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위로하려 했는데, 덕분에 퇴사했단 말에 가슴 철렁”
김소민 기자
입력 2024-10-30 03:00 수정 2024-10-30 03:14
[New Creator]〈6〉 웹툰 ‘김퇴사’ 작가 지창현
직장생활 3년 마치고 전업작가로
노랑-검정 두색으로 에피소드 담아
포털에 연재 않고 SNS에만 올려
협업회사와 미팅할때 소재 얻기도
“죄송합니다. 이사님. 그게 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힌트 없습니까?”(김 대리)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한 컷짜리 웹툰 ‘김퇴사’의 대화 장면이다. 정사각형 안에 노랑과 검정 두 색만으로 직장생활의 에피소드를 해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한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를 압축된 컷에 완결성 있게 담아냈다. 미국 그래픽 노블을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그림체도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퇴사’는 포털 연재 없이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서만 공개되는데, 관련 계정의 팔로어가 인스타그램만 5만6000여 명에 달한다. 지난해 3월 연재 시작 후 총 조회 수는 2031만 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인스타그램 주소를 제외하곤 그동안 작가의 신상이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인터뷰도 없었다.
최근 동아일보와 첫 인터뷰를 가진 웹툰 ‘김퇴사’의 작가 지창현 씨(29). 그는 “내 만화를 보고 퇴사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두렵다. 원래 그럴 의도가 아닌데…”라고 했다. 작품 속 퇴사를 꿈꾸는 ‘김 대리’의 일상을 그리는데 독자들의 퇴사가 두렵다고?
그는 “회사에서 나 혼자만 이런 일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김퇴사’를 보고 ‘다른 사람들도 이렇구나’라며 직장생활의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독자들의 퇴사 결심보다는 ‘김퇴사’ 덕분에 회사 생활을 버틸 수 있었다는 반응을 들을 때 뿌듯하다고.
지 씨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패션회사 브랜딩팀에서 3년간 근무한 브랜드 마케터 출신이다. 직장생활과 웹툰 작업을 6개월간 병행하다 지난해 9월 퇴사하고 현재는 전업작가로 나서 스스로 실제 ‘김퇴사’가 됐다. 자신이 하고 싶은 작가 일에 좀 더 집중하고, 두 살짜리 딸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 그는 “퇴사를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며 “퇴사를 결정할 때 회사를 계속 다녀 희생해야 하는 것이 더 크면 퇴사를 해도 된다고 봤는데 지금도 그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회사를 다닐 때야 직장생활의 숱한 에피소드가 계속 나오겠지만, 퇴사 후엔 어디서 작품의 영감을 얻을까. 그는 요즘엔 웹툰 협업 기업들의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사무실의 냄새를 최대한 들이마시려 한다”고 했다. “웬만하면 협업하는 회사 본사에 직접 가서 대면 미팅을 해요. 회사들의 다양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기회거든요. 대중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만한 보편성을 갖는 것도 웹툰 작가에게 큰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만화 속 말풍선에 들어갈 구절은 수시로 메모한다고. 그의 노트에는 말풍선 후보가 60개 이상 쌓여 있다.
인스타그램 구독자들이 대부분 25∼35세로 젊지만, 지난달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연 팝업스토어에선 40, 50대 중년층이 생각보다 많이 찾아 놀랐다고 한다. 그는 “40, 50대는 저희 세대보다 회사 문화를 격하게 경험하셔서 그런지 소리 내 웃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 말했다.
앞으로 작품 계획을 묻자 딸아이를 둔 아빠로서 ‘육아 툰’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예전 직장생활을 할 때 아이가 눈 뜨기 시작할 때 출근하고 또 자야 할 때 퇴근하다 보니 회의감이 들었다. 요즘엔 아이가 일어난 시간에 같이 있기 위해 밤 늦게 새벽 3, 4시까지도 작업을 한다”며 육아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앞으로 ‘초보 아빠’ ‘초보 남편’을 다룬 만화를 그리면 어떨까 싶어요. 육아 콘텐츠들이 인스타그램에 활발하게 올라오는데, 대부분 엄마들을 타깃으로 한 것들이 많거든요. 아빠들의 ‘비밀 기지’ ‘비밀 쉼터’가 될 수 있는 육아 툰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직장생활 3년 마치고 전업작가로
노랑-검정 두색으로 에피소드 담아
포털에 연재 않고 SNS에만 올려
협업회사와 미팅할때 소재 얻기도
지난달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김퇴사’ 팝업스토어에서 지창현 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점심 전후로 인근 직장인들이 찾아와 대표작과 굿즈를 구경했다. 지 씨는 “4050세대분들도 김퇴사의 유머 코드를 이해해주고 웃으시더라”며 “어쩌면 2030세대보다 조직문화를 격하게 경험하고 살아오신 분들이라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혹시 자네들도 블라인드인지 뭐시기 들여다보고 그러나?”(이사)“죄송합니다. 이사님. 그게 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힌트 없습니까?”(김 대리)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한 컷짜리 웹툰 ‘김퇴사’의 대화 장면이다. 정사각형 안에 노랑과 검정 두 색만으로 직장생활의 에피소드를 해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한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를 압축된 컷에 완결성 있게 담아냈다. 미국 그래픽 노블을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그림체도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퇴사’는 포털 연재 없이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서만 공개되는데, 관련 계정의 팔로어가 인스타그램만 5만6000여 명에 달한다. 지난해 3월 연재 시작 후 총 조회 수는 2031만 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인스타그램 주소를 제외하곤 그동안 작가의 신상이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인터뷰도 없었다.
최근 동아일보와 첫 인터뷰를 가진 웹툰 ‘김퇴사’의 작가 지창현 씨(29). 그는 “내 만화를 보고 퇴사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두렵다. 원래 그럴 의도가 아닌데…”라고 했다. 작품 속 퇴사를 꿈꾸는 ‘김 대리’의 일상을 그리는데 독자들의 퇴사가 두렵다고?
그는 “회사에서 나 혼자만 이런 일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김퇴사’를 보고 ‘다른 사람들도 이렇구나’라며 직장생활의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독자들의 퇴사 결심보다는 ‘김퇴사’ 덕분에 회사 생활을 버틸 수 있었다는 반응을 들을 때 뿌듯하다고.
지 씨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패션회사 브랜딩팀에서 3년간 근무한 브랜드 마케터 출신이다. 직장생활과 웹툰 작업을 6개월간 병행하다 지난해 9월 퇴사하고 현재는 전업작가로 나서 스스로 실제 ‘김퇴사’가 됐다. 자신이 하고 싶은 작가 일에 좀 더 집중하고, 두 살짜리 딸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 그는 “퇴사를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며 “퇴사를 결정할 때 회사를 계속 다녀 희생해야 하는 것이 더 크면 퇴사를 해도 된다고 봤는데 지금도 그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회사를 다닐 때야 직장생활의 숱한 에피소드가 계속 나오겠지만, 퇴사 후엔 어디서 작품의 영감을 얻을까. 그는 요즘엔 웹툰 협업 기업들의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사무실의 냄새를 최대한 들이마시려 한다”고 했다. “웬만하면 협업하는 회사 본사에 직접 가서 대면 미팅을 해요. 회사들의 다양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기회거든요. 대중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만한 보편성을 갖는 것도 웹툰 작가에게 큰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만화 속 말풍선에 들어갈 구절은 수시로 메모한다고. 그의 노트에는 말풍선 후보가 60개 이상 쌓여 있다.
인스타그램 구독자들이 대부분 25∼35세로 젊지만, 지난달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연 팝업스토어에선 40, 50대 중년층이 생각보다 많이 찾아 놀랐다고 한다. 그는 “40, 50대는 저희 세대보다 회사 문화를 격하게 경험하셔서 그런지 소리 내 웃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 말했다.
앞으로 작품 계획을 묻자 딸아이를 둔 아빠로서 ‘육아 툰’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예전 직장생활을 할 때 아이가 눈 뜨기 시작할 때 출근하고 또 자야 할 때 퇴근하다 보니 회의감이 들었다. 요즘엔 아이가 일어난 시간에 같이 있기 위해 밤 늦게 새벽 3, 4시까지도 작업을 한다”며 육아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앞으로 ‘초보 아빠’ ‘초보 남편’을 다룬 만화를 그리면 어떨까 싶어요. 육아 콘텐츠들이 인스타그램에 활발하게 올라오는데, 대부분 엄마들을 타깃으로 한 것들이 많거든요. 아빠들의 ‘비밀 기지’ ‘비밀 쉼터’가 될 수 있는 육아 툰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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