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밝히는 LED 야간 조명 늘어날수록 인간-동물의 수면 건강에는 악영향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2-09-26 03:00 수정 2022-09-2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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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사용량 증가 추세
블루라이트 배출도 함께 늘어
과하게 노출 땐 수면 습관 악화
야행성 동물 행동 패턴도 변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인간과 동물의 수면건강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전 세계에서 야간 조명이 발광다이오드(LED)로 빠르게 대체되면서 인간과 동물의 수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블루라이트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엑스터대 연구팀은 유럽 국가들이 밤에 사용하는 조명의 대부분을 LED로 대체한 것을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14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지구를 촬영한 이미지를 비교해 전통적인 나트륨 등에서 나오는 오렌지색 빛이 대부분 LED에서 나오는 흰색 빛으로 바뀐 것을 발견했다.

LED 조명은 에너지 효율이 높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LED 조명이 방출하는 가시광선 블루라이트는 수면 패턴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생성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블루라이트에 과하게 노출되면 수면 습관이 악화되고 결국 다양한 만성 질환을 초래할 수 있는 등 인간과 동물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많다.

연구팀은 블루라이트 방사선이 증가하면서 밤하늘 별들이 잘 보이지 않게 된 것도 인간이 자연을 느끼는 감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박쥐와 나방을 포함한 동물들의 행동 패턴도 바꿀 수 있다. 박쥐가 광원을 향해 움직이거나 멀리 움직이는 행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영국은 LED 야간 조명 전환으로 유럽 내에서 멜라토닌 억제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나라 중 하나다. 2019년 기준 영국의 가로등 중 51%는 LED로 작동했다. 이탈리아, 루마니아, 아일랜드, 스페인도 최근 LED 야간 조명으로 전환해 블루라이트 방사선의 영향에 더 취약한 국가인 것으로 확인됐다. 야간 조명 대부분을 전통적인 방식의 가스 전구와 형광 전구를 사용하는 오스트리아의 경우 블루라이트의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런 에번스 영국 뉴캐슬대 생태 및 보존학 교수는 “조명이 어떻게 야행성 곤충 개체 수를 극적으로 감소시켰는지에 대해 지적한 바 있는데 이번 연구 결과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며 “영국의 LED 조명 전환 정책은 생태학적 비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환경 보호 단체인 버그라이프(Buglife)의 데이비드 스미스 활동가도 “빛 공해는 무척추동물이 일상생활을 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LED 불빛으로 인해 서식지에서 사는 종의 개체 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영국 정부가 빛 공해 수준을 줄이기 위해 국가 차원의 목표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의회는 이미 LED 조명의 영향을 줄이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영국은 최근 밤 조명을 어둡게 하고 있으며 블루라이트의 노출량을 줄이기 위해 LED 전구의 대역폭을 바꾸고 있다.

전 세계 LED 조명 사용량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이달 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LED 조명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15.4% 늘어난 176억5000만 달러(약 22조2000억 원)로 집계됐다. 한국에서도 순차적으로 형광등 조명을 퇴출시키는 정책이 시행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9년 ‘국가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을 선포하며 2028년까지 국내 모든 조명을 LED를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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