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충북 전남 등 4곳 소아외과 전문의 ‘0’… 완치 시기놓쳐 평생 질환

박성민 기자

입력 2019-08-13 03:00 수정 2019-08-1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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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들 응급의료 체계까지 적신호

60세 미만 외과 흉부외과 전문의 감소로 환자가 제때 수술받지 못하는 빈도가 높아질수록 경보등급이 1등급 쪽으로 상승. 동아일보 대한외과학회 대한흉부외과학과 대한의사협회 공동 제작.
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본관 3층 수술실. 항문이 닫힌 채로 태어난 3세 남자아이가 후유증으로 생긴 역류성 식도염을 치료하는 수술을 받고 있었다. 위와 식도 연결 부위를 좁히는 대신 위에 관을 삽입해 음식물 섭취를 돕는 수술이다. 의료진은 환자의 배에 구멍 4개를 뚫고 투관침(복강경 수술 도구)과 모니터용 카메라를 넣어 가스를 채웠다. 배를 부풀어 오르게 해 메스를 움직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소아 환자는 장기가 작고 예민하기 때문에 성인용(10mm)보다 직경이 작은 3∼5mm짜리 투관침이 사용됐다.

소아 환자 수술은 성인보다 훨씬 까다롭다. 마취 시간이 길어지면 의식을 찾지 못할 수도 있어 마취제 투여량을 세밀하게 조절해야 한다. 이날 수술을 집도한 서정민 교수(대한소아외과학회장)는 “선천성 기형을 갖고 태어난 소아 환자들은 여러 질환을 복합적으로 앓는 경우가 많아 세심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소아외과 전문의 78%는 ‘1인 근무’



서울에서 태어난 중증 소아 환자들은 그나마 조기 진단이나 완치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7개 병원에 15명의 소아외과 전문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충북, 전남, 경북, 세종에는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다. 울산, 강원, 충남, 전북, 제주에는 전문의가 각각 1명밖에 없다. 전문의가 있는 32개 병원 중 25곳이 ‘나 홀로 근무’여서 전문의들은 365일 ‘온콜(on-call·비상대기)’ 상태에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병원들이 소아외과를 사실상 ‘계륵’으로 여겨 전문의 채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소아외과는 수술비가 전반적으로 낮은 데다 성인보다 환자 수도 적어 수익을 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로 돼 있다. 신생아 중환자들이 있는 병원에서 구색 맞추기로 전문의를 1명씩 채용하는 게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정도다.

전문의들은 소아외과에서 어렵게 자리를 구해도 실적 압박을 견디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소아외과를 포기한 한 전문의는 “다른 과 의사보다 수술 횟수가 적으니 응급실 당직을 더 서라고 하거나, 내가 학회 참석으로 자리를 비워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했다는 이유로 경고 조치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애로 때문에 2년간의 힘든 전임의 과정을 견디고도 소아외과를 포기하는 의사가 적지 않다. 서울의 한 대형 병원은 최근 4년 동안 전임의 과정을 거친 7명 중 2명만 소아외과에 남았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병원에 충원된 소아외과 전문의는 총 4명에 그쳤다.



○ 0∼7세 소아환자 23%만 소아외과에서 수술

대한소아외과학회에 따르면 2013∼2017년 1.5kg 미만으로 태어난 신생아가 소아외과 전문의에게 수술을 받았을 때 30일 이내 사망률은 10.9%였지만 일반외과 의사가 수술한 환자의 사망률은 20.8%였다. 소아외과 전문의의 수술 성공률이 2배 정도 높았던 것이다.

선진국은 전문 병원에서 소아 환자를 집중 치료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아이는 어른 몸의 축소판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고, 소아 환자 치료의 전문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소아외과 전문의가 900여 명, 미국은 2400여 명으로 두 국가 모두 인구 10만 명당 소아외과 전문의 수가 0.7명대다. 한국은 그 수치가 0.093명으로 선진국의 약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2002∼2017년 0∼7세 소아환자를 소아외과 전문의가 수술한 비율은 22.9%에 그쳤다.

의료계에서는 젊은 외과 의사를 소아외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설지영 충남대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권역외상센터처럼 지역별 거점 병원을 만들어 소아외과, 소아비뇨기과, 소아흉부외과 등 5, 6명의 소아 전문의가 24시간 진료할 수 있는 공공의료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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