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먹고 잘싸기만..' 소똥구리 영양사로 재취업한 경주마

노트펫

입력 2020-11-20 14:13 수정 2020-11-2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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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앞다리가 부러져 퇴역한 경주마가 소똥구리 복원사업에서 새 삶을 찾았다.

국립생태원과 한국마사회 부산경남지역본부는 지난 19일 경북 영양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소똥구리 증식 및 복원 연구를 위한 '퇴역 경주마 기증식'을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두 기관이 생물다양성 보전과 동물복지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것이 인연이 돼 퇴역 경주마가 국립생태원에서 살게 됐다.

소똥구리는 생태계의 대표적 분해자로 알려져 있다. 가축의 분변을 빠른 시간에 분해해 생태계 순환을 돕고, 가축의 분변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여준다. 1971년 이후 발견 기록이 없어 우리나라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생태원은 소똥구리 복원을 위해 지난해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소똥구리 200마리를 몽골에서 들여왔다. 올해 본격 사육에 나서 현재 342마리까지 늘렸다.

소똥구리는 소는 물론 말, 양 등 대형 초식동물의 분변을 먹이로 한다. 생태원은 지금껏 제주도에서 말똥을 택배로 실어와 소똥구리들을 먹여왔다.

소똥구리는 방목이 감소하고, 구충제와 항생제 대중화, 사료 보급 등 축산업 변화에 따라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아무 똥이나 먹일 수 없어 생태원 직원들이 제주도에서 말을 방목하는 농장을 찾아 구해야 했다. 시간은 물론 비용까지 만만치 않았다는 설명이다.

소똥구리들은 앞으로 퇴역 경주마의 분변을 먹고 살아가게 된다. 소똥구리 8~9마리는 일주일에 말똥을 1~2㎏까지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경주마 한 마리의 분변이면 모든 소똥구리를 먹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경주마는 '포나인즈'라는 이름을 가진 6년생 국산마로 지난해 4월 경기 도중 심각한 앞다리 골절상을 입어 더 이상 경마를 뛸 수 없게 됐다. 부상이 심각해 안락사까지 고려됐으나 국내 첫 구절 관절고정술 시술에 성공하면서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된 녀석이다.

국내에서 연간 경주마 3000여 마리 가운데 연평균 1400여 마리가 퇴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35% 정도만 승용마로 활용되고 있어 나머지 경주마들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녹록치 않은 형편이란다.

지난해 5월 전직 경주마들의 비인도적 도축 모습이 국제동물단체에 의해 폭로돼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유명하고 혈통 좋은 경주마도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고 동물단체는 주장했다.

마사회는 논란이 불거지자 퇴역 경주마 1400마리 중 400마리가 퇴역 후 용처가 불분명하다고 해명했다. 마사회는 이후 퇴역 경주마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학교승마·재활승마·힐링승마 등 승마사업을 확대하는 퇴역 후 활용방안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포나인즈는 운이 좋은 퇴역 경주마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생태원과 마사회 부경본부는 지난해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퇴역 경주마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고 의미를 부였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한국마사회와 협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는 연구와 퇴역 경주마의 동물복지 증진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라며 "앞으로도 두 기관의 협력을 기반으로 소똥구리 복원사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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