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상장후 첫 연간 적자… 게임업계 ‘NK’ 2강 구도 재편

남혜정 기자

입력 2025-02-13 03:00 수정 2025-02-13 03:24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작년 매출 11.3%↓… 영업손실 1092억
핵심 IP인 ‘리니지’ 매출 감소한 탓
하반기 다양한 장르 신작 출시 계획
“완성도 확보-이용자 소통 집중할 것”


국내 게임업계 대표 기업인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이 지난해 극명한 실적 차이로 희비가 엇갈렸다. 엔씨소프트는 상장 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낸 반면 후발주자인 크래프톤은 사상 처음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했다. 과거 게임시장 호실적을 이끈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3강 체제에 균열이 생기면서 ‘NK(넥슨·크래프톤)’ 2강 구도로 게임업계가 재편되는 모양새다.

1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57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3% 감소했다. 영업손실이 1092억 원으로 집계돼 적자 전환했다. 엔씨소프트가 연간 적자를 낸 것은 1998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핵심 지식재산권(IP)인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 감소가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엔씨소프트가 강점을 갖고 있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장에서 리니지 시리즈와 비슷한 ‘리니지 라이크’ 게임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매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야심차게 출시했던 쓰론앤리버티(TL)와 저니오브모나크도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는 등 신작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면 크래프톤은 ‘IP 잘 키우기’ 전략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해 매출이 2조70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8%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조1825억 원으로 54% 늘면서 처음 1조 원을 넘어섰다.

크래프톤의 핵심 IP인 ‘PUBG: 배틀그라운드’가 굳건하게 인기를 유지하면서 호실적을 이끌었다. 배틀그라운드는 지난해 동시접속자 89만 명으로 트래픽이 꾸준하게 늘고 있고, 프리미엄 콘텐츠를 강화하며 매출을 확대했다. 인도에 출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버전도 지난해 트래픽과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를 출시하고 모바일 익스트랙션 게임 다크앤다커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IP 경쟁력 확보 전략에서 양사 실적이 엇갈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니지 의존도가 높은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은 반면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IP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성과를 확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엔씨소프트는 상반기(1∼6월)까지 재도약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하반기부터 다양한 장르의 신작 출시로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IP를 잘 키웠을 뿐만 아니라 10개가 넘는 독립스튜디오 체제를 만들어서 신작 개발에도 힘을 쏟았다”며 “엔씨소프트도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통해 성장 동력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엔씨소프트가 개발력이 떨어진다, 폴리싱(최종 마감)을 못한다, 이용자 소통이 적다는 등의 비난을 많이 받았다”며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인원 조정으로 게임 라인업을 많이 줄였고, 집중 가능한 게임의 완성도 확보와 마케팅비 효율화, 이용자 소통 등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