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사고후 화나고 우울할 때마다 운동 집착…웨이트로 새 인생[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입력 2020-08-01 14:00:00 수정 2020-08-01 1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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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씨가 서울 중구 퇴계로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에서 숄더 프레스를 하고 있다. 아마추어 사진작가 정동운 제공.
아픈 허리를 위해 시작했던 웨이트트레이닝이 남편의 갑작스런 교통사고 사망으로 찾아온 우울증을 달래주는 친구가 됐다. 사고 처리를 하면서 끓어오르는 화와 슬픔 잊기 위해 더 운동에 매달렸고 어느 순간 20대 부럽지 않은 몸매로 탈바꿈됐다. 올 7월 12일 서울 임피리얼 펠리스 호텔에서 열린 ‘제5회 월드스포츠탑모델 선발대회(WSTMS)’ 시니어부문(45세 이상)에서 3위를 차지한 김경미 씨(47)는 운동으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2010년 2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뒤 무료하기도 했고 허리 디스크 3개가 파열돼 통증이 있었어요. 수술보다는 근육운동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생각에 혼자 근육운동 프로그램을 올려주는 블로그와 유튜브를 보며 근육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든 김경미 씨가 올 봄 찍은 프로필 사진. 김경미 씨 제공.
허리 통증에 수영을 하면 좋다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수영을 했는데 평영을 할 때 유독 통증이 크게 느껴졌다. 수영을 하면서 허리주변 근육을 키워주니 통증이 덜했다. 그 때부터 근력을 본격적으로 키운 것이다. 20명 정도가 함께 하는 헬스클럽 GX(Group Exercise·그룹운동)로 매일 1시간 씩 운동하며 몸을 만들었다. 다양한 정보를 획득해 개인적으로도 운동을 했다. 1년 정도 하니 허리 통증은 사라졌고 몸도 달라졌다.

“운동을 하다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딴 뒤 활동하느라 잠시 쉬었어요. 3년 새 몸무게가 74kg까지 늘었죠. 피부관리사가 적성에 맞지 않아 포기하면서 다시 운동에 매달리게 됐습니다.”


김경미 씨의 운동하기 전 모습. 김경미 씨 제공.
2014년부터 다시 차근차근 몸을 만들었다. 김 씨는 “첫날 맨몸 스쿼트 10개씩 3세트, 다음 날 11개씩 3세트 등 하루 200개까지 늘려갔어요. 몸이 좋아지면서 런지를 추가했고 나중엔 다시 GX에 들어가 상체를 포함한 다양한 근육을 키웠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무게(웨이트)를 사용하기 보다는 맨몸으로 하는 보디웨이트(Body Weight Training)에 집중했다. “주로 혼자 운동하다보니 무게를 사용하면 부상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어요. 그래서 가급적 맨몸으로 근육을 만들었습니다”고 했다. 보디웨이트는 자신의 신체 무게를 활용해 하는 운동이다. 스쿼트, 런지,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등 몸만을 활용해 다양한 근육을 키울 수 있다. 운동이 지속되자 페스츄리빵이 겹겹이 쌓이듯 근육의 결이 한 층 한 층 쌓여가며 복부라인, 어깨라인, 하체라인이 정리돼 갔다. 정말 신기했다.

이렇게 몸을 잘 만들어가던 2017년 말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남편이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에 슬퍼하다보니 갱년기가 더 빨리 진행돼 우울증이 찾아왔다. 슬플 때, 화가 날 때마다 운동에 집착했다. 하루 최대 4시간을 한 적도 있다. 우울증 탈출을 의도하진 않았지만 몸을 한껏 움직이면 마음이 차분해졌다. 더 운동에 매달렸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든 김경미 씨가 지난해 가을 찍은 프로필 사진. 김경미 씨 제공.
김 씨처럼 운동으로 우울증을 극복한 사례는 많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우울증 치료를 위해 운동처방을 할 정도로 운동이 우울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운동은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우울증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운동 기간이 길수록 우울증을 낮추는 효과가 높아진다. 운동기간이 21주에서 24주 정도면 4주 이하에 비해 효과크기가 약 30배 높다. 즉 운동은 한 달 하다가 중단할 것이 아니라 6개월 이상은 해야 정신건강을 뚜렷하게 개선시킨다”고 말했다.

“운동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20대 젊었을 때 보다 더 멋지고 건강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때부터 ‘이 좋은 운동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수해주는 일을 하자’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김 씨는 지난해 3월 피사프코리아(FISAF KOREA)에서 퍼스널트레이너(PT) 자격증을 획득했다. 피사프는 피트니스 전문가를 양성하는 국제기관. 김 씨는 피사프코리아에서 골격과 근육에 대한 해부학을 공부하며 더 근육운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 “특정 근육을 어떻게 움직여야 더 효과적인지에 대해 알게 되니 운동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에서 재활트레이닝과 식품영양학 등도 공부할 계획이다.

몸이 달라지고 자격증을 획득하니 주변의 친구들과 지인들이 지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씨는 지난해부터 지인들과 집에서 함께 운동하는 ‘홈 트레이닝(Home Training)’을 하고 있다. 김 씨는 “내 몸도 좋아졌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 몸도 바뀌고 있어요. 다들 만족하고 있습니다”고 했다. 김 씨는 근육을 만들면서 ‘보여지는 성취감’을 만끽하고 있다. 좁은 어깨를 넓게 키우면 허리는 얇아 보이고 얼굴은 작아 보인다고.

김경미 씨(왼쪽)가 서울 중구 퇴계로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아마추어 사진작가 정동운 제공.
“몸이 완전히 변했어요. 몸매가 바뀐 뒤 옷 입는 것도 달라졌어요. 과거 못 입었던 옷도 입고, 이젠 아무거나 걸쳐도 몸이 소화해요. 솔직히 50세가 다 돼 가는 나이에 이러기 쉽지 않잖아요. 제 몸을 거울로 보면서 달라지는 것을 느끼는 성취감이 웨이트트레이닝의 묘미입니다. 운동은 노력한 만큼 얻는다는 점도 좋아요. 우리 사회는 내 노력보다 남 때문에 결과가 좌우되는 게 많잖아요. 운동은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결과물을 낼 수 있어요. 운동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김 씨는 “전 학창 시절엔 전혀 운동과 상관없는 삶을 살았어요. 솔직히 처음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할 때 ‘잘할 수 있을까?’란 의구심도 들었죠. 그런데 차근차근 노려하니 되더라고요. 누구나 몸을 멋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김경미 씨가 7월 12일 열린 월드스포츠탑모델 선발대회(WSTMS) 시니어부문에서 연기하는 모습. 김경미 씨 제공.
김 씨는 올 초부터는 개인 PT를 받으며 피트니스 대회를 준비했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이젠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결국 7월 초 피트니스대회인 아마추어코리아오픈 슈퍼맘 부분에서 입상했고 WSTMS 시니어부분에서 3위를 하게 된 것이다. 김 씨는 WSTMS 50명의 모델과 함께 8월부터 본격적으로 모델 수업을 받는다. 그리고 9월 중순 WSTMS 패션쇼에 모델로 서게 된다.

“세상을 살다보면 누구나 다양한 어려움에 봉착하는 것 같아요.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죠. 전 운동으로 남편 사망으로 찾아온 슬픔과 우울증을 극복했어요. 제가 난관을 극복했듯 건강한 방법으로 사람들이 세상을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본보기가 돼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은 게 꿈입니다.”

키 172cm, 몸무게 58kg의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는 그는 “100세 시대에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몸을 만들며 ‘운동전도사’가 된 그는 “100세 시대로 보면 저도 5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합니다. 짧지 않은 시간이죠. 그 기간 건강하게 꼿꼿하게 걸어 다녀야 인생이 즐겁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선 운동은 꼭 해야 합니다”며 활짝 웃었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든 김경미 씨가 지난해 봄 찍은 프로필 사진. 김경미 씨 제공.

김경미 씨가 서울 중구 퇴계로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에서 기구를 활용해 운동하고 있다. 아마추어 사진작가 정동운 제공.



※별첨=운동이 왜 우울증에 효과가 있을까?

김병준 인하대 교수는 운동의 우울증 효과에 대한 가설을 다섯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인류학적 가설. 인간은 유전적으로 운동을 하도록 만들어져 있는데 운동을 안 하면 우울증을 포함한 여러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한다.

둘째, 모노아민 가설. 세로토닌, 노에피네프린,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감정을 조절하는데 관여하는데 운동을 하면 이 물질의 분비와 수용이 촉진된다.

셋째, 사회적 상호작용 가설. 운동을 할 때 다른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생겨 고립감을 버릴 수 있어 우울증이 개선된다.

넷째, 자아상 개선 가설. 운동을 하면 근육이 발달하고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 자기존중감이 좋아져 궁극적으로 정신 건강이 개선된다.

다섯째, 자신감 가설. 우울증이 있으면 무력감이 생기는데 운동을 하면 삶에 대한 통제감이 커진다. 운동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은 삶의 여러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삶에 대한 희망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건강상태가 나쁜 사람일수록 운동을 하면 우울증 개선 효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연령층에 비해 중년(25-64세)에 운동을 하면 우울증을 이기는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고 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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