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게임체인저’ 누가 될까?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0-05-22 03:00 수정 2020-05-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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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백신개발 전략 각축전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BNT162’. 이 백신은 핵산(RNA)을 주입해 면역력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사진 출처 바이오엔테크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1단계 임상시험(1상)에서 참가자 전원에게 항체가 생겼다고 밝히면서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일부 학술지가 하루 만에 모더나가 과학적 근거 데이터를 내놓지 않은 점을 들어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약효 논란을 빚고 있다.

백신은 인위적으로 사람 몸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능력을 갖추게 하는 약이다.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하면 사람의 면역세포 중 ‘항원제시세포(APC)’가 분해해 ‘항원’이라는 단백질을 만든다. 항원은 바이러스를 인식하게 하는 일종의 ‘얼굴’과 같은 존재다. 사람 몸에 있는 면역세포 두 개가 이런 항원을 알아본다.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발견하면 공격해 없앤다. 또 B세포는 항원을 기억하고 있다가 다음에 다시 침입하면 항체를 만들어 항원을 둘러싼다. 이렇게 바이러스 병원성과 감염력을 약화시키는 항체를 ‘중화항체’라고 한다. 이번에 모더나가 8명에게서 확인했다고 주장한 항체다.

백신은 항체 생성을 위해 네 가지 전략을 흔히 쓴다. 먼저 항원의 설계도를 인체에 넣는 전략이 있다. 모더나가 시도한 ‘핵산백신’이다. 핵산은 단백질 설계 정보를 지닌 유전물질인 DNA나 RNA를 뜻하는 말이다. 핵산을 몸속에 넣어 항원을 만들게 한다. DNA는 세포에 전기를 흘려 구멍을 낸 뒤 주입하고 RNA는 지질에 감싸 접종한다.

이 방식은 게놈 정보를 알면 빨리 만들 수 있고 안전해 널리 연구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달 15일까지 연구 중인 총 118개의 백신 후보물질 가운데 26개(22%)가 이 방식을 쓴다. 모더나 외에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RNA 방식을, 미국 이노비오가 DNA 방식을 쓴다. 이달 21일에는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코로나19를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에 핵심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 6종을 만들 수 있는 DNA 백신 후보물질을 영장류에 접종한 결과 감염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하지만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아직까지 이 방식으로 개발된 백신 사례가 전무하다는 게 약점”이라고 말했다.

항원 일부를 만들어 넣는 전략도 쓰인다. 설계도가 아닌, 설계도로 만든 단백질을 넣는 원리로 백신 개발에서 ‘베스트셀러’ 기술에 속한다. 구제역백신, 폐렴구균백신 등 사례가 많다.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도 48개(41%)가 이 방식이다. 다만 코로나19용으로는 아직 임상에 들어간 사례가 없다는 점은 한계다. 국내에서는 정대균 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 책임연구원과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팀이 이 기술로 백신 개발을 하고 있다. 정 책임연구원은 “이미 널리 쓰이는 사례가 많아 안전성이 높고, 개발 속도도 핵산백신 못지않게 빠르다”라고 말했다.

‘택배’ 전략도 활용된다. 항원을 만드는 유전자를 다른 안전한 바이러스 게놈에 슬쩍 끼워 넣어 인체에 주입한 뒤 항체를 얻는 방식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중 29개(17%)가 여기에 해당한다. 중국 기업 캔시노와 영국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가 임상을 주도하고 있다. 옥스퍼드대 팀은 영장류 시험도 마쳤다.

화학 처리 등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시키거나 아예 없애는(불활성화) 전통적 방식도 여전히 백신 개발에선 유효하다. 바이러스의 항원이나 설계도만 넣는 게 아닌 만큼, 다양한 다른 부위까지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중에는 11개(9%)로 비교적 소수지만, 임상 중인 후보물질 8개 중 3개를 차지하는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 중국 생명공학기업 시노백과 베이징생물제품연구소가 각각 임상을 하고 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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