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경고’ 그림 작은데다… 그마저도 안보이게 거꾸로

김소영 기자

입력 2021-02-23 03:00 수정 2021-02-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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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이제는 OUT!]한국 전체 50%크기… 뉴질랜드 80%
“경고그림 클수록 흡연욕구 떨어져”
일부국 제품 모르게 ‘무광고 포장’도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담뱃가게. 이곳에서 파는 담배는 모두 진열대에 거꾸로 꽂혀 있다(사진). 이렇게 하면 담뱃갑 윗부분이 가격표에 가려 잘 보이지 않게 된다. 담뱃갑 상단은 무시무시한 경고 그림과 문구가 인쇄된 부분이다. 가게 사장은 “그림이 너무 징그럽다고 느끼는 손님이 많아 어쩔 수 없이 뒤집어 놓았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담뱃갑의 경고 그림을 바꾸고 문구를 더 간결하게 다듬었다. 같은 그림이나 문구를 계속 사용하면 경각심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담뱃갑 경고 그림과 문구의 크기 자체가 작은 탓에 일부 점포에선 어렵지 않게 이를 가리고 판매한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국내 판매 중인 담뱃갑의 경고 그림과 문구는 전체의 50% 크기로 표기된다. 반면 뉴질랜드와 터키에서는 담뱃갑 전체 면적의 80% 이상을 경고 그림과 문구로 채워 넣는다. 해당 제도를 도입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크기 기준은 31위로 최하위권이다.

전문가들은 경고 그림과 문구의 표기 면적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재형 국가금연지원센터 금연기획팀 선임전문원은 “경고 그림과 문구가 클수록 흡연 욕구를 떨어뜨리는 데 효과적이고 소비자들이 담배를 매력적으로 느끼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호주에서는 담뱃갑 앞면의 75% 및 뒷면의 90%에 경고 그림과 문구를 표기하고 있는데 이렇게 크기를 키운 뒤 “금연하고 싶어졌다”고 응답한 사람이 1.5배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일부 국가는 아예 담뱃갑을 통한 광고 효과를 막기 위해 제품명 등 최소한의 정보만 표기하는 ‘무광고 포장(Plain Packaging)’을 도입했다. 특정 담배 상품을 연상시키는 색깔이나 디자인을 쓰지 못하게끔 표준화한 것이다. 지난해 기준 프랑스와 영국 등 총 16개국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2017년 무광고 포장을 도입한 프랑스가 제도 도입 이후 흡연자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담뱃갑이 매력적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도입 이전에 비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현재 국회에는 담뱃갑 경고 그림의 크기를 확대하고 ‘무광고 포장’을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담뱃갑 경고 그림·문구 제도는 흡연이 유발하는 위험성을 적은 비용으로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라며 “제도 개선을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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