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웃돈 주고라도 백신확보 나서야… 이스라엘 여분 구매도 방법”

유근형 기자 , 김소영 기자 ,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입력 2021-04-23 03:00 수정 2021-04-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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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백신 수급난 해소 전문가 조언
“반입 시기 앞당기는게 가장 중요… 3~4배 더 지불해서라도 구입해야
이스라엘 계약 취소 밝힌 AZ백신, 1000만회분 가져오는 방안 고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가 22일 200만 명을 넘었다. 2월 26일 시작 후 55일 만이다. 38일 만인 5일 100만 명을 넘었고 17일 만에 200만 명을 넘은 것이다. 그러나 접종 속도는 여전히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미 백신 스와프’ 추진도 어려워지면서 접종계획에 맞춰 백신이 공급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도입 일정 과신 금물…“갈수록 더 어렵다”
“백신이 답이다”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받은 75세 이상 어르신들의 2차 접종이 22일 시작됐다. 이날 경기 수원시 권선구 정현중 보들 테니스센터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고령자들이 접종을 마친 뒤 이상반응이 있는지 대기하고 있다. 수원=뉴시스
22일 미국 듀크글로벌보건혁신센터 조사 등을 종합하면 미국과 유럽연합(EU), 코백스 퍼실리티가 추가 확보할 백신은 약 51억 회분이다. 미국이 13억 회분, 코백스 퍼실리티가 20억 회분, EU가 18억 회분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한국을 포함한 나머지 국가의 백신 확보는 더 어려워질 게 뻔하다. 한국이 3, 4분기 백신 도입 일정을 믿고 지금 추가 확보에 소극적으로 나서면 갈수록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정부도 뒤늦게나마 신규 물량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7900만 명분의 기존 계약물량 외에 수천만 명분의 별도 물량이 계약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추가 물량 계약에 성공하더라도 실제 백신이 반입되는 시기가 중요하다며 “비용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전시(戰時)에 비견될 만큼 글로벌 백신난이 커진 만큼, 하루빨리 백신으로 집단면역을 이뤄 경제를 복원시키는 게 더 이득이라는 것이다. 전직 질병관리청 고위 관계자는 “지금 미국을 설득할 방도는 자본주의적 해법밖에 없다”며 “미국이 진짜 필요로 하는 걸 주지 않으면 백신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EU는 추가 물량의 가격을 놓고 화이자 등과 줄다리기 중이다. 화이자는 EU에 도스당 가격을 기존 12유로(약 1만6000원)에서 내년 이후에는 19.5유로(약 2만6000원)로 62.5%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EU가 비싼 가격을 주고서라도 협상을 하는 건 비용 대비 경제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라며 “3, 4배의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mRNA백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라도 가져와야”
미국과 이스라엘 등으로부터 ‘남는 백신’을 가져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이 경우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mRNA 백신 확보는 어렵고, 상대적으로 국제 사회에서 선호도가 낮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정도만 확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보건당국은 21일(현지 시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 회분에 대해 계약 취소 의사를 밝히고 회사 측과 협의에 들어갔다. 이미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친 만큼, 추가 물량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최고 방역 책임자 나흐만 아시 교이날은 군 라디오 방송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가 계약 이행을 요구할 경우 백신을 일단 들여온 뒤에 다른 곳에 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혈전논란으로 인해 아스트라제네카 사용에 연령제한이 생겼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물량이라도 필요한 실정”이라며 “쉽지는 않겠지만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보다 솔직하고 투명하게 소통해야 더 이상의 국민 불안과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11월 집단면역’이라는 기존 목표에 집착하지 말고 현실을 솔직하게 공개하라는 것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정부는 모더나의 도입 시기가 연기됐다는 사실을 말하면서도 송구하다는 말조차 안 했다”며 “이런 태도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유근형 noel@donga.com·김소영 기자 /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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