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인파 몰리는 7말8초, 집단감염 전국 확산 부를수도

김상운 기자 , 이소정 기자 , 강동웅 기자

입력 2020-06-30 03:00 수정 2020-06-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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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 비상]정부, 민간사업장 휴가 분산 권고

CCTV화면 보며 확진자 동선 파악 29일 광주 북구보건소 직원들이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이날 현재 동구 광륵사 등을 다녀온 일가족 등 해당 사찰 관련자 1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국내의 한 대형 완성차 업체는 매년 8월 초에 생산 라인을 멈춘다. 이 기간 생산직 근로자들이 한꺼번에 여름휴가를 떠나서다. 올해 휴가 기간은 8월 3∼7일. 노사 단체협약으로 규정된 오랜 관행이다. 자동차업종 특성상 작업자 결근으로 일부 생산 라인이 돌아가지 않으면 전체 공장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도 비슷한 기간에 여름휴가를 떠난다. 업계 관계자는 “원청업체가 일할 때 납품업체들이 손을 놓을 순 없다”며 “자동차업계의 여름휴가 관행을 일시에 바꾸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자동차·조선업계 휴가 분산 어려워
29일 정부는 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장 1만9375곳에 대해 여름휴가 분산 사용을 권장하기로 했다. 휴가 기간을 9월까지 늘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7월 말부터 8월 중순에 휴가가 집중될 경우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이 우려된다. 휴가 기간이 골고루 분산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휴가 분산 방침이 의무가 아닌 권고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자동차나 조선업종의 경우 단체협약으로 여름휴가 기간이 정해져 정부가 이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고용노동부 당국자는 “노조가 강한 일부 사업장에선 사업주조차 휴가기간 결정에 간여하지 못한다. 정부로서는 독려 차원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와 관련해 방역당국은 사업장에 인센티브나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당장 고려하진 않고 있다고 밝혔다.


○ 황금연휴 때처럼 확진자 증가 우려
직장인 김모 씨(여·26)는 매년 여름휴가를 해외에서 보냈지만 올해는 전남 여수로 떠날 계획이다. 본래 제주도로 가려고 했지만 웬만한 숙박업소는 예약이 모두 찼다. 그나마 남아있는 곳은 가격이 평소의 몇 배나 올랐다. 김 씨는 “승객이 덜 붐비는 KTX 특실을 잡았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아 숙소에서만 머물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벌써부터 일부 관광지는 숙박업소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몰리고 있다. 제주의 경우 주말인 26∼28일 약 1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90% 수준으로, 올 2월(56.6%)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올여름에도 하루 평균 4만 명의 방문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휴가 기간과 인원, 장소의 세 가지를 분산해야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가족이나 지인과 떠나는 여행에선 ‘밀접’ 접촉이 이뤄지기 쉽다. 여기에 특정 관광지로 몰리면 ‘밀집’을 피하기 어렵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실내보다 실외에서 감염 위험이 낮은 건 사실이지만 관광객이 몰리면 기침 등 비말(침방울) 전파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재 수도권과 대전에 집중된 집단 감염이 휴가철 이동을 매개로 다른 지역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올 4월 말∼5월 초 ‘황금연휴’ 기간 이동량이 늘면서 코로나19 확진자도 증가했다. 황금연휴 직전 2주일(4월 16∼29일)간 신규 확진자 수는 평균 12.1명이었으나 직후 2주일(5월 6∼19일)간 19.6명으로 늘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해수욕장 파라솔 숫자 등을 줄여도 근처 음식점이나 주점으로 몰리면 감염 위험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이소정·강동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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