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2법, 전세가 이중가격 부작용… 폐지까지 검토해야”

이축복 기자

입력 2025-02-07 03:00 수정 2025-02-07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국토부, 임대차제도 개선안 연구
신규-갱신 보증금差 평당 696만원
제도 도입후 전셋값 상승률 더뛰어
“폐지하거나 세부 내용 조정해야”


‘임대차2법(계약갱신요구권, 전월세상한제)’이 2020년 7월 도입된 이후 갱신권을 두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 전면 폐지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입법 취지와 달리 이중 가격, 매물 감소 등 부작용이 더 컸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연구 보고서를 토대로 공론화를 거친 뒤 최종 개선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설익은 개선은 오히려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 “임대차2법 도입 후 이중 가격 생겨”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주택 임대차 제도 개선 방안 연구’ 용역 결과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국토부가 발주한 용역으로 국책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과 한국민사법학회가 공동 수행했다. 연구는 2022년 9월 시작해 지난해 4월 끝났으나 보고서는 최근에야 공개됐다.

연구진은 임대차2법이 불러온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임대차 시장의 이중 가격을 꼽았다. 임대차2법으로 기존 2년인 계약기간은 4년(2+2년)으로 늘었고 임대료도 직전 임대료의 5%를 초과해 올릴 수 없게 됐다. 집주인들은 이런 기회 비용을 고려해 신규 계약 시 임대료를 올리면서 동일한 매물도 신규 계약이냐 갱신 계약이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벌어졌다.

실제 연구진이 서울에서 2012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거래된 전월세 거래 150만3098건을 분석한 결과, 제도 도입 1년 뒤인 2021년 7월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간 평균 보증금 차이는 3.3㎡당 696만 원까지 벌어졌다.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 84㎡(34평)으로 보면 2억3664만 원 수준이다.

이처럼 전월세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가격도 올랐다. 연구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임대차2법 도입 전 1년간 3.86%였지만 도입 후 1년 6개월간 8.13%로 뛰었다.


● 정부안 내놔도 법 개정 불투명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4가지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먼저 임대차2법 자체를 폐지해 제도 도입 전으로 돌아가는 방안이다. 이중 가격, 갱신 계약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할 수 있지만 잦은 정책 변화로 인한 국민적 피로감을 감수해야 하는 게 단점이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5%에 묶여 있는 임대료 인상 폭을 상향하거나, 지역에 따라 임대차2법 세부 내용을 달리 정하도록 하자는 방안도 나왔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계약할 때 협상해 임대차2법 적용 여부를 정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국토부는 연구용역 결과에 대해 “검토할 수 있는 여러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제도 개선까지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도를 바꾸려면 법 개정이 필수인데 탄핵 정국으로 국정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여소야대인 국회 문턱을 넘는 건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2법을 근본적으로 바꾸면 사회적 대혼란이 유발될 것”이라며 “상한요율이나 지역별 미세 조정 등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