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에게 비대면 무료상담”

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입력 2021-07-29 03:00 수정 2021-07-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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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료봉사 단체 ‘행복한의사’ 최석재 응급의학과 전문의
코로나로 현장 진료 못가게 되자 비대면 해외 의료봉사 앱 개발
이주노동자-교포-난민 등 대상… 모국어로 물으면 의사가 바로 답변
원격 처방 시스템도 구축 예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델타 변이’ 유행으로 대부분 일상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해외 의료봉사 단체인 행복한의사가 비대면 서비스로 해외 의료봉사를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 ‘해피 닥터(HAPPY DOCTOR)’를 만들었다. 이 앱을 이용하면 현장에 가지 않고도 의료봉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최석재 행복한의사 대표(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통해 비대면 의료봉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최 대표는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행복한의사 대표인 최석재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비대면 서비스로 해외의료 무료봉사를 할 수 있는 앱 ‘해피 닥터’를 실행시켜 보여주고 있다. 국내 외국인 노동자, 소외계층 등이 앱을 통해 응급 상담을 할 수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비대면 의료봉사 앱은 어떤 계기로 개발했나.

“고 이태석 신부님처럼 우리나라 의료진들도 그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해외 의료봉사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등 국내 약 50개가 넘는 크고 작은 단체가 해외 의료봉사를 위해 조직되고 활동 중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해외 의료봉사활동이 거의 중단됐다. 해외 의료봉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비대면 의료를 표방하는 수많은 국내외 플랫폼은 영리 목적이다.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의료는 어디로 갔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시작해 보자고 무모하게 뛰어들었다.”

―평소 의료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나.

“개인적으로는 서울 영등포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을 대상으로 무료로 의료서비스를 해드리는 요셉의원이라는 곳에서 한 10년 가까이 봉사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K의료’가 많이 알려졌지만 지금은 백신 개발부터 치료제까지 해외 업체들이 상황을 주도해가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한국만큼 의료접근성이 좋은 국가가 또 없다. 그래서 의료접근성이 열악한 사람들, 예컨대 해외 이주노동자, 해외 교포, 해외 여행자, 저소득 계층, 난민 등 의료서비스가 절실한 사람들을 위한 비대면 앱을 만들어 K의료가 이 분야를 주도해 보자는 거창한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 고맙게도 대한응급의학의사회에서도 그 뜻을 받아줘 동참하기로 했다.”

―이번에 개발한 앱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나, 비대면 진료 외에 약도 처방해주나.

“아직은 비용도 많이 들고 법적인 제약이 있어 비대면 진단이나 처방까지는 못 한다. 일단 환자 상담서비스로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앱을 만드는 데 재능기부로 동참해 주지 않았다면 탄생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안드로이드나 애플 스토어에서 ‘Happy doctor’로 검색하면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 자신의 증상이나 의료진에게 물어보고 싶은 내용을 영어 몽골어 태국어 인도어 등 모국어로 적거나 증상과 관련된 사진이 있으면 같이 업로드하면 된다. 그러면 저와 같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바로바로 답변을 준다. 때에 따라선 두 명의 전문의가 상담하기도 한다. 시차도 있고, 진료 중일 수 있어 지금은 최대 6시간 이내에 답변 드리는 것으로 안내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보다는 비대면 상담으로 보면 되나.

“그렇다. 저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진료라기보다는 일종의 상담이다. 아직은 혈액검사나 엑스레이 같은 장비를 활용한 원격진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진단이나 처방을 한다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러나 향후엔 해외 현지에 원격진료소를 준비해 혈액검사나 장비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원격으로 처방까지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주로 외국인들이 많이 사용한다면 언어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구글 자동번역 시스템을 활용한다.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언어 소통에 큰 문제가 없었다. 영어가 모국어인 환자들은 훨씬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의료진도 영어 문장과 구글로 번역된 한국어 문장을 동시에 보면서 상담을 해주기 때문에 언어 소통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답변을 쓸 때도 한국어로 쓰면 친절하게 영어로 동시 번역을 해주고 의료진이 번역이 잘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문의를 남긴 환자가 아랍어를 사용했다면, 다시 영어와 번역된 아랍어 문장을 환자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진행된다.”

―현재 의료봉사의 틀을 깰 수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지금까지는 봉사활동을 가려면 일주일 이상 진료도 쉬어야 하고 비행기표도 자비로 구매하고 심지어 일부 의료진은 장비도 자비로 렌트해서 가야 했다. 우리의 목표는 누구나 쉽게 의료봉사를 하는 것이다. 틈을 내 이러한 봉사를 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다.”



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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