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도… ‘K푸드 열풍’ 탄 업체는 웃었다

정서영 기자

입력 2025-02-14 03:00 수정 2025-02-14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해외비중 높은 삼양식품-오리온
매출-영업익 급증하며 성장 이어가
내수비중 높은 업체는 부진한 성적
해외 판로 확대하고 시장 공략 가세


식품업체들이 해외 판매 비중에 따라 지난해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세계적인 K푸드 열풍으로 해외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상대적으로 내수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경기 불황 여파로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12일 금융감독원 공시 등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5% 증가한 1조7300억 원이었다. 영업이익은 34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3% 급증했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은 77%다. 주요 제품인 불닭볶음면이 미국, 중국 등지에서 잘 팔리며 실적을 견인했다. 불닭 브랜드 판매액은 지난해 9월까지 8500억 원으로 ‘1조 브랜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매출의 65%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오리온도 지난해 매출 3조1043억 원, 영업이익 5436억 원으로 각각 6.6%, 10.4% 오르며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오리온의 한국 법인 매출 증가율은 2.6%에 그쳤지만 중국(7.7%), 베트남(8.2%), 러시아(15.1%) 등 해외 법인들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국내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 역시 국내 매출 부진을 해외 매출이 상쇄했다. 지난해 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국내 매출은 5조771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 줄었지만 해외 매출이 3.6% 늘어난 5조5814억 원으로 전체 매출은 0.8% 늘었다. 식품사업부문 해외 매출 비중은 49.2%로 전체 매출의 절반에 근접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곳들은 ‘K푸드’ 순풍을 타고 실적을 경신했지만 내수 비중이 높은 곳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냈다. 해외 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실적이 좋은 배경에는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국내와 달리 해외 상품은 가격 책정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이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매출 비중이 10%대인 오뚜기는 지난해 매출이 3조502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 줄었고, 영업이익은 5.8% 감소했다. 해외 비중이 20%대인 롯데웰푸드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0.5%, 11.3% 줄었다. 농심 매출액은 0.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3.1% 줄었다. 농심의 해외 매출 비중은 38%가량이다.

해외 비중이 낮은 식품 기업들은 해외 진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9월 출시한 신제품 ‘신라면 툼바’를 각국 유통업체에 입점시키는 등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6일 인도 푸네 지역에 신공장을 준공하며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오뚜기는 지난해 12월 11개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고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식품업계는 지난해 라면, 김 등을 앞세워 역대 최대 수출액을 기록한 K푸드의 수출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거세지는 통상 전쟁 여파가 식품 수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지만 향후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점은 불안 요소”라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