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내 ‘1m 거리두기’… 서울 시내 카페 55곳중 29곳만 지켜

조응형 기자 , 이청아 기자 , 오승준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학년, 이지윤 인턴기자 연세대 생활디자인학과 4학년

입력 2020-09-15 03:00 수정 2020-09-1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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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2단계 완화 첫날 르포
마스크 착용도 3곳중 1곳만 준수
PC방 업주들 음식 금지 등엔 불만
독서실-헬스클럽도 다시 문열어


활기 되찾은 카페-호프집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하향된 14일 서울 중구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매장에 음료를 주문하려는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위쪽 사진). 같은 날 오후 9시경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을지로3가역 인근 ‘노가리 골목’에는 수백 명의 시민이 몰려들어 술을 마시고 있다. 홍진환 jean@donga.com·박영대 기자
14일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을지로3가역 뒷골목.

‘노가리골목’이라 불리는 이 거리는 오후부터 가로 폭 5m 정도 되는 길 양쪽에 플라스틱 테이블 90여 개가 빼곡히 펼쳐졌다. 해질 녘부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오후 9시경엔 200명이 넘는 인파로 가득 찼다. 테이블 간격은 50cm도 채 되지 않았고 대부분 마스크를 벗은 상태였다. 직장 동료 2명과 함께 왔다는 박모 씨(42)는 “실내주점보다 나을 것 같아 왔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14일 0시부터 수도권에서 2.5단계로 강화됐던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완화됐다. 일반·휴게음식점은 다시 오후 9시 이후 제한됐던 영업이 재개됐고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도 실내에서 음식과 음료를 먹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완화 첫날 둘러본 일부 업소는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코로나19 확산의 우려를 키웠다.


○ 카페 55곳 중 26곳 ‘1m 거리 두기’ 위반

2주간 포장·배달만 허용됐던 서울 시내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다시 테이블에 고객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카페 매장에서 취식을 허용하는 대신 테이블 간 2m(최소 1m) 간격을 유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이날 낮 12시경부터 약 3시간 동안 서울 시내 55곳의 카페를 돌아본 결과 ‘1m 거리 두기’가 지켜진 곳은 29곳뿐이었다. 중구의 한 카페에 머물던 고객은 “점심시간이라 주문 대기 간격이 좁은 건 이해하지만 테이블 거리가 너무 가까워 좀 걱정된다”고 했다.

매장 내 마스크 착용도 아쉬웠다. 둘러본 55곳 가운데 음료를 마시지 않을 때 마스크를 다시 쓰는 방역수칙을 준수한 곳은 19곳뿐이었다.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는 한 40대 남성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20분 넘게 통화를 해 주위 고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고위험시설’로 분류돼 지난달 19일부터 영업을 중단했던 PC방도 14일 영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미성년자 출입과 음식 판매 및 취식이 금지돼 업주들은 불만이 많아 보였다. 서대문구의 한 PC방을 관리하는 최현종 매니저(35)는 “청소년은 오지도 못하고 음식도 팔 수 없는데 거리 두기로 자리까지 띄어 영업해야 한다”며 “음식 판매가 매출의 30%, 청소년 이용객이 20% 정도를 차지하는데 매출이 반 토막 났다”고 토로했다.

300명 미만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 헬스클럽 등도 다시 문을 열었다. 오후 3시경 여의도의 한 헬스클럽은 평일에도 10여 명이 나와 운동했다. 경찰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김모 씨(32)는 “2주 만에 노량진 독서실에 등록하러 가는 길”이라며 “솔직히 집에서 공부하기 힘들어 다행이긴 한데 코로나19 방역수칙이 잘 지켜질지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 2단계 되자마자 늦은 밤까지 술자리

인파가 북적되며 사람들이 몰린 곳은 을지로 노가리골목뿐만이 아니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역시 그간의 적막을 깨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오후 10시경 한 실내포장마차 앞은 QR코드를 찍고 입장하려는 손님 5, 6명이 줄을 서고 있었다. 66m²(약 20평) 남짓한 매장 안은 고객 20여 명이 10개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인근 고깃집도 마찬가지였다. 정장 차림의 직장인 4명은 이미 꽤 취한 채로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어깨동무를 하며 술을 마셨다.

자영업자들은 영업 재개를 반가워하면서도 혹시나 감염이 발생할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서울 마포구에서 양꼬치 가게를 운영하는 정선희 씨(44)는 “오랜만에 손님이 10명 넘게 방문했고 예약 손님도 받았다”며 기뻐했다. 서대문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임대료가 걱정이었는데 손님들이 찾아 주니 한숨을 놓았다”며 “어렵게 다시 문을 연 만큼 최대한 방역 등에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조응형 yesbro@donga.com·이청아 기자 / 오승준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학년 / 이지윤 인턴기자 연세대 생활디자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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