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가슴 통증, 심근경색으로 번질수도…자가 체크 이렇게”

김상훈기자

입력 2022-01-28 10:55:00 수정 2022-02-18 10: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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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통증(흉통)의 원인은 다양하다. 병원을 찾는 환자 100명 중 한두 명꼴로 흉통을 호소한다. 근육통 같은 가벼운 질환에서 비롯된 흉통이 있는가 하면 심장혈관의 일부가 막히는 협심증이 원인일 때도 있다. 협심증은 방치할 경우 심근경색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이를 피하려면 협심증 흉통을 제대로 구별해내야 한다. 하지만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정확하게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흉통이 나타날 때 반응도 제각각이다. 지레 겁부터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별것 아니라며 무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어느 쪽도 옳지 않다. 한주용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흉통이 나타날 때 세밀하게 관찰하면 협심증 여부를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며 침착한 대처를 주문했다. 한 교수는 협심증과 심근경색 치료를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막힌 혈관을 뚫는 심장혈관 중재시술 분야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랜싯, 자마 등 유명 해외 저널에도 여러 편의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한 교수에게 흉통 대처법을 들어봤다.


● 가슴 통증, 자가 체크는 이렇게
한 교수는 흉통이 시작됐다면 다음의 순서에 따라 자가 점검할 것을 권했다.

첫째, 흉통 발생 당시 상황을 체크한다. 협심증에서 비롯된 흉통은 대체로 운동하거나 강한 활동을 할 때 나타났다가 휴식을 취하면 사라진다. 따라서 △빨리 걷거나 달리기 △무거운 것 들기 △계단이나 언덕 오르기 등의 활동을 할 때 흉통이 강해졌다가 활동을 멈춘 후 통증이 사라졌다면 협심증을 의심해야 한다.

둘째, 통증의 양상과 발생 위치를 따져야 한다. 협심증 통증은 ‘묵직한’ 게 특징이다. 뻐근하고 강하게 쥐어짜는 느낌이 든다. 가슴 답답함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런 증세가 가슴 중앙부를 중심으로 나타난다. 가끔은 목이나 턱 등 주변으로 번지기도 한다. 다만 가슴 중앙부 통증 없이 왼쪽 혹은 오른쪽 가슴만 아프거나 목과 턱의 통증이 나타난다면 협심증의 확률은 낮아진다. 또 따끔하고 찌릿하거나 콕콕 바늘로 찌르는 흉통, 특정 부위만 아픈 흉통이라면 근육 염증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 통증 지속 시간을 측정해야 한다. 협심증이라면 아무리 짧아도 30초 이상 통증이 이어진다. 대체로 5~10분 동안 통증이 계속되다가 쉬면 사라진다. 지속 시간은 최대 30분을 넘기지 않는다. 만약 10초 간격으로 통증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면 협심증일 확률은 낮다. 한두 시간이 흘렀는데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 또한 협심증일 확률은 낮다.

넷째, 통증이 나타나는 시간대를 살핀다. 만약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통증이 나타나고, 술을 마셨을 때 더 심해진다면 협심증을 의심해야 한다. 이른바 ‘변이형’ 협심증으로 새벽에 갑자기 혈관이 수축하면서 나타난다. 이런 유형은 낮에 활동할 때는 통증이 나타나지 않고 새벽에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한 교수는 “한국과 일본에 특히 많은 편인데,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잠을 자다가 호흡 곤란이나 가슴 답답함을 느끼면서 ‘헉’ 하고 깰 때가 있다. 만약 이런 증세가 깨어 있을 때 나타나지 않는다면 심장 문제가 아닐 확률이 높다. 대체로 수면무호흡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또 아침에 흉통이 나타나지만 물을 마신 후 증세가 호전된다면 위-식도역류증일 확률이 높다.


● “가슴 답답함도 흉통의 일부”
한주용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계단 5개 층을 걸어 올라가는 도중에 가슴 통증이 나타난다면 협심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한 교수가 연구실에 가기 위해 비상구 계단 5개 층을 오르고 있다. 촬영 목적으로 마스크를 잠시 벗었다. 평상시엔 마스크를 착용한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얼마 전 60대 중반 여성 강지선(가명) 씨가 한 교수를 찾아왔다. 강 씨는 최근에 빨리 걸으면 가슴이 답답해 중간에 반드시 쉬어야 한다고 했다. 집에서 청소할 때도 가슴 답답함이 나타난다고 했다. 한 교수는 쥐어짜는 듯한 흉통이 있는지 물었다. 강 씨는 그런 통증은 경험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교수가 보기에 흉통이 없는 점만 빼면 전형적인 협심증 증세였다. 관상동맥을 촬영해 보니 관상동맥의 ‘좌주간부’가 95% 정도 막혀 있었다. 응급 상황이었다. 곧바로 스텐트 삽입시술을 했다. 다행히 너무 늦지 않게 발견해 치료는 잘 끝나 이 씨는 이틀 뒤 퇴원했다.

협심증의 가장 흔한 증세가 흉통이지만 이 씨처럼 흉통 없이 숨이 차거나 호흡 곤란, 가슴 답답함 증세만 나타날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구토할 수도 있다. 대체로 협심증 환자의 15% 정도가 여기 해당한다. 다만 이런 증세도 주로 운동하거나 강한 활동을 할 때 나타난다는 점은 똑같다. 움직이지 않을 때 이런 증세가 주로 나타난다면 협심증일 확률은 떨어진다.

병원에서 협심증을 진단할 때는 일차적으로 운동 부하검사를 한다. 운동을 할 때 몸의 변화를 체크하는 방식이다. 일상생활에서도 계단 걷기를 통해 어느 정도는 협심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한 교수는 “계단을 5개 층 정도 올라가면서 몸의 변화를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때 흉통, 호흡 곤란, 가슴 불편함 등이 나타난다면 바로 병원에 가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 만성질환자 노인 관찰 필요
질병이 많은 만성질환자나 노인들은 협심증으로 인한 증세를 자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가령 당뇨병 환자의 경우 감각 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협심증 흉통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활동량이 원래 적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도 마찬가지다. 흉통이나 가슴 답답함 증세를 놓칠 때가 많다. 따라서 가족들이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전조 증세를 놓칠 우려가 있다. 가족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협심증을 방치했다가 심근경색으로 악화하는 사례도 간혹 있다. 이 경우 쓰러지기 며칠 전부터 협심증 증세가 악화한다. 운동할 때 흉통이 더 심해졌거나 지속 시간이 길어진다. 계단 2개 층은 거뜬하게 올라갔는데 갑자기 평지만 걸어도 흉통이 나타난다. 활동을 멈추고 쉬면 1, 2분 만에 통증이 사라지던 것이 5분이 지나도 지속된다. 이때는 심근경색을 의심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심근경색 막으려면?

심근경색은 혈관이 꽉 막혀 갑자기 쇼크를 일으키는 병이다. 대부분 응급 상황으로 사전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한주용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절반 이상은 별 증세가 없다가 갑자기 ‘헉’ 하고 쓰러진다”고 말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혈관이 좁아질 때 우리 몸은 혈관 벽을 늘려 혈류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어 활동’을 한다. 이 때문에 동맥경화로 혈관의 50% 이상이 막혔는데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건강검진 때는 동맥경화 진행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때부터는 금연하고 콜레스테롤이나 고혈압 약을 복용하면서 관리해야 한다. 한 교수는 “현재까지는 건강검진에서 확인한 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 외에는 급성 심근경색의 발병을 막을 방법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협심증을 방치하는 바람에 심근경색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40대 초반 남성 강정민(가명) 씨가 그랬다. 강 씨는 협심증 진단을 받고 스텐트 시술까지 받았으면서도 건강 관리에 소홀했다. 그 결과 2년 만에 심근경색으로 응급실로 실려 왔다.

강 씨처럼 협심증에서 심근경색으로 악화했다면 흉통은 더욱 심해진다. 이때는 운동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도 흉통이 나타난다. 가슴 답답함 같은 증세보다는 지독한 통증이 더 일반적이다. 통증이 나타나는 시간도 길어져 간혹 2, 3시간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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