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9.7이던 ‘코로나 우울지수’, 거리두기 2단계땐 21.3으로

최고야 기자

입력 2020-09-28 03:00 수정 2020-09-28 14:4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연세대 연구진 AI 활용, 포털 블로그-댓글 등 분석
사회적 우울증 강도 수치화 “심리적 방역에 도움 되기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쉽게 몸과 마음이 지친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코로나19로 우리 사회 전반의 우울함은 얼마나 강화됐을까.

연세대 소셜오믹스 연구센터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집단우울경향지수’를 개발해 코로나19와 사회적 우울함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연구팀은 AI로 매일 네이버 블로그, ‘지식인’ ‘하이닥’과 트위터, 온라인 기사 댓글 등에서 우울증 관련 단어나 구절이 들어간 글을 분석해 1일, 1개월 단위로 우울함의 정도를 수치화한 우울경향지수를 개발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될수록 우울경향지수는 높아졌다. 비대면이 늘어나고 사회적 고립감을 느낄수록 우울한 정서가 사회 전반적으로 강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발생 전과 직후인 올 1월부터 3월까지의 우울경향지수는 월평균 9.7 수준이었다. 하지만 4월 11.2로 상승했다. 정부가 3월 22일∼4월 19일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한 때와 겹친다. 4월 20일∼5월 5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연장되면서 5월은 11.7로 더 올랐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에 이어 2.5단계까지 강화된 지난달 평균 우울경향지수는 15.9로 급상승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실시를 선포한 지난달 19일에는 21.3까지 치솟았다. 조선미 소셜오믹스 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은 “8월 이후 코로나19 재확산과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로 사회 구성원의 스트레스 수준이 고조됐다”며 “재택근무 장기화, 교육활동 제약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집단 우울경향지수는 AI가 딥러닝을 통해 자동으로 산출한다. 지수 산출 메커니즘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팀은 먼저 온라인에 오른 우울증 관련 게시글 6188건을 분석했다. ‘의욕이 없다’ ‘죽고 싶다’ 같이 우울증으로 추정할 만한 표현을 분류했다. 이어 이 같은 증상이 언급된 횟수와 정도 등을 토대로 미국정신의학협회의 정신질환 분류 및 진단 절차인 DSM-5 기준에 따라 우울증 정도를 판단했다. 이 과정을 자동처리하도록 딥러닝 훈련된 AI가 매일 온라인 게시글을 수집해 우울경향지수를 산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연구팀에는 빅데이터 분석에 능한 문헌정보학 전공자를 비롯해 사회학 심리학 정치학 전공자들이 참여했다. 의대 교수진에게서 정신의학 자문도 받았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송민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사회 전반의 우울 정도를 추정할 수 있는 지표가 코로나19 시대에 ‘심리적 방역’ 정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다른 나라의 우울지수 산출 모델도 개발해 국가 간 비교연구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