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선수 발목부상과 ‘마지막 승부’… “대학땐 흰 가운 입은 마이클 조던이었죠”

유재영 기자

입력 2021-05-08 03:00 수정 2021-05-08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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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에 빠진 정형외과 의사 김진수 씨
고교때 농구드라마 보다 푹 빠져 희귀 농구화 수집-심판 자격증도
허웅-하승진 등 스타들 수술 집도 “만성 인대파열 사전 진단 연구중”


세종스포츠정형외과 김진수 원장은 농구를 인생의 중앙점으로 계속 밀어넣고 있다. 농구 없는 꿈은 그에게 없다. 김 원장이 6일 오후 수술을 대기하던 중 농구공을 만져보고 있다. 김진수 원장 제공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처럼 삽니다.”

정형외과 전문의 김진수 세종스포츠정형외과 원장(45)에게는 농구가 살아가는 이유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진로를 정할 때 농구를 선택의 지렛대로 삼았다. 그렇다고 농구 선수가 되려던 건 아니었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농구공 대신 연필을 잡게 만들었고, 그도 장차 농구와 연관된 일을 하고 싶었다.

고교 3학년 때인 1994년 농구 붐을 일으켰던 드라마 ‘마지막 승부’를 보며 농구를 향한 대리 만족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 농구에 빠져 사는 의사로 살기로 마음먹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는 농구 선수들의 부상과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의대에 진학한 뒤 그의 목표는 농구에 특화된 전문 의료인이었다. 당시 축구 대표팀에는 있는, 하지만 농구 대표팀에는 없는 ‘팀 닥터’를 꿈꿨다. 그래서 농구를 더 알려고 노력했다.

“대학(경상대)을 다닐 때 의대 농구 서클인 ‘바구니’에서 선수로 뛰었다. 의대에선 내가 농구를 제일 잘했다. 공부로 1등 한 것보다 더 기뻤다.”

어릴 때부터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의 전설인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열렬한 팬이었다. 수업과 실습 시간에는 흰 가운을 입었지만 그때를 제외하면 붉은색 시카고 유니폼을 입는 경상대 ‘조던’으로 변신했다.

잠잘 시간도 부족한 정형외과 레지던트가 됐을 때 그도 농구를 즐길 여유는 없었다. 농구를 하고 싶은 갈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농구 대신 농구화 수집에 매달렸다. “당시 구하기 힘든 농구화 60켤레 정도를 모으며 수집에 열중했다. 지금은 다 처분하고 20켤레 정도 남아 있다. 처분한 농구화 대부분이 한정 상품에다 희귀한 것도 있었는데 나에게 농구화를 사간 사람들은 꽤 특수를 누렸을 것이다(웃음).”

군대에서도 그의 농구 사랑은 계속 이어졌다. 군의관 시절 휴일에 부대 인근의 대학 농구부에서 마련한 농구 강습회를 틈틈이 수강하고, 2급 심판 자격증도 땄다.

농구 부상에 특화된 동네 정형외과 의사의 꿈을 그는 서서히 이뤄가고 있다. 족부정형외과 분야의 국내 권위자인 이경태 을지병원 교수의 제자로 가르침을 받은 뒤 2019년 현재의 병원을 개원하며 1차 목표를 이뤘다.

그는 남자 농구 스타 형제인 허웅(DB)과 허훈(KT)의 발목 부상을 관리하고 있다. 발목 부상에 자주 시달렸던 허웅과 이승현(오리온), 하승진(전 KCC) 등도 그의 집도로 수술을 받은 뒤 컨디션을 회복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농구 선수들의 발목 인대 파열 후 부상이 만성으로 진행되는지를 미리 진단하는 ‘프로토콜’ 연구에도 매달리고 있다. 농구 선수들은 덩치가 큰 데다 점프를 하고 내려오다 상대 발을 밟을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부상을 입을 때가 많다.

그는 “발목 인대가 파열되면 대체로 수술 없이 물리치료 등으로 회복을 시킨다. 그중 70%는 자연적으로 인대가 붙고 30%는 만성으로 진행된다. 이것을 사전에 진단해 수술 등의 치료로 이어지게 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대한민국농구협회 이사이기도 한 그는 유소년 농구 유망주들을 위한 발목 부상 예방, 부상 대처 매뉴얼 등도 조만간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다. 지난해 농구협회에서 처음으로 의무위원회가 구성되는 데도 힘을 보탰다.

“저도 농구하다 발목을 다쳐 수술을 한 번 했어요. 선배 의사 선생님 한 분이 해주셔서 이렇게 잘 걸어 다니고 있습니다. 이 고마움을 농구 선수들이 멀쩡하게 뛰게 하는 데 돌려줘야죠.”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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