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만 보일 정도로 말랐으면…” 청소년 섭식장애 심각

안소희 기자

입력 2022-01-26 03:00 수정 2022-01-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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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여성 거식증 환자 증가세


최근 뼈만 남을 정도로 앙상한 몸매를 선망하는 청소년이 적잖다. 문제는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몸매를 만들기 위해 굶기조차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 국내 10∼20대 초반 여성들은 이를 ‘뼈마름’이라고 부르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가 아닌 무작정 마르기 위한 다이어트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 신경성 식욕부진(거식증)환자는 증가세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거식증 진료 인원은 2015년 1590명에서 2019년 1845명으로 지난 5년 사이 16% 증가했다. 환자가 가장 많은 성별·연령 집단은10대 여성(14.4%, 1208명)이었다.

10대 청소년은 건강보다 다른 사람에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래 집단과의 연대감도 일상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과거부터 10∼20대 젊은 여성의 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증) 등 섭식장애는 적잖이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를 ‘옳은 것’으로 믿으며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 이른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프로아나 족’이라고 한다. 프로아나는 찬성을 의미하는 ‘프로(pro)’와 거식증을 의미하는 ‘아나(anorexia)’를 합친 말이다. 이들은 체중조절에 집착하며 말랐음에도 체중, 체형에 과도한 관심을 쏟는다. 자존감 저하, 우울감이 동반되기도 한다.

프로아나족들이 가장 많이 택하는 것은 500mL 우유 한 팩, 사과 한 개, 게맛살 한 개 등 소량의 한 가지 음식으로 하루 종일 버티는 것이다. 아예 음식을 거부하기도 한다. 음식을 씹으며 맛을 본 뒤 그대로 뱉거나 다른 사람 앞에서 거식증을 티 내지 않기 위해 함께 식사하고 구토하는 ‘먹토’도 흔하다.

채규희 365mc 노원점 대표원장은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사망률이 15%에 육박하는 위험한 질병”이라며 “이때 대체로 심장병으로 인해 사망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성장기 청소년에서 저체중 현상이 지속되면 뇌 발달 저해, 감염질환 취약, 골다공증 등을 겪을 수 있다. 여학생은 생리불순, 불임 문제에도 직면하게 된다. 채 원장은 “특히 먹고 토하는 문제는 심각한데 이는 위염, 역류성 식도염, 얼굴형 변화 등의 다양한 건강문제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중에는 최근 SNS의 영향으로 프로아나족이 더 증가세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활발한 SNS 활동으로 청소년들이 이미지에 관심을 갖는 건 흔한 현상이지만 이로 인해 자신의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것. 해외에서도 짧은 동영상 플랫폼 등이 10대에게 급속한 체중 감량, 식사 거부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 조사결과 한 영상 플랫폼은 새로운 아이디를 만든 10대 여자 청소년에게 알고리즘을 통해 수만 개의 체중 감량 동영상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스타그램도 거식증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영어로 #anorexia를 검색하면 ‘검색하려는 단어가 포함된 게시물은 사람들에게 해가 되거나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행위를 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는 문구가 뜬다.

거식증은 자신이 병에 걸렸음을 인지하고 치료 의지를 갖는다면 완치할 수 있는 병이다. 그러나 자신을 프로아나라고 지칭할 정도로 심각한 경우 자신이 병에 걸렸음을 부정하곤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보호자의 관심이다. 아이의 ‘신경성 식욕부진 증세’를 빠르게 파악하고 관리에 나서야 한다. 가령 아이가 자주 식사를 피하면서 “먼저 먹었어요” “이따 먹을게요”등의 기피 현상을 보인다면 아이의 식사를 끝까지 관찰하고 도움을 줘야 한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을 보이는 아이들은 식품의 칼로리와 음식의 가짓수 등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체크포인트로 삼는 것도 방법이다. 채 대표원장은 “과체중이었던 청소년이 다이어트를 하는 과정에서 프로아나의 길로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다이어트 첫 시작부터 자신의 몸에 맞는 적정 체중 제시와 건강하게 체중관리를 할 수 있는 식습관, 생활습관 역시 함께 잡아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소희 기자 ash03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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