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수수료 0.06%P差, 글로벌 1위 판도 흔든다

홍석호 기자

입력 2025-02-18 03:00 수정 2025-02-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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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O, 3배 낮은 총보수로 맹추격
‘최대 ETF’ SPY와 격차 바짝 좁혀
‘서학개미’ 보유액은 이미 역전
국내 운용사들도 보수 인하 경쟁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의 왕좌 교체가 임박한 모양새다. ‘최초의 ETF’, ‘최대 규모 ETF’ 등의 타이틀을 거머쥔 ‘SPDR S&P500’(SPY)과 ‘뱅가드 S&P500’(VOO)의 격차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세 배에 달하는 보수(수수료) 차이가 투자자들을 자극해 ETF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ETF닷컴에 따르면 14일(현지 시간) 종가 기준 SPY의 운용자산은 6289억6000만 달러(약 906조7716억 원), VOO의 운용자산은 6247억2000만 달러(약 900조6588억 원)로 격차가 42억4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 VOO에는 236억 달러가 순유입된 반면, SPY는 161억 달러가 빠져나가며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다.

SPY는 1993년 1월 상장된 세계 최초의 ETF다. 지수 등락에 투자하는 ‘패시브 투자’의 상징과도 같다. 글로벌 ETF 중 운용자산 6000억 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하기도 했다. 반면 VOO는 2010년 9월에야 상장된 후발 주자다. 미국 벤치마크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추종하는 두 ETF는 주당 가격 차이와 분배금 지급 시기 등을 제외하면 큰 차이가 없다시피 하다.

그런데도 후발 주자가 17년이란 시간을 뛰어넘어 턱밑까지 따라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보수에 있다. VOO의 총보수(운용 보수, 신탁업자 보수 등)는 0.03%인데, SPY의 총보수는 0.09%로 세 배에 달한다. 마찬가지로 S&P500 추종 ETF이자 운용자산 규모 3위인 블랙록의 ETF ‘IVV’(2000년 5월 상장)도 총보수가 0.03%다. 소수점대의 차이지만 ‘복리의 힘’을 기대하고 지수에 투자하는 장기투자자들에겐 투자처를 바꿀 만큼 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풀이된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투자자들의 트렌드인 적립식 ETF 매수는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하는데 총보수 차이가 몇 년씩 쌓이면 큰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초과 성과에 욕심내지 않고 지수만 추종하는 패시브 ETF에서는 총보수가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등 해외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개미’ 사이에선 이미 VOO 규모가 SPY를 역전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보관 중인 SPY의 규모는 2022년 말 9억6418만 달러에서 지난해 말 16억8577만 달러를 거쳐 이달 13일 18억808만 달러로 늘었다.

2022년 말까지만 해도 서학개미들이 보유한 VOO는 5억5709만 달러로 SPY의 57.7% 수준이었다. 하지만 VOO에 투자한 규모가 2023년 말 7억8805만 달러, 지난해 말 16억4838만 달러로 늘어 SPY와 격차가 좁혀지더니 지난달 23일에는 결국 역전됐다. 이달 13일 서학개미가 보유한 VOO는 18억2988만 달러에 달한다. 미국 증시의 고성장에 힘입어 SPY도 2년 2개월 동안 87.5%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VOO가 무려 228.4% 성장한 것이다.

한편 이처럼 보수에 예민한 투자자들의 성향을 고려한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6일 S&P500과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 총보수를 인하하자, 하루 만에 삼성자산운용도 총보수를 인하했다. 이어 11일 KB자산운용도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 3종의 보수를 인하하며 일주일 새 세 차례에 걸쳐 업계 총보수 최저가가 바뀌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총보수뿐만 아니라 기타 비용과 매매수수료까지 포함한 총보수비용(TER)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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