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는 막았는데… ‘유전자 편집’ 아기 사망률 21% 높아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06-07 03:00:00 수정 2019-06-0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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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허젠쿠이 교수가 교정한 아기… 돌연변이 생겨 또다른 위험 초래
유전자 가위 기술 새로운 도전 직면


질환의 원인 유전자(DNA)를 효소로 잘라내 유전자를 교정하는 이른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지난해 11월 허젠쿠이 중국 난팡과기대 교수가 유전자 교정 아기를 출산시켜 생명 연구의 윤리 문제를 촉발시킨 데 이어 이렇게 탄생한 아기의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라스무스 닐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통합생물학부 교수팀은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의 감염을 막는 ‘CCR5 유전자 돌연변이’를 유전자 쌍에 모두 가진 사람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21% 높다는 연구결과를 3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앞서 허젠쿠이 교수가 탄생시킨 유전자 교정 아기는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 데 초점을 맞췄다. 허젠쿠이 교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를 이용해 CCR5 유전자에 손을 댔다. 정상적인 CCR5 유전자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세포에 붙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CCR5 유전자를 제거하면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다. 그 결과 쌍둥이 중 한 명인 ‘루루’는 CCR5 유전자 쌍이 모두 제거되면서 돌연변이 유전자가 생겼다. ‘나나’는 CCR5 유전자 쌍 중 한쪽만 변이가 생기도록 해서 태어났다. 루루가 에이즈에 걸리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조작한 것이다.


닐센 교수 연구팀은 41∼78세의 영국인 40만 명 이상의 의료 기록과 유전자 정보를 담은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이용해 CCR5 유전자의 돌연변이인 ‘CCR5 델타 32’와 수명의 관계를 관찰했다. 이 돌연변이는 CCR5 유전자에서 32개 염기서열이 빠진 돌연변이로 아시아에서는 드물어도 백인의 10%가 이를 갖고 있다. 이 돌연변이가 있으면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다.

분석 결과 유전자 쌍 양쪽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한쪽만 가지거나 정상적인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약 21% 높았다. 이번 연구를 토대로 추정하면 CCR5 유전자 쌍을 모두 제거해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는 루루의 경우 나나보다 일찍 사망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CCR5 유전자는 지금까지 유전자 교정의 주요 타깃이었다. 독감 같은 질병에는 취약해져도 에이즈를 확실히 퇴치할 수 있는 데다 다른 중병도 막을 수 있다는 연구도 꾸준히 나왔기 때문이다. 2월 CCR5 유전자 변이가 뇌중풍(뇌졸중) 발생 확률을 줄인다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CCR5 유전자에 관한 대규모 수명조사 연구가 처음 발표되면서 유전자 편집 문제가 윤리 문제를 넘어 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영국계가 아닌 다른 민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고 델타 32가 아닌 다른 CCR5 변이에 대해서도 분석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며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에 경각심을 준 연구”라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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