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쌓은 담 허물고 16년째 헬스클럽 ‘출근’…꾸준히 실천한 방법은?

김상훈 기자

입력 2021-05-14 13:42 수정 2021-05-1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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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의 배 안에 있는 태아의 머리는 아래쪽으로 향한다. 하지만 만삭인 산모의 3~4%는 태아의 위치가 거꾸로 돼 있다. 머리가 위쪽, 엉덩이가 아래쪽으로 향하는 이 현상을 ‘둔위’라고 한다. 이런 태아를 원래 위치로 돌려놓는 것이 둔위교정술(역아회전술)이다.

김광준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58)는 고위험 산모를 주로 치료한다. 그중에서도 둔위교정술에서 두드러진다. 2008년 이후 현재까지 2000여 건을 시술했다. 성공률도 평균 50~60%인 해외보다 월등히 높은 90%에 육박한다.

시술은 초음파를 보면서 진행한다. 산모의 하복부를 마사지하다가 골반에 들어간 태아를 쓱 밀어 올린다. 대체로 평균 5~10분이 소요된다. 상황이 어려울 경우에는 이보다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이 시술이 보기엔 쉬워 보여도 땀을 뚝뚝 흘릴 정도로 힘이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평소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광준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16년째 같은 헬스클럽에서 격일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김 교수가 휠슬라이드라는 도구를 이용해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운동과 쌓은 담을 허물다
학창 시절 김 교수는 운동에 무관심했다. 심지어 경기 관람도 즐기지 않았다.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축구공이나 농구공을 만져본 적도 없다. 야구 한 팀이 몇 명인지도 알지 못했다. 의대에 입학한 후로도 달라지지 않았다. 몸은 점점 말라갔다. 전공의 시험 면접을 치르는데 교수가 혹시 병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물을 정도였다.

전공의 2년 차 때 병원 근처에 수영장이 생긴 덕분에 수영을 하고 싶어졌다. 아침마다 수영장을 찾았다. 얼마 후 승용차에서 안전벨트를 매다가 깜짝 놀랐다. 벨트 안쪽이 가슴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그 사이에 가슴에 근육이 붙은 것이다.

효과를 체험하면 달라지는 법. 운동이라곤 해 본 적 없던 사람이 수영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 그 후로도 7, 8년을 더 수영장에 다녔다. 사실 불편함이 조금 있기는 했다. 자꾸 귀에 물이 들어가는 게 성가셨다. 여기다 개인적 사정이 겹치면서 수영을 관뒀다.

하지만 운동을 완전히 끊지는 않았다. 이미 ‘운동의 맛’을 봐온 터였다. 김 교수는 더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았다. 헬스클럽에 다니기 시작했다.

● 격일로 유산소-근력 운동
2005년 김 교수는 병원에서 가까운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1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 헬스클럽을 이용한다.

김 교수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격일로 한다. 주 5일 운동할 경우 월·수·금요일에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시속 8㎞로 30분 정도 달린다. 4㎞를 달리고 나면 운동을 끝내고 헬스클럽을 나선다.

화·목요일에는 근력 운동을 한다. 누워서 역기를 드는 벤치프레스, 앉은 채로 장비를 가슴까지 잡아당기는 렛풀다운, 반쯤 누워서 다리로 장비를 미는 파워레그 프레스. 딱 이 세 종류만 이용한다. 여러 장비를 짧은 시간씩 하는 것보다 세 가지 장비를 집중적으로 이용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다. 대체로 12~15회씩 3세트를 반복한다. 중량은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수준으로 책정한다. 가령 벤치프레스는 20~30kg, 렛풀다운은 35kg, 파워레그 프레스는 80kg 정도의 무게를 이용한다.

별도로 연구실과 집에서는 틈나는 대로 코어 근육 강화 운동을 한다. 바퀴가 달린 휠슬라이드라는 도구를 이용한다. 무릎 앉은 자세에서 휠슬라이드를 밀며 몸을 쭉 뻗는다. 아침과 저녁에 각각 20회씩 40회를 한다.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이를 2배로 늘린다.

● “헬스클럽에 ‘출근’하는 개념 필요”
매주 5회씩 헬스클럽을 찾아 운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김 교수도 이 점을 인정한다. 그는 “가급적 3일 이상은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했다.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것은 귀찮음과의 싸움이다. 김 교수는 매주 1회 정도 저녁에 술자리가 있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운동하러 가기 싫을 때도 많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가급적 헬스클럽에 간다. 김 교수는 “헬스클럽에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면 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씻지 않은 채 승용차를 몰고 바로 헬스클럽으로 간다. 이렇게 하면 샤워를 하기 위해서라도 헬스클럽에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단 헬스클럽에 들어가면 달리기를 하든 근력 운동을 하든 뭔가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이런 방식을 ‘출근’이라고 설명했다. 운동하러 간다고 생각하면 가기 싫을 수 있지만 출근해야 한다면 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일단 ‘출근’하면 아는 얼굴도 보이고, 운동하는 사람들 틈에 있으면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 “정신 건강도 챙겨야 진짜 건강”
김 교수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 내에서 약간 높을 뿐 질병 징후가 전혀 없다.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몸이 더 좋아지는 느낌이다. 최근에는 피곤하거나 기력이 떨어진 적도 없다. 김 교수는 “꾸준히 헬스를 한 게 도움이 됐겠지만 낙천적 성격도 한몫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고위험 산모 치료는 스트레스가 상당한 작업이다. 당직이 아닌데도 새벽에 집이 있는 인천에서 차를 몰고 응급실로 달려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무리 낙천적이라 해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이 스트레스를 목공 일로 해소한다.

김 교수의 집 지하에는 목공 작업실이 있다. 휴일이 되면 이곳에서 나무를 대패질하고, 본드로 붙이며, 사포로 표면을 다듬는다. 밥 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몰입한다. 목공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모든 걱정과 잡념이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김 교수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 새로운 일주일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다. 정신 건강이 중요한 이유”라며 웃었다.
김광준 교수는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갖고 있다. 3년 전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보디프로필’ 사진. 김광준 교수 제공
16년 이상 한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이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광준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에게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비결을 물었다.

첫째, 운동은 매일 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물론 일주일에 한두 번 놓칠 수는 있지만 별문제는 되지 않는다. 다만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빼먹지 않고 운동한다는 생각은 확고해야 한다. 그래야 10년이고, 20년이고 지속할 수 있다. 의지가 강하지 않다면 ‘출근’ 개념으로 헬스클럽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과도하게 운동해서는 안 된다. 운동량을 지나치게 많이 늘리거나 무거운 중량을 들어올리겠다고 욕심 부리면 안 된다. 이러면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지쳐버릴 수 있다. 운동을 포기할 확률도 높아진다. 10분이든 20분이든 거부감 없이 쉽게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운동 목표를 정해야 한다.

셋째,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섞어야 한다. 특히 50대 이후에는 반드시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 근력 운동 장비는 제대로 이용해야 한다. 몸의 반동을 이용해 장비를 들어올리거나 밀면 몸에 무리가 간다. 만약 근육을 키우고 싶다면 무게를 확 늘리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조금씩 늘려야 한다. 근력 운동을 강하게 했다면 근육이 쉬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다음 날은 건너뛰는 게 좋다. 다만 달리기나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은 매일 할 수 있으면 거르지 않고 하는 게 좋다. 체력이 달린다면 격일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배치해도 괜찮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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