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3개월 약물-물리치료에도 효과 없을땐 수술 고려

김상훈 기자

입력 2022-01-22 03:00:00 수정 2022-01-23 15: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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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팁]허리 아프면 곧장 디스크 수술?
고관절 등 다른 원인일 때도 요통… 섣부른 수술보다 정확한 진단부터
참고 버티며 수술 기피해도 문제… ‘마미 증후군’ 등 후유증 생길수도
마비여부 체크후 발목 힘 등 관찰… 보존치료 끝나도 통증땐 결단을


조재환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허리디스크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통증의 양상과 발생 부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리디스크를 예방하려면 30분마다 허리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할 것을 추천했다. 조 교수가 스트레칭 동작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작은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매년 200만 명 이상의 요추추간판탈출증 환자가 발생한다. 허리디스크, 혹은 척추디스크라는 말로 더 많이 알려진 병이다. 그동안 40대 이후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20, 30대 젊은층에서도 환자들이 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잘못된 자세 때문이다. 평소 자세를 바로 하고 허리를 비롯한 코어 근육을 강화해야 병을 예방할 수 있다.

허리 통증이 나타나면 고민이 시작된다. ‘수술을 받아야 하나, 그냥 버텨도 되나.’ 조재환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에게 질문했다. 조 교수는 척추 변형, 척추 종양 등의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 세계요추학회, 세계척추변형학회 등 국제학회에서 수술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수술은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해야 할 의료 행위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정확한 진단이 이뤄져야 하며, 증세에 맞춰 6주 이상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부터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런 과정을 생략한 뒤 빠른 진단에 이어 ‘일사천리’로 수술하는 것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 “수술 결정 전 몸 상태 충분히 살펴야”

5년 전 40대 이강직(가명) 씨가 조 교수를 찾아왔다. 다른 병원에서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는데 통증이 여전하다고 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 보니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한 경미한 허리디스크였다. ‘과잉 수술’이 의심됐지만 어쨌든 수술은 잘된 듯했다.

통증 원인을 찾다가 수술 부위 주변에서 수포가 올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정밀검사 결과 대상포진이었다. 대상포진을 허리디스크로 인한 통증으로 잘못 안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씨는 불필요한 수술을 받은 셈이 됐다. 이 씨는 대상포진 치료를 받고 나서야 통증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이런 사례는 드물지 않다. 3년 전 60대 여성 김민순(가명) 씨는 허리와 엉덩이 뒤쪽, 허벅지까지 통증이 나타났다. 전형적인 허리디스크 증세다. 김 씨가 다니던 병원의 의사도 별 의심 없이 디스크 제거 수술을 했다. 하지만 통증은 여전했다. 알고 보니 엉덩관절(고관절)에 심한 염증이 있었다. 이 또한 잘못된 수술인 것이다.

조 교수는 “수술 후 부작용으로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보면 이처럼 고관절, 말초신경장애, 혈관 협착, 하지 혈류장애 등이 원인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며 “환자나 의료진이나 모두 수술을 결정하기 전 몸 상태를 충분히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 시기 놓치면 후유증 심할 수도

이와는 반대로 수술을 기피하는 환자들도 적잖다. 조 교수는 “보존적 치료가 듣지 않거나 통증이 너무 심해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인데도 간편한 ‘시술’을 해 달라거나 굳이 수술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경우 나중에 큰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는 데 있다.

50대 초반 여성 이미정(가명) 씨가 그랬다. 조 교수는 4년 전 이 씨를 진료했다. 약물과 주사제 치료를 먼저 했지만 통증이 크게 줄어들지 않아 수술을 권했다. 하지만 이 씨는 수술을 거부했고, 진료실에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이 씨는 통증을 참고 버텼다. 그러다가 다리에서 힘이 쭉 빠졌고, 배변 및 배뇨 장애가 발생했다. 결국 4년 만에 응급실에 실려 왔다. 조 교수가 보니 튀어나온 디스크가 신경관의 80% 이상을 누르고 있었다.

다행히 응급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마미(馬尾·말꼬리)증후군’이라는 후유증이 생길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마미’는 요추 1, 2번에서 시작되는 신경다발인데, 말꼬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부위가 심하게 압박 받으면 통증과 마비, 배변 및 배뇨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응급수술을 받아야 하며 일부는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

○“증세를 체크하며 자가 점검하라”

그렇다면 언제 수술 여부를 신중히 고민해야 할까. 조 교수는 “스스로 증세를 체크하며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마비와 통증 여부를 먼저 체크하고, 이어 발목이나 발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를 살피는 게 좋다”고 했다.

첫째, 마비 증세가 나타난다고 해서 당장 수술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통증을 동반하는 마비가 나타날 때 수술을 검토한다. 통증이 없는 마비 증세는 허리디스크가 아닌, 다른 병이 원인일 수 있다. 다만 디스크 돌출 부위가 너무 클 경우 갑자기 넓은 부위에 걸쳐 마비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혹은 협착 등이 겹치면서 발목에서 힘이 빠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의사와 상의해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둘째, 일반적인 허리통증과 허리디스크 통증을 구분해야 한다. 무거운 물건을 든 후로 허리통증이 나타났다면 관찰이 필요하다. 허리 뒤쪽 양쪽 근육에 통증이 나타나 2, 3주 이내에 사라졌다면 근육통일 확률이 높다. 무리했거나 잠을 잘못 잤을 때, 혹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허리디스크라면 허리, 엉덩이, 허벅지 바깥쪽과 뒤쪽으로 통증이 퍼진다. 전기가 오르는 것처럼 찌릿찌릿할 수도 있고, 쿡쿡 쑤실 수도 있다.

셋째, 허리디스크로 진단을 받아도 먼저 6주∼3개월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를 하는 게 좋다. 이 기간이 지났는데도 통증 때문에 △보행이 어렵거나 △5∼10분 이상 서 있기 힘들거나 △가만히 있기도 힘들 정도면 수술을 고민해야 한다.


모니터는 눈높이에 맞추고 바른자세 유지… 몸 비틀거나 허리 젖히는 스트레칭 도움
허리디스크 예방법


허리디스크 질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재환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무엇보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앉아 있을 때부터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우선 허리에 부담이 덜 가면서도 코어 근육이 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등받이에 상체를 기대는 행동을 줄여야 한다. 만약 기대고 싶다면 등과 의자 등받이 부분에 지지대를 놓도록 한다. 시선도 중요하다. 사무 작업을 할 때 목만 삐죽하게 튀어나오는 ‘거북목’ 자세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급적 모니터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굳은 근육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대체로 30분 만에 한 번은 일어나 움직여주는 게 좋다. 조 교수는 “휴대전화에 알람 설정을 해 놓으면 스트레칭을 빠뜨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쾃 같은 코어 운동을 하는 게 좋다. 근력 운동이 힘들면 스트레칭이라도 해야 한다. 조 교수는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을 추천했다. 등을 뒤로 젖힌 뒤 10초 동안 유지한다. 최소 10회를 반복한다. 이때 통증이 나타난다면 통증이 심하지 않은 선까지만 몸을 젖혀야 한다.

몸을 꽈배기처럼 비트는 동작도 좋다. 마찬가지로 10회, 좌우 번갈아가면서 골반을 틀어준다. 이렇게 하면 엉덩이 뒤쪽의 근육을 이완시킴으로써 물리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스트레칭을 할 때 상체를 앞으로 숙이는 동작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이런 동작을 할 때 허리디스크가 신경을 더 강하게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이런 동작을 하다가 허리디스크가 터지기도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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