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해진 북극’에 한반도 날씨 냉-온탕 반복

강은지 기자

입력 2021-02-23 03:00:00 수정 2021-02-23 16: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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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로 북극 해빙
북쪽 찬 공기 유입되면서 극단적 기온 변동 현상 발생
‘북극발 한파’ 미국도 덮쳐
지구 곳곳 대기 흐름에 영향


북극발 냉기가 한반도를 덮친 지난달 4일 한강변 나뭇가지에 커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올겨울 한반도에 맹렬한 추위와 포근한 날씨가 번갈아 나타나면서 한강의 얼음도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미국이 최근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태평양 너머 한국은 극단적인 추위와 포근한 날씨가 널뛰기하듯 번갈아 나타나고 있다. 모두 예년 겨울과 비교하면 낯선 기후 현상이다. 앞으로 전 지구적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이 같은 극단적인 날씨가 더 많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극발 냉기 덮친 미국

지난달 말 미국 서부에 폭우와 폭설이 동시에 쏟아지며 미국을 강타한 한파가 시작됐다. 눈구름은 이달 중순까지 남부지역을 제외한 미국 전역을 뒤덮었다. 콜로라도주 유마 카운티는 영하 41도, 캔자스주 노턴 카운티는 영하 31도까지 내려가면서 1899년 이후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미국 본토의 73%가 눈으로 덮였고,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넓은 지역에 눈이 내린 것”이라며 “이번 한파는 1899년 2월, 1905년 2월에 견줄 만한 추위”라고 설명했다. 약 120년 만의 추위라는 얘기다.

이번 추위는 북극 한파가 텍사스주 등 미국 중남부 지역까지 밀고 내려오면서 발생했다. 북극의 차가운 공기는 통상 북극 상공 성층권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극 소용돌이’ 주변에 묶여 있다. 이 소용돌이가 강할수록 찬 공기가 극지방에 모인다. 중위도 지역까지 이 한파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 온도가 올라가면서 극 소용돌이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약해졌다. 소용돌이의 중심축이 약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까지 출렁대기 시작했다. 강하게 직선으로 돌던 팽이가 힘이 약해지면 구불구불하게 도는 것과 같은 원리다. 기상청은 “북태평양에서 북미 서해에 이르는 지역에는 뜨거운 공기 덩어리가 자리를 잡고 있어 이번에 북극에서 밀려온 냉기는 미국 북서부 지역으로 집중해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 추위와 포근한 날씨 널뛰는한국

반면 한국의 이번 겨울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극단적인 날씨가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탓에 급격한 기온 변동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연초 한반도를 강타한 기온 급감 현상은 최근 미국이 겪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극발 한기가 원인이었다. 지난달 8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8.6도로 20년 만에 가장 추웠다. 전국 곳곳에서 역대 최저기온을 바꿔 치웠다. 하지만 2월 중순 이후에는 북극 한기의 중심이 한반도 북동쪽으로 치우치면서 미국처럼 춥지 않다.

특히 한파 뒤에 어김없이 고온 현상이 나타나는 중이다. 북극발 한파가 맹위를 떨친 이후 약 10일 뒤인 1월 하순 날씨는 갑자기 포근해졌다. 지난달 24일과 25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13.9도까지 올라 역대 1월 날씨 중 가장 따뜻할 정도였다. 기상청이 1월 전국 일평균기온의 최젓값과 최곳값을 비교해본 결과 기온 변동 폭이 19.5도에 달했다. 이는 1973년 전국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수치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따뜻한 상황이라 북쪽의 냉기가 한반도로 세력을 뻗었다가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면 따뜻한 공기가 금세 치고 올라온다”고 설명했다. 날이 매섭게 춥다가도, 풀릴 때는 금방 포근해진다는 뜻이다. 실제 추위가 풀린 19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7.1도였지만 낮 최고기온이 8.9도까지 올라가면서 하루 새 기온차가 16도에 달했다.

○ 기후변화가 만든 ‘기상 이상’

한국의 오락가락 겨울 날씨는 동태평양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차가운 ‘라니냐’ 현상과도 관련이 있다. 올해 라니냐 현상 때문에 상대적으로 따뜻한 해류가 서태평양 적도 부근으로 몰리면서 서태평양에 있는 한반도와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 해수면 온도가 올라갔다.

올겨울 눈이 자주 내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교수는 “북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한반도 주변의 따뜻한 해수면 온도와 만나 기온차로 눈구름이 많이 만들어진다”며 “우리나라는 적도와 극지역의 중간에 위치해 있어 극단적인 기온 변동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지훈 전남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북극발 한파는 일반 겨울 추위보다 더 강하고 오래가는 특징이 있다”며 “이런 한파가 자주 오면 우리 사회가 겪는 피해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1970년대 대비 2010년대 전 세계 자연재해 건수는 5배로 늘었고, 경제적 손실은 7배로 증가했다.

문제는 이처럼 강한 이상기후 현상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미래기반연구부 팀장은 “지구 온난화 현상은 북극처럼 특정 지역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고, 이로 인한 변화는 전 지구적 대기 흐름에 영향을 준다”며 “이런 대기 흐름 변화가 어떤 현상을 만들어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학계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다만 변 팀장은 “온실가스가 지구 온난화 현상을 만드는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 변화의 폭은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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