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백화점 “무신사-다이소 등 인기업체 모셔라” 불황속 안간힘

정서영 기자

입력 2025-04-11 03:00 수정 2025-04-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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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임대료 수입 얻고
‘체험형 매장’으로 변신 효과
체류시간 늘어 매출에도 도움
입점업체 비중 70%까지 늘리기도


경기 불황과 온라인 쇼핑 성장으로 이중고를 겪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입점업체(테넌트) 강화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테넌트를 확대하면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고객들이 선호하는 테넌트를 유치하면 매장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어 매출 확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은 기존 매장을 리뉴얼하면서 테넌트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마트는 2023년 3월 연수점을 리뉴얼해 다시 열면서 매장의 30%였던 테넌트 비중을 70%까지 늘렸다. 신발 전문 매장인 ABC마트 등 총 82개(개점 시점 기준)의 테넌트를 유치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5월 의왕점에 다이소와 동광팩토리아울렛 등을 입점시켰다.

최근엔 백화점 업계도 인기 업체를 신규 유치해 테넌트 비중을 늘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3월 타임빌라스 수원에 무신사의 SPA(제조직매입)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무탠다드) 매장을 입점시켰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지하에 디저트 전문 공간인 스위트파크를 조성하고 일본의 유명 디저트 ‘가리게트’, 벨기에의 초콜릿 브랜드 ‘피에르 마르콜리니’ 등을 들였다.

오프라인 업체들의 입점업체 확장 배경엔 길어지는 경기 불황이 꼽힌다. 입점업체들로부터 받는 임대료는 불황을 버틸 기초 체력을 매장에 제공할 수 있다. 2019년 423개였던 대형마트 3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68개까지 줄었다. 백화점 역시 팬데믹 이후 명품 시장이 주춤하면서 쉽사리 신규 출점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입점업체를 통해 ‘체험형 공간’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오프라인 업체들은 체험형 매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나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직접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는 것보다 입점업체를 통해 이를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리뉴얼을 통해 키즈카페 등 가족 친화적 업체를 대거 들이며 소비자들이 매장에 더 오래 머물도록 매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더 잘 팔리는 매장’을 중심으로 입점을 고려했다면 체류형 매장이 강조되는 최근에는 ‘소비자를 얼마나 더 체류하게 만들 수 있는가’도 입점 고려 사항이 된다”고 말했다.

기존 업체의 약점을 메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대형마트는 쿠팡을 비롯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같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에 잡화 판매가 밀리자 자체적으로 잡화를 강화하기보다는 최근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다이소를 입점시켜 경쟁력을 높이는 ‘숍인숍’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다이소에 따르면 2020년 253개였던 유통사 입점 매장 수는 2023년 290개까지 늘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오프라인 업체들의 체험형 매장 강화 전략이 이어지면서 테넌트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입장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입점업체는 임대료와 매장 강화를 둘 다 가능케 한다”며 “다이소와 무신사 같은 인기 업체들은 입점시키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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