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꼭 필요” vs “백신이 만능 아냐”… 일상 회복 향한 두 목소리

홍은심 기자

입력 2021-10-13 03:00 수정 2021-10-1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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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는 모습. 동아일보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백신 접종 완료율은 50.1%로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접종을 마쳤다. 그러나 아직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접종을 꺼리는 시민 또한 적지 않다. 특히 최근 정부가 ‘백신패스’ 등 접종 완료자에게 다중이용시설 사용 시 혜택을 주는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접종을 강요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코로나19 백신은 맞아야 할까, 안 맞아도 될까. 이와 관련해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와 이덕희 경북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에게 물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백신만으로 ‘집단면역’은 어렵지만
공동체 안전 위해선 접종률 높여야
일상 회복하면 확진자 수 늘겠지만
과도하게 공포심 가질 필요는 없어



정재훈 교수는 “백신만으로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하긴 어렵다. 하지만 백신을 주력으로 한 방역 조치와 감염을 통한 면역으로 집단면역 상태에 돌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백신 접종 후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돌파 감염자가 늘고 있다.

돌파 감염자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 수가 더 늘면 돌파 감염자 수는 미접종 감염자 수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접종자가 미접종자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돌파 감염의 비율이 오르는 것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지금 돌파 감염자의 연령을 살펴보면 60대, 70대, 80대로 갈수록 많아 ‘조기 접종자들의 백신 효과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은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접종 기간에 따른 돌파 감염 비율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 백신 도입 당시 국민 대다수가 기대했던 백신의 효과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백신의 효과가 적다기보다 델타 바이러스의 변이가 백신 개발보다 빠를 뿐이다. 백신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개인을 바이러스로부터 막아주고 중증으로 가는 확률을 낮춰주는 '감염예방'. 다른 하나는 타인에게로 전파를 막아주는 것이다.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부스터샷(추가 접종) 같은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 ‘위드 코로나’로 가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게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백신의 효과가 6개월 정도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6개월에 한 번씩 부스터샷을 맞아야 하나.

바이러스 전달체인 아스트라제네카는 항체 유효기간이 더 길다. 반면 mRNA 백신은 그보다 짧다. 부스터샷을 고위험군에서 접종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일반인에서는 데이터를 더 기다려봐야 한다.


▽ ‘백신 패스’ 관련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백신 패스를 ‘전체의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접종자에게는 편의를 제공하는 반면 미접종자에게는 감염을 막아주는 안전망의 역할을 한다. 실제로 미접종자 가운데는 부득이한 이유로 접종을 못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 심각 단계에서는 감염 가능성은 물론이고 치명률, 중증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백신 패스는 미접종자를 보호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여기는 게 좋겠다. 또 흔히 알고 있는 항체 검사는 백신 접종으로 생긴 항체의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가 아니다. 정밀한 검사에서 백신의 항체 형성은 99%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단지 항체의 질이 다를 뿐, 항체가 생성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 “백신 접종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백신 접종은 개인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공동체 안전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접종자의 신념과 걱정을 이해하지만 한편으로는 미접종자의 중증, 사망 가능성, 특히 고위험군에서 이런 부분이 우려된다. 전문가의 노력과 당국의 설득이 필요한 부분이고 ‘의무화’보다는 설명과 공감,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 소아청소년을 둔 부모들의 걱정은 좀 더 크다. 백신을 의무화할 경우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부모들도 있다.

우리나라 목표 백신 접종률은 전체의 80% 수준이다. 전 국민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아청소년 접종이 필요하다.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이 여러 면에서 이익이 크다는 것은 많은 전문가가 동의하나, 백신의 효과 감소, 지속 기간, 이상반응의 가능성 등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다. 중요한 것은 전문가가 접종을 권고하는 기준은 아주 보수적이다. 개개인에게 백신이 얼마나 이익이 되느냐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집단 면역은 백신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 중 부가적인 부분일 뿐이다. 초기에 전문가들이 이런 부분을 강조한 건 소통의 실수였다.

▽ 위드 코로나 전환을 앞두고 있지만 매일 발표되는 확진자 수를 보면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불안하다. 백신 접종자가 늘어나면 K방역의 성패는 확진자 수보다 중환자 수, 사망자 수가 얼마나 감소 했는가에 있지 않겠나.

확진자 수, 중환자 수, 사망자 수 모두 중요하다. 위드 코로나로 가면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백신 접종으로 중환자와 사망자 비율은 줄어들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환자 집계는 해야 하는데, 이때 언론과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국민이 놀라지 않도록 전문가는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 언론도 공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단어 사용은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한다.


이덕희 경북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생리 이상반응 등 부작용 검토해야
고위험군은 신속하게 백신 맞히고
건강한 사람은 일상생활 복귀필요
교차면역 통한 투 트랙 전략 고려를



이덕희 교수는 “치사율이 높은 고위험군과 원하는 사람들은 신속하게 백신을 접종하고 건강한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통해 교차면역과 자연감염으로 지나가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 송파구 문정동 문정도시개발구역광장 임시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동아일보DB
▽ 임신부와 소아청소년의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현재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이들에게도 백신 접종 이득이 위험보다 크다고 주장한다. 백신으로 집단 면역에 도달할 수 없다고 코로나19 초기부터 주장해 온 분으로 어떻게 보는가.

이익·위험 분석은 언뜻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백신 접종의 이익은 지금 아는 것이 전부지만 위험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따라서 코로나19 치사율 ‘0’에 수렴하는 건강한 소아청소년에 대한 백신 접종은 불필요하다.

▽ 백신 패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중증도를 낮추는 효과는 있으나 감염과 전파를 막는 효과는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빠르게 소실된다. 따라서 백신은 고위험군이나 원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맞아야 한다. 백신 패스와 같은 제도는 사회에 또 다른 갈등과 혼란만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백신 의무화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 미국이 백신과 생리 이상반응 간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간 부정 출혈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았다.

그동안 미국에서 백신 접종 후 폐경 여성이 생리를 시작한다든지, 생리주기나 양이 달라지고 생리통이 극심해진다는 등의 다양한 증언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관련성이 없다는 입장이었다가 2명의 미국 여자 교수가 이상 생리현상을 경험한 약 14만 명의 여성들에 대한 보고서를 내면서 입장을 바꿨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우리나라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런데 백신 부작용으로 생리 이상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백신이 인체 호르몬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인자, 즉 환경호르몬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호르몬은 아주 미량만으로도 태아, 영유아,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로 인한 문제는 즉각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서서히 드러난다.

▽ 많은 전문가가 위드 코로나로 가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게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전 국민 백신 접종 목표를 80%로 잡기도 했다.

전 국민 백신 접종률이 위드 코로나의 전제조건이 될 필요는 없다. 코로나19와 같이 지속적인 변이가 발생하는 호흡기계 바이러스는 자연감염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을수록 더욱 안전한 위드 코로나가 가능해진다. 최근 이스라엘에서 나온 대규모 연구결과에 따르면 델타변이가 우세종이 된 뒤 자연감염의 경험이 백신 접종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강력한 저항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호흡기계 감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경우 점막 면역계, 즉 1차 방어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 체내로 바로 주입돼 스파이크 단백질만 경험하는 백신 접종보다 호흡기 세포들이 바이러스를 통째로 경험하는 자연 감염의 경험이 더 중요하다. ‘백신 만능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치사율이 높은 고위험군과 원하는 사람들은 신속하게 백신접종을 하고 대부분 무증상과 경한 증상으로 지나가는 건강한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교차면역 혹은 자연감염으로 지나가는 편이 낫다. 사실 훨씬 일찍부터 이러한 투 트랙 전략이 필요했다. 코로나19와 같은 특성을 가진 감염병을 상대로 무조건적인 확진자 수 최소화 전략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의료시스템을 확충하고 고위험군 보호 전략을 수립한 뒤 건강한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해줘야만 장기적으로 감염병 유행 관리에도 유리하다.

▽ 그래도 매일 3000명이 넘는 확진자 수를 보면 불안하다.

우리에게 중요한 사례는 미국과 유럽이 아니라 일본이다. 일본은 유행초기부터 PCR검사 자체를 제한적으로 한 국가다. 무증상자가 많은 코로나19 특성상 광범위한 지역사회전파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의 코로나19 사망률은 서구권에 비해 매우 낮으며 2020년 총 사망률도 예전보다 높지 않았다. 동아시아권의 코로나19에 대한 저항력은 처음부터 매우 높았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그 이유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가설은 높은 교차면역 수준이다. 과거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사람들은 코로나19에도 저항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동아시아권은 다른 지역에 비해 평소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경험이 더 많았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그런데 현재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유보다 그러한 현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일은 중지하고 일본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적절하게 준비하면 된다.

▽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앞두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확진자 수 중심에서 진짜 환자 중심으로 시급히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 시스템 재정비가 핵심이다. 전체 국민 백신접종률보다 고위험군 백신접종률이 중요하다. 그리고 일부에서 역학조사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역학조사를 지금처럼 계속 하는 한 위드 코로나는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이 코로나19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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