 여전히 신청할 생각이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다. 그는 “솔직히 실험 대상이 된 기분”이라며 “앞으로도 맞지 않겠다”고 말했다. 10일부터 예약이 가능해진 유모 씨(69·여·경기 성남시)도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유 씨는 “여자한테 더 문제가 많다는 말도 있고, 암 투병 경험도 있어서 꺼려진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1일 0시 기준 70∼74세 백신 접종 사전예약률은 40.1%(85만4000명)다. 예약 기간(6월 3일까지)에는 여유가 있지만 방역당국 내에선 위기의식이 감지되고 있다. 원하는 접종 일자와 의료기관을 정할 수 있어 초반에 예약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 탓이다. 예약률은 후반으로 갈수록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목표치를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80% 접종률 달성을 위해선 처음 1주간 예약률이 절반은 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백신 불신과 접종 불안을 낮추기 위해 연일 “고령층은 본인의 안전을 위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10일에는 인과성이 충분치 않은 중증 이상반응에도 최대 1000만 원까지 의료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일단 이날 시작된 65∼69세의 사전예약률은 21.4%(63만9000명)였다. 70∼74세 첫날 예약률(11.5%)의 두 배 수준이다. 정부는 예약률을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온라인에 퍼지고 있는 가짜 뉴스 등 잘못된 정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다양한 인센티브도 검토 중이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자발적 접종 참여를 위한 인센티브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적용 제외나 영업제한 시간 완화는 국민 일상생활과 생계에 직접 연관이 있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령층 아스트라 기피에… 정부 “130개국서 접종중” 불안 진화


낮은 접종 예약률에 보건당국 비상



“친구들이랑 통화해 보면 다들 무섭다고 해요. 어쩌다 한두 사람 그렇다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맞았다가 어디 잘못되는 거 아니냐고요.”(서울 동작구 66세 여성 박모 씨)

“집에서 조심하며 지내다 나중에 다른 백신 맞으려고요. 코로나에 걸릴 확률보다 이상반응으로 고생할 확률이 더 높은 거 같고….”(경기 가평군 66세 여성 이모 씨)

고령층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이 진행 중이지만 이처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둘러싼 불신과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예약률이 방역당국의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다. 방역당국은 온라인에 퍼지는 가짜 뉴스 폐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1일 브리핑에서 “고령층 사이에서 카카오톡 등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허위 정보가 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반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유럽을 포함해 세계 약 130개국에서 접종 중이고,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등 지도자들도 맞은 백신”이라고 강조하며 “한국은 이상반응에 대한 지원도 세계에서 가장 폭넓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 반장은 “접종 후 사망 신고 건수는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나 비슷한 수준”이라며 “그마저도 모두 백신이 아닌 다른 이유로 인한 사망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국내 ‘접종 후 사망’ 신고 건수는 아스트라제네카 51명, 화이자 44명인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가 화이자보다 35만8000여 명 많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을 맡고 있는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보도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에 대해 ‘사적모임 5인 이상 금지’ 규정에서 제외하는 등 인센티브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접종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 하반기(7∼12월)에 새로운 거리 두기 개편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조금씩 거리 두기 완화에 대한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며 “7월이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 장관이 해당 인터뷰에서 5, 6월 매주 도입 예정인 백신 물량을 구체적으로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방역당국은 그간 백신 도입 일정이 화이자 등 제약사와의 비밀유지 협약에 해당돼 위반 시 공급 차질 등이 빚어질 수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중대본 차장이 제약사와의 비밀유지 협약을 위반한 셈이 됐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 장관의 발언은 비밀유지 협약 위배 소지가 있어 행안부에 (언론에) 나가서는 안 되는 내용이 나갔다고 경고했다”며 “제약사 쪽이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수 있어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 백신 수급에 대한 엇갈린 메시지가 나오면서 불신과 불안감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세종=김성규 sunggyu@donga.com / 이지윤 기자 /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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