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새 21명 의심신고… WHO, 트위터에 ‘급속전파 가능성’ 경고

이미지 기자 , 위은지 기자

입력 2020-01-23 03:00 수정 2020-01-2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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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신종폐렴 포비아]국내 감염환자 현황은
확진자와 같은 비행기 탄 승객, 유사증세 보였지만 음성 판정
증상 없는 감염자 입국할 가능성… 전문가들 “지역사회 대응 강화를”
의심땐 병원 응급실 가지 말고 보건소-질본에 신고 먼저해야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 여성이 격리 입원 중인 22일 인천 동구 인천의료원. 감염예방 안내문이 붙은 응급실로 의료진이 드나들고 있다. 인천=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24시간 동안 21명의 감염 의심 신고가 이어지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22일 질병관리본부(질본)가 발표한 추가 유증상자(우한 폐렴 환자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 6명 중에는 20일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 여성 A 씨(35)와 같은 비행기를 탄 승객도 포함돼 있었다. 다행히 6명 모두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와 격리 조치에서 해제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확진 환자가 추가로 나오는 건 시간문제”라며 절대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질본은 중국 춘제(春節)와 설 연휴를 앞두고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보건 당국은 우한으로부터 직항 입국자의 경우 게이트에서 전원 체온 측정을 하고 건강 상태 질문서를 작성토록 하고 있다. 나머지 항공편 입국자는 입국장에서 체온 측정을 진행한다.

하지만 호흡기 감염병은 최대 14일의 잠복 기간이 있는 만큼 증상이 발현되지 않은 감염자가 입국장을 통과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잠복기 환자는 이번 확진자처럼 공항 검역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의료기관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의 확산 상황을 감안할 때 우한 폐렴의 전파력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급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와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사무국이 공식 트위터에서 우한 폐렴에 대해 ‘제한적 전염’ 대신 ‘지속적 전염’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주목된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WHO가 자체 조사를 통해 이 정도의 전염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면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속적 전염은 다수의 대중에게 급속히 전파될 수 있는 전염력을 뜻한다.

우한 폐렴 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이를 일으킬 경우 전파력이나 중증도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지원팀장은 “코로나바이러스는 흔한 감기 바이러스이지만 일부 염기서열이 변하면서 사스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전파력이나 중증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질본은 우한 폐렴 바이러스가 박쥐에게서 유래한 사스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과 89.1%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상원 질본 감염병진단과장은 “이는 현재까지 확인된 코로나바이러스 중 사스와 가장 닮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두 바이러스의 차이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사스 수준의 전염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관리감독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대응 절차를 제대로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한 폐렴 증상이 의심된다고 곧장 병원으로 달려가면 추가 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 때도 환자가 응급실로 가는 바람에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대거 감염됐다”며 “보건소나 질본 콜센터로 신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위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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