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랭-콜드체인 기술 발달에, 맛 좋아진 냉동식품 가파른 성장

김은지 기자

입력 2024-09-30 03:00 수정 2024-09-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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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1인가구 증가속 매출 강세
에어프라이어 보급 확산도 한몫
시장 규모 4년새 3779억원 늘어
유통업체, 냉동식 품목 대폭 확대


27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에서 직원이 냉동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진열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과거 빵과 채소가 들어간 제품은 전통적으로 냉동식품으론 인기가 없던 품목이었다. 해동 과정에서 빵은 딱딱해지고 채소는 물러지기 때문이다. 신세계푸드 외식 브랜드 베키아에누보는 급속 냉동 방식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했다. ‘바질치즈 치아바타 샌드위치’ 매출은 처음 출시한 2021년부터 연평균 71%씩 성장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냉장 샌드위치와 달리 냉동 빵 제품은 생산 후 바로 얼려도 노화되지 않아 빵 자체의 풍미를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발전으로 ‘맛있는 냉동식품’이 늘어나며 냉동 간편식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급속 냉동과 콜드체인(저온 유통 시스템) 기술이 발전하면서 ‘냉동식품은 맛과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사라지고 있는 덕분이다. 1인 가구 증가, 외식 및 배달 물가 상승 등과도 맞물려 유통업계는 집에서 간편하게 해먹을 수 있는 냉동 제품군을 대폭 늘리고 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냉동식품의 강세는 특히 간편식 시장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컬리의 올해 1∼8월 냉동 가정간편식(HMR) 매출은 냉장 HMR보다 65%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냉동 HMR에서 매출 성장률이 가장 높은 카테고리는 밀키트로 전년 동기 대비 160% 올랐다. 채소 식재료 특유의 바삭한 식감을 살려야 하는 김치전·파전 등 전류 매출도 20% 올랐다.

식품업계는 기술 발전으로 냉동식품의 품질이 높아진 것이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급랭 기술로 원재료의 맛과 식감을 유지할 수 있게 됐고, 콜드체인 발달로 소비자가 제품을 품질 저하 없이 받아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외식이 줄고 가정 내 에어프라이어의 보급이 늘어난 것도 ‘냉동식품 붐’에 일조했다고 한다. 혼자 사는 직장인 주은혜 씨(28)는 “냉동제품은 냉장제품과 달리 유통기한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대용량 제품을 구매해도 오래 먹을 수 있다”며 “에어프라이어, 전자레인지 등으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9년 1조3439억 원이었던 국내 냉동식품 시장 규모는 코로나19 확산기인 2020년 1조6016억 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이후에도 지난해(1조7218억 원)까지 연평균 약 400억 원씩 꾸준히 증가했다.

유통업체들은 품목 확장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자체브랜드(PB) 냉동식품군을 지난해 대비 30% 늘렸다.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은 130여 종에 이른다. 롯데마트의 PB 상품 ‘요리하다’의 냉동 HMR 상품 매출은 올해 1월부터 이달 24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올랐다.

이마트는 120여 가지의 PB 냉동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이달 26일까지 이마트의 PB 상품 ‘피코크’의 볶음밥·김밥 등 냉동 복합밥 상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 늘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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