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5월초 거리두기 느슨해지자 대규모 재확산… 피서철이 진짜 고비

강동웅 기자 , 김상운 기자 , 김소민 기자

입력 2020-07-08 03:00 수정 2020-07-0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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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화로 경계심 약해져… 집단감염 생겨도 이동량 안줄고
직장인 회식-지인 모임 다시 늘어… 전문가 “거리두기 단계 높여야”


7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송도국제캠핑장이 시범 개방에 들어갔다. 개장 준비를 하는 시설관리 직원들이 ‘2m 거리 두기’를 홍보하는 현수막을 걸고 있다. 인천=뉴시스
“설마 걸릴까요?”

이번 주말 전북 전주시로 여행을 떠날 예정인 안모 씨(28·서울 강동구)가 물었다. 안 씨가 장거리여행을 가는 건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처음이다. 안 씨는 “아무래도 사람이 많은 곳이라 조심스럽긴 하다”며 “하지만 20대는 감염돼도 상태가 심한 경우가 별로 없어 괜찮아 보인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모 씨(26·여)도 요즘 주말여행을 즐긴다. 김 씨는 “부산이나 전라도 바닷가로 간다”며 “야외로 많이 다니기 때문에 감염 위험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회식이나 모임 분위기도 달라졌다. 대구에 직장을 두고 있는 강모 씨(32·여)는 1일 인사 발령 후 당일 저녁 회식 자리에 참석했다. 이 회사는 4월까지만 해도 모든 회식을 무기한 연기했지만, 지난달부터 수차례 회식을 하고 있다. 강 씨는 “코로나19 초기에는 회사에서 도시락을 시켜 먹었는데 지금은 점심시간에 식당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며 “가끔 ‘코로나19가 끝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6개월 가까이 계속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방학, 휴가와 맞물리면서 ‘방역의식’이 집단적으로 느슨해지는 분위기가 확연하다. 이동통신 이용 실태를 통해 본 ‘국민 이동량’은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한 이동통신사 가입자의 6월 27일 이동량은 3992만 건이다.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1월 20일) 직전인 1월 18일 이동량 3994만 건과 거의 같다. 이동량은 가입자가 자신이 사는 시군구를 벗어나 다른 시군구로 이동해 30분 이상 체류한 경우를 1건으로 집계한다.

코로나19 발생 후 이동량은 5월 2일 4163만 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치마저 훌쩍 뛰어넘었다. 4월 말∼5월 초가 코로나19 사태 들어 첫 황금연휴였기 때문이다. 4월 30일 부처님오신날을 시작으로 5월 5일 어린이날 사이 6일간 전국적으로 이동량이 크게 늘어났다. 정부가 5월 6일부터 생활방역으로 전환한다고 예고한 상황이라 사람들의 긴장감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 기간 ‘무장 해제’된 거리 두기의 결과는 대규모 집단 감염으로 나타났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경기 부천시 쿠팡물류센터 등에서 잇달아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하지만 집단 감염 발생 충격에 따른 이동량 억제 효과도 1주일을 넘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초 서울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 발생 당시 첫 일주일 이동량은 일평균 3362만 건이었다. 확산 우려에 2주 차에 3308만 건으로 줄었지만 3주 차(3355만 건)에 곧바로 증가세로 바뀌었고 4주 차에는 3431만 건으로 늘어났다. 서울 관악구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 집단 감염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거리 두기가 해이해지면 언제든 예상하지 못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백신이 언제 개발될지, 방어력(효과)은 어느 정도일지,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의와 경각심이 다시금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경각심을 강력히 높이지 않으면 수도권과 지방 간 이동이 늘어나는 휴가철에 전국적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달 말이 되기 전에 거리 두기 단계를 높여 국민들에게 경고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동웅 leper@donga.com·김상운·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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