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에 괴로운 2030…잦은 복통에 항상 ‘불안’

뉴시스

입력 2021-02-21 07:49 수정 2021-02-21 07:5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장질환 환자들, 극심한 고통에 취업난까지 이중고 시달려
장협착, 장천공 등 합병증 위험↑, 심하면 대장암까지
염증성 생물학제제 등 최신 치료제 속속 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안그래도 좁던 고용의 문이 더 좁아지면서 20~30대 사이에서의 ‘취업실패’ 혹은 ‘취업포기’ 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와 구직단념자를 합친 일명 ‘취포자’ 인구는 300만명에 육박했다.

열악한 취업 시장에서 더욱 고통받고 있는 구직자들이 있다. 바로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20~30대 젊은 환자에서 많이 발생해 ‘젊은이의 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소화관에 원인 불명의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가장 대표적이다.

2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2010년 2만8162명에서 2019년 4만6681명으로 10년 새 약 1.7배 증가했다. 같은기간 크론병도 1만2234명에서 2만4133명으로 늘어나는 등 2배 급증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다른 만성질환과 달리 젊은 연령층의 발병 위험이 높아 환자의 절반 가량이 20~30대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극심한 복통과 잦은 설사, 혈변 등을 겪게 되는데 심할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찾아야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다. 특히 구직자의 경우 취업 시험이나 면접 도중 갑작스레 화장실을 가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할까 걱정과 스트레스가 많다.염증성 장질환은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일반인과 같은 삶의 질과 수명을 유지할 수 있다.

천재영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호전과 재발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데 증상이 심해지는 활동기가 찾아오면 정상적인 식사와 배변이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다”며 “아직까지 완치는 어려운 질환이지만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면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호전될 수 있다. 학업이나 취업준비로 바쁘더라도 복통, 설사, 혈변, 체중 감소 등의 이상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가까운 병원에서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내 비정상적인 만성 염증이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만성질환이다. 크게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증상과 치료방법은 비슷하지만 염증 부위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궤양성 대장염은 소화관 중 대장에 국한돼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설사, 혈변, 복통이 가장 흔한 증상이며 심한 경우 환자들이 식욕 감퇴, 체중 감소, 구토 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반면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과 달리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모든 소화관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증상에는 복통, 설사, 체중감소가 있고, 그 외에 혈변, 전신 쇠약감, 구역질, 구토, 식욕부진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환자에 따라 항문주위의 농양이나 치루가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이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단순 배변 장애로 치부하거나, 과민성 장증후군과 혼동하는 일이 흔하다는 것이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은 정기 검진이나 내시경 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염증성 장질환을 진단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염증성 장질환은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지속되는 염증으로 인해 장협착, 장천공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심하면 대장암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이 때문에 조기에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관리하고 호전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염증성 장질환은 상태가 심하지 않은 경우 항염증제와 스테로이드제제를 사용해 염증을 조절하고 증상을 완화한다. 이러한 약물치료로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을 정도로 중증이거나 기존 약물에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에는 증상이 더 악화되기 전 면역조절제나 생물학제제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다양한 생물학제제가 개발되면서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성 프로파일을 고려한 치료가 가능해졌다. 기존 약물치료가 증상이 호전되는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었다면 생물학제제는 증상 호전과 더불어 장점막에 궤양이나 염증이 없는 ‘점막치유’ 효과까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염증성 장질환에 주로 사용되는 생물학제제는 항TNF(종양괴사인자)제제인 인플릭시맙, 아달리무맙, 골리무맙과 장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인테그린 억제제인 베돌리주맙이 있다. 이 중 베돌리주맙은 전신에 작용하는 항TNF제제와 달리 장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해 전신적인 면역억제 효과가 적다. 감염이나 암 발생이 우려되는 고령환자, 간비장 T세포림프종이 발생할 수 있는 젊은 남자 환자에게 효과적인 옵션이 될 수 있다.

천 교수는 “생물학적제제라고 하면 일단 겁부터 먹고 치료에 거부감을 갖는 환자들이 있는데 최근 개발된 생물학적제제들은 다수의 임상연구를 통해 기존의 면역억제제와 비교해 효과가 우수하고 안전성도 입증된 치료제”라며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제 등 기존 약물에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전문의와 상담해 합병증으로 고생하기 전에 환자 본인에게 맞는 적절한 치료옵션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