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돈 많이 쓸것” 조선업 재건 행정명령… 韓업계 ‘훈풍’

김형민 기자

입력 2025-04-11 03:00 수정 2025-04-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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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에 뒤처져” 해군 상선 확대 목표
HD현대, 美조선사와 기술협력 MOU
한화오션, 현지 조선소 인수-지분 투자
“패키지딜 협상서 물량 보장 관건”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해 2월 미국 해군 관계자들과 함께 울산사업장 특수선 건조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HD현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조선업 재건을 위한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한미 조선 협력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미 조선사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으며 미 조선 및 함정 시장의 문을 세차게 두드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인도태평양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해양 패권에서 우위를 점하고 자국 내 안보 강화를 위해 미 조선산업 부활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에 많은 돈을 쓸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에 비해) 아주 많이 뒤처져 있다. 예전에는 하루에 배 한 척을 만들었지만, 사실상 지금은 1년에 한 척도 만들지 못한다”고 했다.

미 정부는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해군의 군사 활동을 지원할 상선을 전략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중국의 해양, 물류, 조선 부문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행정명령에 담겼다. 앞서 미 무역대표부(USTR)는 올 2월 중국 선사와 선박을 상대로 국제 해상 운송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의 조선업 재건 정책의 배경에는 인도태평양을 중심으로 급격히 세력을 확장하는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미 해군 함정 규모는 총 287척으로 중국 함정 수(400척)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다. 전 세계 상선 시장 시장 점유율도 중국이 70.6%로 0.1%에 불과한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정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건조 능력을 보유한 국내 조선업계에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도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 테이블에 조선 분야를 핵심 의제로 올려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계획이다.

국내 조선업체도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HD현대는 7일 미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기술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HD현대 관계자는 “헌팅턴-잉걸스는 1년에 배 한 척을 만들기 힘들 정도로 생산성이 약화된 상황”이라며 “HD현대가 가진 공급망 구축, 공정 관리 기술 등을 전수할 방침”이라고 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앞줄 오른쪽)이 지난해 10월 경남 거제사업장에서 미 해군 관계자들과 군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은 지난해 6월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일찌감치 미국 시장에 발을 들였다. 2026년까지 미 군함 건조 자격을 보유한 호주 오스탈의 지분 인수를 포함해 약 8000억 원을 들여 해외 조선소 인수도 추진한다.

다만 국내 조선업체들의 미국 투자가 실질적인 이익으로 돌아오려면 한국 정부가 트럼프 정부와의 ‘패키지 딜’ 협상 내용이 중요하다. 권효재 코르(COR) 에너지 인사이트 대표는 “미국의 방산 물자 규제로 인해 국내 자본이 투입된 조선사가 선박 및 함정 수주를 따올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며 “미 정부와의 협상에서 미 조선 생태계 재건과 함께 일정 수준의 물량 확보를 보장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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