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증상부터 실시간 상태 확인까지… 작은 패치 하나로 OK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0-07-13 03:00 수정 2020-07-13 04:47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헬스케어 패치 기술의 진화



피부에 붙여 체온 같은 생체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아픈 곳을 치료하는 ‘패치’ 기술이 새로운 헬스케어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각광받는 웨어러블(입는) 기기보다 더 직접 생체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면서 건강 상태를 비대면 상태에서 실시간 확인할 필요가 있을 때 가장 유용한 기술로 꼽힌다. 의료용이나 미용에 활용되는 것은 물론이고 몸속 의료기기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충전장치까지 패치가 등장했다. 일부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붙이면 코로나19 걸렸는지 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존 로저스 교수와 정효영 연구원팀은 최근 피부에 붙이는 초소형 진동 및 온도 센서를 이용해 코로나19의 주요 증상인 발열과 기침, 호흡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1일자에 공개했다.

로저스 교수는 “최근 미국의학협회보(JAMA)에 따르면 코로나19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발열과 기침, 가쁜 호흡 세 가지로 나타났다”며 “손목이나 손가락 등에 착용하는 기존 웨어러블 장비로는 코로나19의 호흡기 관련 증상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어 이를 측정할 수 있는 부위에 부착하는 패치형 센서를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비는 어른 손가락 한 마디 크기로 부드러워 쉽게 휘어진다. 목 아래 움푹 들어간 부위 바로 아래에 부착해 호흡에 따른 미세한 진동과 기침, 혈류와 심장박동을 모니터링한다. 특히 인공지능(AI) 머신러닝을 이용해 코로나19에 의한 기침과 알레르기나 감기에 의한 일반적인 기침을 쉽게 구분한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52명의 의료진과 환자를 대상으로 3000시간 동안 시범 운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코로나19를 예측하는 알고리즘도 만들었다. 올해 안에 500명을 대상으로 추가 실험해 더 정교한 예측 알고리즘을 완성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손가락에 반지처럼 착용하는 패치를 하나 더 추가해 혈중 산소 농도를 추적하도록 개선했다. 무증상 코로나19 환자를 찾기 위해서다. 또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데 쓸 수 있도록 의료진과 함께 시험하고 있다. 연구팀은 ‘소니카 헬스’라는 스타트업을 세워 이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연구팀은 “7월 안에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저스 교수팀은 앞서 지난해에도 조기 출산한 신생아의 건강을 실시간 측정하고 전송하는 패치형 센서도 개발해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현재 로저스 교수팀은 스타트업을 설립하는 등 패치 센서 분야를 이끌고 있다.

○몸속 헬스케어 기기에 전력 공급, 스트레스도 측정

한국에서도 헬스케어 분야를 중심으로 개성 넘치는 패치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박장웅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연구단 연구위원(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과 구민재 연세대 연구원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수치가 증가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농도를 눈물 속에서 실시간 측정하는 콘택트렌즈 형태의 장비를 개발해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10일 공개했다. 박막형 탄소 신소재인 그래핀과 코르티솔이 만나 전기적 특성 변화를 일으키면 그 변화를 측정한 후 무선으로 전송해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려준다. 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굵기의 얇은 은실인 ‘나노와이어’로 잘 휘면서 투명한 전극과 안테나를 만들어 소프트렌즈처럼 부드럽고 사람 몸에 해가 없다. 박 연구위원은 “일상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상일 연세대 연구원, 이상영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팀과 함께 피부에 붙여 염증과 여드름을 치료하는 작고 투명한 온열 패치도 개발해 최근 공개했다.

몸에 붙인 다양한 패치나 몸속에 삽입한 심박조율기 등 헬스케어 장비에 전력을 공급하는 충전 패치도 나왔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계공학부 이종호 교수와 김주호 연구원팀은 잘 휘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를 피부에 부착해 태양전지를 지닌 몸속 헬스케어 장비에 전력을 공급하는 패치 기술을 개발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이달 6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생체 투과율이 높은 적색 파장의 빛을 내는 두께 0.004mm의 초박막 마이크로 LED를 어른 엄지손가락 크기의 패치 형태로 만들었다. 열을 식히는 필름을 이용해 오래 사용해도 화상을 입지 않도록 온도를 낮췄다. 그 결과 상용 심박조율기를 구동시킬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를 체내 헬스케어 기기에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 교수는 “빛을 매개로 전력을 자유롭게 공급할 수 있어 필요할 때 인체 기능을 보조하는 다양한 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